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2012)
무서운 이야기 (2012)
– 귀신보다 무서운 현대인의 공포
90분 정도로 끝나는 여느 공포영화와는 다르게 네 가지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덕에 상영 시간이 꽤 긴 영화는, 연쇄 살인마로 추정되는 한 사내에게 잡힌 여학생이 죽지 않기 위해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나가는데 이는 흡사 ‘아라비안 나이트’ 같다.두 아이가 엄마가 없는 집을 지키면서 만들어내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해와 달>을 시작으로, 연쇄살인마를 후송하는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공포 비행기>, 이런 옴니버스 공포물에 으레 등장하는 인육을 먹고 젊음을 유지하는 이들과 이들의 먹이가 되는 돈에 눈 먼 사람들의 이야기인 <콩쥐,팥쥐>, 그리고 좀비물 <앰뷸런스>까지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충실하게 보는 이를 놀래 키고 겁을 준다.
여름이면 공포라는 말이 무색하게 어느 해부터인가 여름철 극장가에서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짐작하건대 이는 헐리우드식이든 한국식이든 무슨 식의 공포물이 가진 정형화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들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극장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장편 영화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줄이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포를 담아낼 수 있는 옴니버스 방식을 택한 것은 안전한 선택이었다. 네 편 모두가 재미와 공포를 선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중 한 두편이라도 괜찮으면 영화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최악으로 떨어지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첫 번째였던 <해와 달>. 전설의 고향이 유행하던 그 시절에는 생각하기 힘들었을,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산물인 아파트와 택배 기사를 활용해 단절된 공간과 타인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한다.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소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기도 하는데 결국 가장 무서워해야 할 대상은 이기심이 팽배한 현대 사회와 사람들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함축적인 메시지와 복선을 깔고, 오히려 귀신이 아니라 사람에 몸서리치게 만든 이 에피소드만으로도 무서운 이야기는 충분히 무서웠다.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어찌 보면 지금까지 공포 영화가 사용해온 여러 장치들을 두루 사용해 현대 사회에 내재된 공포를 표현한다. <공포비행기>는 개연성이 떨어지기는 하나, 비행기라는 현대의 대표적인 교통 수단을 비행기를 밀실로 활용하면서 병든 사회의 상징인 동기 불명의 연쇄살인마의 잔혹함을 드러낸다(심지어 귀신조차 이겨버린다). <앰뷸런스>는 좀비들 사이에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극도로 치닫는 이기심과 비뚤어진 모성, 광기를 조명한다.
이 중 <콩쥐,팥쥐>는 다소 복합적인 느낌을 준다. 자신들이 가질 수 없는 부를 손에 넣기 위해 성형을 마다하지 않고, 모녀지간에 암투가 벌어진다.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인간들과 이를 이용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식인족의 이야기는 공포감보다는 불편함을 준다. (그리고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식인족이 사는 주택의 구조나 분위기가 데이빗 핀처 감독의 <밀레니엄>에 등장하는 저택의 구조와 비슷해보인다.)
참 무서운 것이 많은 세상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현대 문명의 산물이, TV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들이 공포물의 소재로도 어색함이 없는 것에 되려 우리가 매일매일 접하는 보이지 않는 공포의 무게가 느껴진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서서히 고개를 들며 눈을 부릅뜬 분장과 음악이 주는 무서움의 한계를 안걸까. 영화를 보고 나니 끔찍한 몰골의 귀신이 차라리 낫다. 제목에 걸맞은 무서운 이야기들과 롤러코스터에 탄 듯한 긴장감보다 병든 사회와 현대인에 내재된 불안감과 불신, 이기심이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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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서운 이야기
연출: 정범식, 임대웅, 홍지영, 김곡, 김선, 민규동
각본: 정범식, 임대웅, 이경의, 변혜주, 김곡, 김선, 민규동, 김명선, 홍지영, 조선희
출연: 김지영(앰뷸런스-엄마), 정은채(콩쥐,팥쥐-공지), 남보라(콩쥐,팥쥐-박지), 배수빈(콩쥐,팥쥐-민회장), 김현수(해와 달- 선이), 노강민(해와 달-문이), 진태현(공포 비행기- 박두호), 최윤영(공포 비행기- 소정)
장르: 공포
제작국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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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영화는 보기는 하는데 잘 보지는 못한다. 귀신도 무서웠는데 개인적으로는 첫 에피소드의 흉측한 택배 기사들이 더 무서웠다. (<우먼 인 블랙>부터 함께 해준 지인에게 심심한 감사를)
+ 끔찍한 모습을 세세하게 표현하는 것과 더불어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을 사용한 점도 좋았다 (이미 많이 사용된 것들도 있지만). 좀비들의 공격 사이사이로 깜빡이는 조명을 넣어 더욱 공포스럽게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줄리아의
눈>의 카메라 플래시나 <나는 전설이다>의 손전등과 비슷한 효과를 냈던 것 같다)
(+ 자동잠김문, 택배기사, 베란다그림자…무서워서 어떡하나..ㅠㅠ)
<라이프로그/짧은 감상>
김지영,정은채,남보라 / 정범식,임대웅
나의 점수 :
★★★☆
전형적인 공포 영화의 장치와 소재들을 활용하면서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공포를 조명한다. 옴니버스라는 방식은 안전하고 영리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공포물 특유의 (극도의) 긴장감과 함께, 병든 사회와 현대인에 내재된 불안감과 불신, 이기심에 더 큰 공포를 느끼게 된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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