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맨 인 블랙 3 (Men In Black 3, 2012)

맨 인 블랙 3 (Men In Black 3, 2012)
– 속편에서 그친 속편

잊고 있었다. 전작을 뛰어넘는 속편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며, <혹성탈출> 등 프리퀄들이 작년부터 워낙 높은 작품성과 우수한 흥행 기록을 보이면서, 그 영향으로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전체를 재조명하게 되기도 해서 <맨 인 블랙 3> 역시 어느 정도 이상의 기대치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극장 관람에 앞서 1997년, 2002년에 개봉된 전작들을 모두 챙겨보기도 했다.

첫 시리즈 이후 15년 만에 다시 돌아온 <맨 인 블랙 3>. 솔직히 케이와 제이 요원의 얼굴에 (이제 고작) 3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케이 요원은 여태 은퇴도 안하고, 물론 2편에 잠깐 그만두었다가 오기는 하지만, 국장과 친구인 베테랑 중 베테랑 요원의 위치에 있고, 제이 요원 역시 1급 기밀에의 접근을 주장할 수 있는 짬이 되었다. <맨 인 블랙> 시리즈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기억은 그리 없지만 그래도 이들이 여전히 현장을 뛰고 있는 모습에 보고 있는 내 숨마저 가빠지는 느낌이다. 케이 요원을 배려해 이번 시리즈가 선택한 카드는 ‘시간 탐험’. 덕분에 케이 요원의 숨가쁜(?) 액션을 영화 내내 보지 않아도 되지만, 두 요원의 활약을 기대했다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다.



나의 아쉬움은 사실 이런 점보다 이 영화가 속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오히려 영화 내내 속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다. 15년 전의 유머 코드나 표현 기법을 고스란히 가져오니 CG가 정교해졌다고 한들 97년의 첫 <맨 인 블랙>을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벌레 같은 수다쟁이 외계인이나 스치고 지나가는 퍼그의 얼굴하며, 그 때 그 시절 기억제거용 장치나 얼굴을 뒤덮는 휴대용 전화를 보면 반가움이 향수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향수는 시리즈만의 새로운 무언가와 결합되지 못하고 60년대 말을 세련되게 표현한 90년대 영화에서 그치고 만다.

아이스크림 ‘메로나’ 메론맛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딸기맛을 출시하는 것처럼, <맨 인 블랙>의 이전 시리즈들의 관람을 늘리기 위한 속편이었다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 궁금증에 전작들을 한 번쯤은 뒤져보게 된다. (사실 보고 나니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더라. 그리고 <맨 인 블랙 2> 역시 첫 편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리 기억에 남지 않는다). 감동 코드를 집어 넣기는 했는데, 뭔가 약하고 아쉽다. <인디아나 존스>의 마지막 편도 아쉽기는 매한가지이지만, 차라리 후계자라도 뽑아서 의지라도 보여줬으면 했다. 아주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릴 정도는 아니지만, 그리움에 만들어진 시리즈라면 이제 그리움과 함께 작별을 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라리 전작을 모르고 갔으면 나았으려나.

***

제목: 맨 인 블랙 3(Men In Black 3, 2012)
연출: 베리 소낸필드(Barry Sonnenfeld)
각본: 이탠 코엔(Etan Cohen) / 원작: 로웰 커닝햄 (Lowell Cunningham)
출연: 윌 스미스(Will Smith, 제이 요원), 토미 리 존스(Tommy Lee Johns, 케이 요원), 조슈 브롤린(Josh Brolin, 젊은 케이 요원)
장르: 액션, 코미디, SF
제작국가: 미국
음악: 대니 엘프만(Danny Elfman)

***


+ 각본을 쓴 Etan Cohen은 코엔 형제의 Ethan Cohen과 다른 인물 (순간 놀랬다..)

+ <007>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은 같은 테마곡을 잘 변형, 편곡해서 시리즈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세련되기 표현했는데, 이번 편은 음악마저도 전작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같은 사람이라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라이프로그>


맨 인 블랙 3
윌 스미스,토미 리 존스,조쉬 브롤린 / 배리 소넨필드
나의 점수 :
★★★☆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향수라는 코드는 시리즈만의 새로운 무언가와 결합되지 못하고 60년대 말을 세련되게 표현한 90년대 영화에서 그치고 만다. 시리즈의 향수 덕에 별 반 개는 추가했지만 아쉽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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