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 아이가 이상할 수도 있다

보통 아이가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행동을 하거나 그러한 조짐이 보일 때, 대체로 그 원인을 그 아이가 속한 환경, 즉 가정에서 찾으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부모, 특히 통상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엄마의 영향에 큰 비중을 두기마련이다. 그러나 아이의 이상 행동이나 성격이 모두 엄마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태어날 때부터 아이에게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신적 측면의 이상은 육체적인 부분보다 드러나지 않는다. 하여,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낌새를 챈다고 한들, 이를 과민 반응으로 치부해버리기 쉽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의 케빈은 태어날 때부터 ‘보통의 아이’ 같지 않다. 그는 마치,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아이 같다. 엄마인 에바와 함께 있을 때의 케빈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거나 약을 올리며 에바의 신경을 바닥까지 긁는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인 그의 모습은 그저 착한 아들일 뿐이다. 에바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몇 번이고 다른 이에게 알리려고 하지만, 그녀
이외에는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에바는 애 하나 어찌하지 못하는 무능한 엄마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을 때 비난의 화살들은 예외 없이 에바를 향한다. 케빈의 손에 석궁을 쥐어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의 이상조짐을 알리려고 하지 않았던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드러나는 모성의 강요에 그저 숨이 막힌다. 태어날 아이를 선택할 수도 없지만, 자신의 아이라는 이유로 그가 벌인 엄청난 일에 따른 후폭풍을 모두 감내하도록 강요 받는다. 길을 걷다 난데 없는 따귀질에도, 집과 자동차를 뒤덮은 시뻘건 페인트에도 묵묵히 있도록 강요하는, 보이지 않는 무거운 공기가 가슴을 짓누른다. 엄마라는 이유로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이 있느냐고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는 에바가 답답하나 아이러니하게도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행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끔찍한 사건에 연루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에바에게서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 속 김혜자의 처절한 눈빛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자식이기에 인간성마저 포기하고 자식의 손을 잡는, 광기와 흡사한 비뚤어진 모성이 발현되지 않는다. 대신 에바는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낸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들의 옷을 다리고 방을 정리한다. 모든 것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아들에게 억지로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리며 나약한 아이의 모습이 되었을 때 힘껏 안아준다.

이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시간의 흐름도 뒤죽박죽인데다 단순한 모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범죄자의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도 녹아있다. 복잡한 영화임에도 이 영화는 일일이 설명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는다. 대신 틸다 스윈튼의 힘없고 무표정한 얼굴을 비춘다. 영화의 빈 공간을 먹먹함이 채운다. 많은 이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또 강요하는 모성에 대해 그렇게
조용히 반기를 든다.


***

제목: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연출: 린 램지(Lynne Ramsay)
각본: 린 램지,  로리 키니어(Rory Kinnear) / 원작: 라이오넬 슈라이버(Lionel Shriver)
출연: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에바), 이즈라 밀러(Ezra Miller, 케빈), 존 C.레일리(John C.Reilly, 프랭클린), 시오브핸 폴론(Siobhan Fallon, 완다), 애슐리 기라시모비치(AshleyGerasimovich, 실리아)
장르: 드라마, 스릴러, 서스펜스
제작국가: 영국, 미국
음악: 조니 그린우드(Jonny Greenwood)
촬영: 시머스 맥가비(Seamus McGarvey)

***


+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가 음악을 담당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 에바 역의 틸다 스윈튼은 역시, 기대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케빈 역의 이즈라 밀러는 놀라웠다. 눈빛의 깊이까지 조절하는 기분이 들었다. 케빈의 아역도 놀랍기는 마찬가지.

+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이정도까지였을까 싶다.



<라이프로그/짧은 감상>


케빈에 대하여

틸다 스윈튼,존 C. 라일리,에즈라 밀러 / 린 램지
나의 점수 :
★★★☆
아이의 이상 행동이나 조짐에 대해 부모, 특히 엄마에게서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하지만, 아이가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쉬이 발견되지도, 인정되지도 않고 되려 모성에의 강요만 무게를 더한다. 단순하지 않는 영화의 여백을 틸다 스윈튼의 힘없는 얼굴이 채운다. 먹먹하고 복잡한 기분이었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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