Day: January 5, 2012

스크린의 기록영화탐구생활

코엔 형제 (1) – 분노의 저격자 (Blood Simple, 1984)

[코엔 형제] (1) 형제의 데뷔작 <블러드 심플(Blood Simple,1984)>  flyingneko.egloos.com/3789168  우연히 코엔 형제의 최근작 몇 편을 (그들의 작품이라고 의식하고) 보게 되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코엔 형제와 그들의 작품을 두고 솔직히 나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불호‘의 편에 더 가깝다. 웃자고 만든 영화라면 웃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키득거림 뒤에 오는 허탈감이, 이들은 도무지 삶에 대한 애정이라곤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래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들의 초기작부터 지금까지의 작품을 보다 보면 (그리고 조사를 하다 보면) 이들이 꾸준히 영화를 만드는 이유를, 그리고 이들의 영화를 꾸준히 찾는 이유를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기호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보다 보면 알게 되겠지.   ***   코엔 형제의 데뷔작이자 온전히 자신들의 의도대로 제작된 <블러드 심플>에는 느와르라는 장르 안에서 스릴러와 코엔 형제식의 코미디가 혼재한다. 피가 튀는 긴박한 상황에서 영화 속 캐릭터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은 으레 그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우월감에서 오는 쾌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형제는 이를 비튼다.   결혼기념일에 총을 선물 받은 아내 애비는 도망을 결심하고 그런 그녀를 남편의 가게에서 일하는 레이가 돕는다. 사립 탐정 비써는 잠자리를 같이한 둘의 사진을 남편 마티에게 건네고, 이에 살인 청부 의뢰를 받은 비써는 애비와 레이의 집에 잠입한다. 그 후 비써는 마티에게 총에 맞은 그들의 사진을 건네지만 죽은 줄 알았던 레이는 마티의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다. 유유히 자취를 감추려고 했던 비써는 실수로 남긴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되돌아온다. 엇갈리는 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쫓고 쫓긴다. 죽었다고 생각한 등장 인물이 멀쩡히 살아 있는가 하면, 죽지 않을 사람이 죽는다. 영화 속 인물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고 생각한 관객 역시 뒤통수를 맞기는 마찬가지이다.   보이는 것을 믿게 만들고는 믿는 순간 뒤집는 형제의 이야기는 첫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다. 동시에 상황과 장면이 만들어내는 부조리가 스릴러의 무거움을 덜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 화가 치솟은 마티의 뒤로 지직대는 네온 사인에 움찔하고, 애비와 레이의 말다툼 중 창문을 향해 날아드는 신문에 깜짝 놀라게 된다.샘 레이미의 영향이 컸다는 낮고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워크로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리 무겁지 않다. 그들은 그들이 목표한 대로 저예산으로 독립적이면서도 예술 영화가 아닌 계속되는 스릴과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는 ‘B급 영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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