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2)
링컨: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2)
– 욕심을 부리다 산으로 가버린 영화
제목의 링컨은 우리가 아는 에이브라함 링컨이 맞다. 미국 제 16대 대통령으로 남북전쟁의 중심에 있었던 그 인물이다. 영화는 링컨이 어린 시절 부당한 대우를 받는 흑인 친구를 보호해주려다 뱀파이어인 지주에게 어머니를 잃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복수를 감행하지만 초인적인 힘을 가진 뱀파이어에게 상대가 되지 않고, 이를 언젠가부터 지켜보던 헨리의 도움으로 뱀파이어 헌터가 된다. 단, 개인적인 복수가 아닌 인류를 위한 사냥을 하겠다는 약속 하에 말이다. 링컨은 도끼를 휘두르며 뱀파이어 무리들을 일망타진하는 듯했지만, 이내 도끼를 내려놓고 대통령이 된다. 영화 속에서 흑인 노예들은 남부에서의 중요한 노동력이자 뱀파이어의 중요한 식량원인데 전쟁으로 위협을 느낀 뱀파이어들은 남부 세력과 합세해 참전하게 되고, 링컨은 이에 맞서 남북전쟁을 이끈다는 내용이다.
‘링컨’이라는 덕망 높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뱀파이어 헌터로 만들었으니 고민이 많았을거다. 그래서 남북전쟁이나 노예제도와 같은 굵직한 역사적 소재와 더불어 링컨의 일대기에서 다양한 소재를 가져왔다. 문제는 너무 다양했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이라면 그의 유년기나 잡화상을 전전하던 시절, 변호사로서의 화술을 뽐내는 장면이 좀더 와 닿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소재를 언급하려다 보니 소재를 다루는 깊이가 너무도 부족하다. 가족을 잃는 아픔도, 친구에게 느낀 배신감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도 어느 하나 제대로 표현된 것이 없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여준다고 관객에게 그 슬픔이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니 지루한 소재의 나열에 그친다.
드라마를 살리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액션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었을 텐데, 그마저도 아쉽다. 시원한 액션이라기보다는 3D효과를 위해 억지스럽게 끼워 넣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3D 효과는 원근감이 잘 사는 장면에서 슬로우 모션이나 스톱모션으로 두드러지게 표현되는데, <레지던트 이블 4>의 기법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시원함이 없다.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잘 살리지 못한 탓인지 공포감도 없고 위협도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기차 위에서 도끼로 싸우는 장면에서 총알만큼 원근감을 살리기 힘드니 도끼를 앞뒤로 주고 받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은 기발했다만, 그 외에는 그리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레지던트 이블 4>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개인적으로는 칼을 쓰는 액션에서 총 위주로 바뀌었다는 점이어서 더 그렇게 느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어쩌면 가장 성공적으로 해낸 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중년 링컨의 외관을 훌륭하게 재현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특수 분장에 공을 들인 티가 난다. 거기까지다. 뱀파이어가 흑인을 주요 식량원을 한다는 큰 틀과 원작 소설에서 링컨을 살릴 수 있는 몇몇 중요 소재만을 추려서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설사 원작자가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어도 설득했어야 했다. 얇게 두루 여러 가지를 다루려다 이도 저도 안된 느낌이다. 심지어는 왜 링컨이어야 했는지, 왜 뱀파이어여야 했는지의 당위성도 찾을 수가 없다. 영웅주의마저 제대로 먹히지 않은 이 영화는, 평소 비교적 영화를 관대하게 대하는 나를 분노하게 했다. 덕분에 액션 영화를 재미있게 잘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혹평도 많지만, 얼마나 보기 드문 시리즈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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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링컨: 뱀파이어 헌터(Abraham Lincoln:Vampire Hunter, 2012)
연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Timur Bekmambetov)
각본: 세스 그레이엄-스미스(Seth Grahame-Smith), 사이몬 킨버그(Simon Kinberg) / 원작: 세스 그레이엄-스미스
출연: 벤자민 워커(Benjamin Walker, 에이브라함 링컨), 도미닉 쿠퍼(Dominic Cooper, 헨리 스터게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Mary ElizabethWinstead, 메리 토드 링컨), 루퍼스 스웰(Rufus Sewell, 애덤), 안소니 마키(Anthony Mackie, 윌리암 존슨)
장르: 액션, 스릴러, 공포, 판타지
제작국가: 미국
촬영: 카렙 디샤넬(Caleb Des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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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영화라면 있어줘야 하는, 압도적으로 매력적인 비주얼마저 없었다…
+ 뱀파이어도 괜찮을 정도의 자외선차단크림은 대체 어떤 건지 좀 궁금.
<라이프로그/짧은 감상>
벤자민 워커,도미닉 쿠퍼,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나의 점수 :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한 영화 속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욕심을 내다보면 그 결과는 참담하기 일쑤다. 왜 링컨이어야 했는지, 뱀파이어여야 했는지 당위성도 찾기 힘들고, 영웅주의도 먹히지 않는다. 액션도 시원하지 않고 3D를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마저 났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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