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January 7, 2012

스크린의 기록영화

퍼펙트 호스트(The Perfect Host, 2010)

퍼펙트 호스트 (The Perfect Host, 2010) – 나만의 세계를 찾은 불청객을 맞이하는 (비정상적인) 방법  flyingneko.egloos.com/3789878  문을 들어서는 순간, 쓰고 있던 가면과 옷을 벗어 던지고 의자든, 침대든 몸을 누인다.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에 따라 행동할 필요도 없고, 그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곳, 자신이 가장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그 곳은 바로 집이다. 집은, 특히 혼자 사는 사람에게, 외부와는 철저하게 단절된 나만의 세계다. 외부와는 다른 공기와 시간이 흐르는 이 곳의 문 앞에 서 있는 불청객은 쉬이 환영 받지 못한다. 문이 열리는 순간 투명한 물이 담겨있던 컵 속으로 검은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진다. 잉크는 이곳저곳으로 퍼지며 투명한 공기의 흐름을, 물을 흐린다. 존은 경찰에 쫓기고 있다. 절고 있는 다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은행을 털었다는 그의 손에 돈가방은 들려있지 않고, 설상가상 소독약을 사러 들어간 가게에서는 강도를 만난다. 우체통을 뒤져 ‘줄리아’가 보낸 엽서로 이야기를 지어내며 월윅의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고민하던 월윅은 그만의 세계에 불청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그가 준비하던 저녁 파티에 그를 초대한다. 시간이 지나도 손님은 오지 않는다. 라디오에서 용의자 존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존은 부엌에서 칼을 집어 든다. 걸음걸이부터가 심상치 않았던 월윅은 피가 흐르는 존의 다리를 보고 자신이 처리하겠다며 피가 흐른 바닥을 닦아댄다. 이 사람, 정상은 아니다. 정상이 아니기에 가능한걸까? 월윅은 오히려 그의 세계로 불청객의 등을 민다. 어디 한번 섞여 보라고 흔들어 대는 가운데 존은 틈이 보이지 않은 공기 틈으로 숨을 쉬려 한다. 죽지 않을까, 죽여야 살지 않을까, 몇 번이나 탈출을 시도하지만 쉽지 않다. 들어오는 건 자유라도 나가는 건 주인 마음이다. 끝내 월윅의 세계에 섞이지 못한 불청객은 쓰레기와 함께 집 앞에 버려진다. 불청객이 없었다면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의 세계에서 즐거운 하룻밤을 보냈을 월윅은 세상에 잘 섞이기 위해, 자신의 배역을 잘 수행하기 위해 약을 털어 넣는다. 자신의 어긋난 욕망은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지만, 자신의 역할극은 잘 숨겨온 욕망을 실현시키는 데 필요한 물질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수단이다. 월윅의 집은 그 간극을 메우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 공간을 찾은, 그리고 불평을 하는 불청객 뒤로 쏟아낸 ‘여기서 죽어도 모르는 너는 쓸모 없는 존재’라는 비난은 어쩌면 자신을 향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월윅은 주인으로서 끝까지 그 나름의 친절을 베푼다. 여러 섬들이 바다를 매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섬 안에서는 자체의 생태계가 존재한다. 사람과 사회의 관계도 비슷하다. 섬의 생태계든 개인의 세계든 의도치 않게 그 곳에 발을 들인 불청객을 경계하기 마련이다. 친절이라는 가면으로 거리를 두며 방어를 할 수도 있었지만, 이런 점에서 월윅은 (다중인격으로) 미쳤을지언정 순진해 보인다. 나는 누군가를 집에서의 저녁 식사에 초대할 수 있을까? 약을 털어 넣는 그를 보며 언젠가부터 방어와 경계로 타인을 대하는 나를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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