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제이슨 본 (JASON BOURNE, 2016)

제이슨 본 (JASON BOURNE, 2016)
–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할 것들

트릴로지 이후 10년, <본> 시리즈가 다시 돌아왔다. 007 시리즈처럼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를 바꿔 시리즈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에도, 이번 <제이슨 본>의 주인공은 2002년 등장해 세계를 흔들었던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이다. 올해 46세인 배우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스릴 있고 타격감 있는 액션은 여전하다.


자신의 본래 이름과 과거 기억을 일부를 되찾은 제이슨 본은 총성과 함께 물에 빠진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날, CIA 서버가 해킹되어 비밀공작 파일이 유출된다. 이를 감지한 젊고 유능한 사이버 팀장 헤더 리는 제이슨 본과의 연결점을 찾아 상부에 보고해 본을 추적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CIA 국장 듀이와 본의 숙적 저격수는 숨겨둔 과거를 파헤치는 제이슨 본을 제거하기 위해 헤더 리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요원들을 이용하지만 줄곧 놓치고 만다. 세계를 떠돌던 본은 미국 입국에 성공하고 새로운 비밀공작의 전말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베가스를 향한 듀이, 저격수, 헤더 리와 한 곳에 마주한다.

첩보 영화의 원조 격인 007 시리즈는 2012년 개봉한 <007 스카이폴>에서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제이슨 본처럼 생사가 불분명했던 제임스 본드가 위기에 빠진 MI6를 구한다는 <007 스카이폴>은 M의 죽음으로 이전 세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암시한다. 이번 <제이슨 본>에서도 구세대를 대표하는 듀이 국장과 새로운 세대의 헤더 리가 제이슨 본을 두고 공조하고 또 대치한다.


냉전 시대의 체제와 이념의 갈등에서 비롯된 공포는 첩보 작전의 당위이자 원동력이었다. 첩보 요원들은 크고 작은 당대의 첨단 기술로 상대 진영의 정보를 빼돌린다. 드론이나 제 발로 움직이는 로봇이 있을 리 만무하니 사람이 직접 적진에 뛰어들고, 유사시에는 주먹, 총, 칼이 오간다. 매 작전에 목숨을 걸고 임하는 요원들은 지능적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주먹질은 물론, 극한에 가까운 체력과 돌발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과 돌파력, 실패 시 갖은 고문에도 기밀을 누설하지 않는 충성심이 필수다.

냉전 이후 이념 논리가 희미해지자 구세대들은 ‘악’을 만들고 주입해 맹목적으로 달려들 수 있는 당위를 만들어낸다. 제이슨 본처럼 구세대의 패러다임으로 훈련된 많은 요원은 특정 개인이나 기관, 체제의 유지나 이해를 위해 대체로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소모된다.

기술이 발달하자 은폐했던 과거가 우연한 계기로 수면 위에 오른다. 발로 뛰며 수집한 개별 정보를 퍼즐 조각 맞추듯 한데 모으던 과거와 달리, 수년간 쌓인 자료를 몇 번의 검색으로 손쉽게 분석한다. 어느 날 CIA 서버에 침투한 해킹에서 ‘제이슨 본’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데 단 몇 분도 걸리지 않는다. 사방에 깔린 CCTV와 머리 위를 날고 있는 위성은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무심코 켜 둔 휴대폰 네트워크로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모조리 삭제한다. 새로운 세대의 첩보전은 몸보다는 머리, 주먹보다는 손가락이 주축이 되고, ‘눈’을 차지하는 자가 막강한 권력을 쥔다.

오랜 시간 침묵을 깨고 돌아온 <제이슨 본>은 새로운 위협에 대해 경고한다. 본이 ‘눈’을 맹신하던 이들을 속이고 코앞까지 온 감시망을 피하는 과정은 역으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눈들을 조명한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딥 드림’과 CIA의 비밀공작은 소름 끼칠 정도로 현실적이다.

이미 돌이키기엔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름은 늘었을지언정 제이슨 본은 새로운 시대와 기술에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한발 앞서나가는 기지를 발휘한다. 끊임없이 정체성과 과거로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는 제이슨 본은 매일매일 마주하는 거대한 벽에 무기력해져 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제이슨 본은 이전 세대에도 그랬듯 새로운 세대에서도 크게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많이 지쳐 보이는 제이슨 본도 이제는 조금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

  • 제목: 제이슨 본 (JASON BOURNE, 2016)
  • 연출: 폴 그린그래스 (Paul Greengrass)
  • 각본: 맷 데이먼 (Matt Damon), 폴 그린그래스 (Paul Greengrass), 크리스토퍼 라우즈 (Christopher Rouse)
  • 원안: 로버트 러들럼 (Robert Ludlum)
  • 출연: 맷 데이먼 (제이슨 본), 알리시아 비칸데르 (Alicia Vikander, 헤더 리), 뱅상 카셀 (Vincent Cassel, 저격수/Asset), 줄리아 스타일스 (Julia Stiles, 니키 파슨스), 토미 리 존스 (Tommy Lee Jones, 로버트 드웨이/듀이)
  • 장르: 액션, 스릴러
  • 제작국가: 미국
  • 촬영: 베리 애크로이드 (Barry Ackroyd)

***


+ 맷 데이먼, 토미 리 존스, 뱅상 카셀에게서 세월의 흐름이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특히 토미 리 존스). 뱅상 카셀에게도 이름을.


+ 군더더기 없는 액션과 빠른 화면 전환에 (여전히) 긴장을 늦출 새가 없었다. 오랜만에 본 시원하고 스릴 넘치는 액션 영화. (극장 관람 추천 – 본 시리즈조차 상영관이 많지 않다)

+ 007이 애국심을 선택한 반면, 제이슨 본은 주변의 회유에도 여전히 중립적인 눈빛이다. 숱한 기밀정보 앞에서도 자신의 과거만을 파헤치는 그의 트라우마와 뚝심에 안타까우면서도 감탄.

+ 눈앞에 있는 사람조차 속이는 능구렁이 같은 듀이와 능력과 야심은 있지만 연륜이 부족한 헤더 리를 통해, 조직에 절대복종하던 구세대와 개인의 성과와 업적을 위해 움직이는 새로운 세대가 대비된다.

**별점을 주자면: 8.0/10 (스토리:7, 비주얼:8, 연출:8, 연기:9)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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