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졸업 (2016)
다행히 졸업 (2016)
– 당신의 마지막 날갯짓은 언제였나요?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 이 포스팅은 창비 <다행히 졸업> 단편하게 책읽는당 서평단으로 선정, 제공받은 단편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그 어떤 영화보다 영화 같았던 하루가 지나갔다. 어디선가 받아쓴 원고를 벙긋거리던 뉴스 대부분과 정치인들에게 더 할 말이 남았을까. ‘옳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 오늘, 마무리했던 서평을 지우고 새로 쓰기로 했다.
소설의 주인공과 친구들은 학교 급식 비리에 대한 보도자료와 뉴스 기사를 인쇄한 전단을 뿌린다. 무관심한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와 비리에도 태연한 어른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언론을 통해 뉴스가 전파되고 논란이 가중되자 어른들은 초조해진다. 진보와 보수라는 명목으로 편을 갈라 옥신각신이다. 그 사이 이들은 교감실에 불려가 ‘추천서를 써주지 않겠다’는 애처로운 협박을 받는다.
편 가르기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뜻을 함께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학교 분위기를 흩트린다며 눈살을 찌푸리고, 입시를 위한 보여주기식 행동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따른다.
옳다고 생각한 것에 목소리를 내면 저항에 부딪힌다. 사건의 크기와는 무관하다. 소설처럼 급식일 수도 있고, 그보다 일상적인 것일 수도 있다. 목소리를 낸 이의 수가 적을수록 더욱 거센 저항에 부딪히기 일쑤다. 선의로 시작한 일로 되려 조용했던 다수에게 불편함을 주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보통은 몇 번의 좌절로 물러나는 쪽을 택한다.
주인공 역시 한발 물러선다. 어른의 정의는 이루어졌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옳은 것’은 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반향을 일으켰다. 새가 난다는 또 다른 당연한 명제에 의문을 품는다. 재기발랄한 고등학생답게 왜 나는가, 보다는 재미있을지다.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대부분의 새가 날 수 있다. 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다. 그러나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은 한정적이다. 너무 어리거나 늙거나 병이 들면 날 수 없다. 그래서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 때, 잠재력이 실현될 때 쾌감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에게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른 것을 옳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주어진 능력을 쓰거나, 쓸 기회를 마주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직 시스템과 가족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보다 우연한 ‘날갯짓’에 희망을 품는다.
‘단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은 뉴스로 흘러나오는 지금의 현실과 맞물렸다.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별하고 추구할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을 우리는 얼마나 외면하고, 혹은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을까. 각자의 안위와 복잡한 사정에 얽매여 날개를 펼쳐본 지 기억도 나지 않은 살찐 비둘기가 되어버린 것을 아닐지 자문해본다.
각자의 사정과 신념이 부딪혀 갈등의 기로에 서거나 한 발 물러선 주인공과 우리에게 한 언론인은 실마리를 제공한다. 진실과 정의를 좇아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의로움 이상의 집요함이라는 것. 옳아서 이기는 경우는 드물고, 집요한 ‘악’에 맞서 더욱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버텨야 이긴다는, 그 언론인을 두고 쓴 한 기사가 자꾸 머릿속을 맴도는 건, 소설 속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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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행히 졸업
지은이: 장강명, 김아정, 우다영, 임태운, 이서영, 정세랑, 전혜진, 김보영, 김상현
출판: 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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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이미지 출처: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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