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 ‘우리, 정말 사랑일까?‘
추적조차 불가능한 감옥 철창에 한 여인이 매달려 뱅글뱅글 돈다. 하늘거리는 몸놀림, 느릿한 말투, 끈적이는 손짓이 매혹적이다. 이렇게 생각한 간수 5명이 병원 신세 중이다. 그녀는 바로 조커의 여인 ‘할리 퀸’이다.
양 갈래로 묶은 머리, 분장한 듯한 흰 피부, 롤리팝을 연상시키는 붉고 푸른 코디, 야구 방망이, 크고 화려한 액세사리, 짧은 바지에 스포티한 하이힐. 한데 섞이기 힘든 소품들은 마고 로비로 할리 퀸의 일부가 된다. 무거운 DC 코믹스에 어둡기로 유명한 캐릭터의 집합인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할리 퀸은 흡사 맛있지만 불량한 맛의 청량음료 같은 존재로 독특한 활력을 더한다.
등장부터 비범한 할리 퀸은 아캄 정신 병원의 정신과 의사였다. 희대의 악당 조커를 치료하다 사랑에 빠져 미쳐버렸다는 설정이다. 배트맨을 쥐락펴락하는 사이코패스를 향한 사랑을 위해 전기 충격을 감내하고 부글거리는 액체로 과감히 몸을 던진다. 누군가에 쉽게 빠질 리 없는 조커조차 할리 퀸을 구하기 위해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나 불사신마냥 기관총을 휘갈긴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에 이어 자레드 레토를 통해 탄생할 또 다른 조커의 모습은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개봉 이후 영화에 대한 평이 엇갈린다. 회의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이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히어로가 대거 등장하는 어벤져스 류의 액션 영화라 생각해서 생긴 오해들이다. 당초 예상보다 할리 퀸과 조커가 적게 등장한 탓도 있겠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관통하는 주제는 다름 아닌 ‘사랑’이다. 조커는 할리 퀸을 위해 배트맨 (존 웨인) 소속 연구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헬기를 탈취한다. 플래그는 (멸망을 앞둔 지구와) 인챈트리스에 몸을 빼앗겨버린 준 문을 구하기 위해 눈물로 스쿼드에 호소한다. 언제 어디서든 백발백중인 데드샷은 딸을 위해 배트맨 앞에서 총을 버리고, 승산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건다. 사랑하는 가족을 불태운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디아블로는 동료이자 새로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면의 악마를 깨운다. Love saves the World. 사랑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영화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나면, 눈과 귀가 한층 즐겁다. 매끈한 수트에 온갖 기술이 동원된 화려한 액션은 아니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합을 맞춰 본의 아니게 지구를 구하는 과정은 박진감이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차기작 ‘저스티스 리그’의 물밑 작업도 이루어진다. (미들 시티에서 그 난리가 나는 동안 보이지 않던) 배트맨이 중간중간 등장해 스쿼드와 연결점을 만들어간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논하며 OST를 빼놓을 수 없다. Skrillex와 Rick Ross의 Purple Lamborghini, Lil’ Wayne, Wiz Khalifa, Imagine Dragons의 Sucker For Pain, Twenty One Pilots의 Heathens 등 유수의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OST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영상과 캐릭터와 절묘하게 배치되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인챈트리스의 마법이 만들어낸 환각 속에 괴기스러운 분장을 지우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조커와 할리 퀸의 모습이 보인다. 정체 모를 생명체와 맞서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잊을 수 없던 사랑을 잃고도 목놓아 울 수 없다. 조커마저 흔든 사랑을 선택한 책임으로 평범한 행복을 포기한 할리 퀸은 어쩌면, 미친 척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게 아닐까. 과장된 경쾌함 속에 스쳐간 그녀의 외롭고 슬픈 시선이 영화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의 사랑도 해피 엔딩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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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 연출, 각본: 데이비드 에이어 (David Ayer)
- 원안: 존 오스트랜더 (John Ostrander)
- 출연: 윌 스미스 (Will Smith, 플로이드 로턴/데드샷), 자레드 레토 (Jared Leto, 조커), 마고 로비 (Margot Robbie, 할리 퀸젤/할리 퀸), 카라 델레바인 (Cara Delevingne, 준 문/인챈트리스), 조엘 킨나만 (Joel Kinnaman, 릭 플래그), 비올라 데이비스 (Viola Davis, 아만다 윌러)
- 장르: 액션 (+ 로맨스)
- 제작국가: 미국, 캐나다
- 촬영: 로만 바스야노프 (Roman Vasya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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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영화 속 조커들의 강한 캐릭터 때문에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자레드 레토의 조커는 ‘사랑꾼’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구축해나간다.
그래서 이 괴기한 로맨스(…) 영화의 정점은 조커가 할리 퀸을 안으며 “Let’s go home”이라고 했던 장면으로 꼽는다.
+ 손가락만 돌리다 진 그레이의 폭주 한 번에 끝나버린 아포칼립스에 비해 인챈트리스는 스쿼드가 맞서 겨룰만한 중량감. 파리 날리는 듯한 비주얼과 각기 춤은 안타까웠지만.
+ 엑스맨에 진 그레이가 있었다면, 스쿼드에는 디아블로. 그에게 스쿼드는 다소 성급히 새로운 가족이 되나 이들을 지키기 위해 각성한 디아블로는 신의 언어와 힘으로 인챈트리스 남매에 맞선다. (살아나라!)
+ 윌 스미스는 악당 군단에서도 착하고 정의감 넘치는 악당.
+ “Would you die for me?” “No…. That’s too easy. Would you live for me?”
날 위해 죽을 수 있는지보다, 날 위해 살 수 있는지를 묻는 사랑꾼 조커의 의미심장한 대사. 한 번의 선택으로 맞을 수 있는 것이 죽음이라면, 삶은 길고 유쾌하지만은 않은 질문과 선택의 연속이라는 걸 알고 던진 질문이 아닐까. 연인, 가족, 아니 스스로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질문이다.
+ 데이비어 에이어 감독은 브래드 피트 주연의 <퓨리>의 각본, 제작, 연출을 맡았던 데이비어 에이어 감독이 <수어사이트 스쿼드>의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그 영향인지 가볍게 지나가는 듯 가볍지 않은 대목들이 있었다.
+ 아, 나쁜 놈 위에는 더 나쁜 놈이 있다. 할리 퀸이 ‘당신은 악마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럴지도’라고 대답한 그녀는 끝까지 일관적이다.
+ 자막과 대사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르다.
+ 영화관에서 두 번 봤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다. 기왕이면 스크린이 크고 사운드가 좋은 상영관에서 보는 것을 권한다. (이번 주에 내려가려나)
짧은 감상: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히어로 군단의 화려한 액션 영화보다 (액션) 로맨스에 가깝다. 숱한 논란에도 영화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나면 눈과 귀가 즐겁다. 영화의 재미 50은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 30은 할리 퀸, 20은 음악이다. 무엇보다 할리 퀸과 조커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별점을 주자면: 8.0/10 (스토리:7, 비주얼:7, 연출:8, 연기:9 + 음악:10)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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