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발견 (2014, 곽정은)
<혼자의 발견 (2014, 곽정은)>
– 완결되지 않은 문장의 일기장
글과 문장을 완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좋은 생각을 글로 옮겨 놓기만 해서는 좋은 글이 되지 않는다. 길이의 장단을 떠나 하나의 문장을 완결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작가의 진면목은 어려운 생각을 어렵지 않은 단어로, 복잡한 생각을 단순한 구조로 표현한 문장의 시작과 끝에서 발휘된다.
JTBC <마녀사냥> 출연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곽정은의 신작 <혼자의 발견>의 책장을 넘기는 내내 완결되지 않은 문장이 거슬린다. 완결되지 않은 문장과 생각들이 여기저기 떠돈다. 밥을 먹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떠오른 것들을 냅킨에 휘갈겨 쓴 것 같다. 개인 블로그나 SNS였다면 눈여겨볼만한 이야기들도 있다. 그러나 값을 치르고 구매한 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책을 펴내고 서점에서 구매하게끔 하는 작가라면 독자가 낸 ‘값‘과 그들의 기대를 져버릴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독자를 그릇된 기대로 이끈다. 외로움과 마주하고 사색하며 쓴 글이라는 느낌을 주는 제목과 다르게 이 책은 오히려 그녀의 전공인 이성관계가 주로 언급된다. 차라리 ‘관계의 발견‘이라던가, 그런 류의 제목이었다면 실망이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성관계와 참으로 많은 것들을 결부시키는 글들은 쉽게 읽히지만 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를 이분법적 시각은 공감을 사기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쉬이 쓰여지는 글이 어디 있으며, 쉽게 읽힌다고 해서 그 과정이 치열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단어 하나하나가 치열한 과정의 산물이라고 느껴지는, 치열한 문장과 꽉 찬 글을 읽을 때는 비록 그 생각에 모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느껴지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에 동조할 수 없었다.
<혼자의 발견>을 나름 요약해보자면, 1) 많은 것들이 성욕과, 특히 식욕과 성욕은 맞닿아있다, 2) 선택하라, 혼자 있는 것도 선택이다, 선택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에 솔직해져라, 3) 직장에서는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단호하게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되, 적절한 타이밍이 올 때까지 참으며 일할 것, 정도.
공감하며 봤던 부분도 있었지만, 소위 말하는 ‘트렌디한‘ 책이라 불리는, 유명세를 등에 업고 반짝 써 내려간 가벼운 글이 아니길 바랬기에 완결되지 못한 문장들에 실망이 컸던 것 같다. 덕분에 요즘 나온 괜찮다는 책들을 담아놓은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를 비워버렸다.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그 글로 누군가의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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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자의 발견(2014)
지은이: 곽정은
출판: 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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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대하는 개인의 기대와 시각에 따라 평이 상이할 것 같다. 생각과 그 것을 담은 문장보다, ‘관계‘에 대한 그녀의 생각에 동조한다면 썩 나쁘진 않을지도.
+ 지인과의 대화에서 마저 하지 못한 말들을 미루어뒀다 ‘누구야, 이건 어떠니‘라고 책으로 내버리는 것은 조금 비겁해 보였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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