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모든 것 (2012)
내 아내의 모든 것 (2012)
– 침묵 속에 갇힌 그녀의 외로움에 대해
매사가 불만인 그녀의 곁에서 말 한 마디 마음을 편하게 하지 못하는 남자. 믹서기나 청소기가 돌지 않으면 그녀의 불평 불만이 빼곡히 시공간을 메운다. 그런 그녀에 그는 귀를 막고 마음을 닫는다. 짜증이 섞이고 한숨만 늘어간다.모든 것이 아름답던 연애 시절과는 참 다른, 불편한 일상이 되어버린 그들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한 일상이 어느 샌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녀가 투덜거리는 것이 당연하고, 그걸 그가 짜증스럽게 들어주는 척하며 참는 것도 당연하게 된다. 그녀가 왜 그렇게 불평을 늘어놓고 투덜거리는지, ‘왜’라는 질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한다.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건들에 당연하다는 수식어를 붙이며 그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하긴, 하루하루의 전쟁처럼 치르고 나면 호기심마저 사치가 되어버린다. 당연하게, 그러려니 넘어가는 것이 가장 속편하고 힘이 덜 든다. 그런 모습에 비교해보면, 그녀는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그래서 불만스럽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토를 단다. 그런 그녀는 말이 많고 불평이 가득한 게 당연하다. 그래서 그녀는 외롭다. 외로움에 더 많은 말을 내뱉고, 그런 그녀에게서 모두들 거리를 둔다. 말을 할수록 그녀는 더욱 외롭고, 그녀의 주변은 점점 더 지쳐간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웃으면 웃었지 눈물이 날 줄은 몰랐다. 카사노바 류승룡과 임수정의 청산유수와 같은 언변을 듣고 있자면 대사를 외우는 것은 고사하고 숨은 언제 쉬나, 그런 오지랖 넓은 걱정을 하다가 이내 킥킥대며 웃기 일쑤였다. 특히 류승룡. 고뇌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풀나풀 걸어가는 모습하며, 간지럽다 못해 느끼한 대사들을 태연하게 내뱉던 그가 돌연 ‘물이 무서워요’라며 바르르 떠는 모습을 보다 보면, 그가 없었다면 진지함과 웃음 사이에서 영화가 뒤뚱거렸을 것 같다는 걱정마저 스치고 지나간다.
웃다가 문득, 그녀의 외로움이 짠하게 다가온다. <화양연화>의 대사를 읊으며 연기인지 사랑인지 모를 그의 태도에 그녀가 흔들린다. 반복되던 일상 속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그녀에게 찾아온 그 순간은 말 그대로 다시 찾아온 ‘화양연화’ 일지도 모른다. 설레면서도 잡을 수 없어 안타까운 그 마음이 흔들리는 눈빛 만큼이나 위태롭게 와 닿는다.
무관심과 침묵에 길들여진 그가 처음부터 이런 그녀의 외로움을 이해할 리 만무하다. 누구의 아내로 살아온 7년에서 깨어나 한 여자로 변화하는 그녀가 불안하고 의심스럽다. 그녀를 어떻게든 떼어 보려 했던 그는 결국 눈물을 흘린다. 다행히도 영화 속 그들은 상대의 입장에서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이해하게 된다. 침묵 속으로 자취를 감출 뻔한 ‘함께’라는 단어가 그들의 인생에 다시 나타난 것이,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신경질적인 아내와 우유부단한 남편, 그리고 그 사이의 누군가라는 설정과 그 사이의 사건, 갈등이라는 소재는 진부하리만치 많이 활용되어왔다. 그러나 다소 진부한 소재와 뻔한 설정임에도 이 영화가 그리 진부하지만은 않았던 것은 역시 감칠맛 나는 배우들의 연기 덕이 아닌가 싶다. 킥킥거리다 짠한 순간에는 멍해졌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있다. 물론 어설픈 부분도, 후반부에서 약간 힘이 딸리는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가서 (의도치 않게) 울다 웃다 하면서 즐겁게 보다 보면 영화가 끝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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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연출: 민규동
각본: 민규동, 허성혜
출연: 임수정(연정인), 이선균(이두현), 류승룡(장성기)
장르: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제작국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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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픽션>을 포함해 최근 본 우리네 로맨틱 코미디들이 재미와 감동을 주면서 기대보다 더 높은 즐거움을 얻고 나온다. 기대치가 낮아서였다고 해도, 꽤 잘 나온 것 같다.
+ 류승룡이 없었다면? 이정도까지 인상 깊지는 않았을거다.
+ 침묵에 길들여지지 말라는 임수정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사랑한다면 침묵하지 말자.
<라이프로그>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이선균,류승룡 / 민규동
나의 점수 : ★★★★
–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웃으면 웃었지 눈물이 날 줄은 몰랐다. 류승룡과 임수정의 청산유수와 같은 언변을 듣고 있자면 숨은 언제 쉬나, 그런 오지랖 넓은 걱정을 하다가 이내 킥킥대며 웃기 일쑤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녀의 외로움이 짠하게 와닿는다. 웃다 울다 하다 보면 어느 샌가 영화는 끝이 나 있다. 침묵에 길들여지지 말자는 그녀의 말이 맴돈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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