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2016)
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2016)
– 연민과 공존의 가치를 잊은 어른을 위한 따뜻한 동화
(뉴트) “신비한 동물에 대한 책을 쓰고 있어요.”
(티나) “어떻게 ‘박멸’하는지에 대한 것인가요?”
우리는 생김새가 다른, 특히 인간이 아닌 존재를 더러 ‘괴수’, ‘괴물’, 혹은 ‘괴상한 것’이라 부른다. 정상인 우리와 다르고 별난 존재라는 시선이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의 두 마법사가 나눈 짧은 대화는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차별적인 시선과 배타적인 태도를 담고 있다.
국적이나 출신의 문제로 보기 어렵지만, 호그와트 출신의 뉴트가 바다 건너 전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인 뉴욕을 방문한다는 설정은 의미심장하다. 영화 속 뉴욕은 사람과 마법사, 마법사와 괴수(신비한 동물), 마법사 내 계급 간 깊은 갈등의 골로 긴장이 극에 달한 상태다. 마법사들은 생존을 명목으로 엄격한 법과 집행기관을 만들어 서로의 활동을 감시, 통제하고, 필요에 따라 사건을 조작하거나 대상을 제거한다. 이들 앞에 나타난 암흑의 힘 ‘옵스큐러스’는 개체를 위협하는, 척결 대상일 뿐이다.
뉴트의 행동이나 시선은 긴장의 날이 선 MACUSA 마법사들과 사뭇 다르다. 마법 동물학자인 뉴트는 생김새며 특성이 제각각인 ‘신비한 동물’들을 철창에 가두는 대신, 자연으로 돌아갈 힘을 기를 때까지 보살핀다. 가방을 탈출한 엘럽펀트(Erumpent)를 무력으로 포획하기보다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며 유인하는가 하면, 감기에 걸린 보우트러클(Bowtruckle)을 재킷에 숨겨 다니기도 한다.
동물과 교감해온 그에게 ‘옵스큐러스’ 역시 위협이기에 앞서 이해와 연민의 대상이다. 핍박을 피해 어린 마법사가 살기 위해 만들어야 했던 어두운 배경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통제하지 못한 힘으로부터 그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럼없이 위험 속으로 몸을 던진다.
마법사와 인간 사회 간 일촉즉발의 위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영국에서 온 낯선 마법사에 의해 해소된다. 거기까지다. 시스템은 다수를 보호하기 위한 질서 유지라는 미명 하에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간다. 한 개인이 거대한 체제를 뒤흔들기에 역부족이기는 판타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뉴트의 진심과 목숨을 건 노력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그는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뉴튼의 세계에서는 금지된 동물들과 공존할 수 있고, 인간과 마법사가 마음을 나눌 수 있다. 모두가 ‘옵스큐러스’의 해악적인 단편을 볼 때 뉴트는 지구본을 돌리듯 무섭거나 어린, 옵스큐러스의 여러 얼굴들을 두루 살핀다.
우리는 각박한 현실을 핑계로 많은 걸 뒤로하고 산다. 무언가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데 드는 시간과 정성을 들이기보다, 다름을 틀린 것으로 생각해버리고 만다. 그러기 쉽다. 편의와 효율을 두둔하는 동안, 우리 속의 호기심 많고 따뜻한 인간은 자꾸만 작아진다. 그래서 영상과 연기로 꽉 채워진 황홀한 판타지는 ‘공존’이라는 선택지를 잊고 사는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어른을 위한 동화는 네 편 더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꼬마 마법사의 성장기와 사뭇 다를, 뉴트 스캐맨더의 모험담이 많은 이의 가슴을 울릴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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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신비한 동물사전 (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2016)
- 연출: 데이빗 예이츠 (David Yates)
- 각본: 조앤 K. 롤링 (Joan K. Rowling)
- 출연: 에디 레드메인 (Eddie Redmayne, 뉴트 스캐맨더), 콜린 파렐 (Collin Farell, 퍼시발 그레이브스), 캐서린 워터스턴 (Katherine Waterston, 티나 골드스틴), 앨리슨 수돌 (Allison Sudol, 퀴니 골드스틴), 댄 포글러 (Dan Fogler, 제이콥 코왈스키)
- 장르: 판타지, 모험
- 제작국가: 영국, 미국
- 촬영: 필립 루셀롯 (Philippe Rousse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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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트 스캐맨더는 호그와트 후플푸프(Hufflepuff) 출신.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퀴디치 팀 주장 세드릭 디고리와 같은 기숙사 소속이다. 해리 포터에서 찬밥(…) 신세였던 후플푸프가 제대로 조명될지는 지켜볼 일. (쫓겨났다는 이야기와 머플러로 끝일지도 모른다.)
(인상적인 볼터치)
+ 여러모로 해리 포터보다는 ‘워킹타이틀’의 판타지 영화 같았다. 다시 봐도 에디 레드메인이 아닌 슈트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격.
(++ 동물이며 제이콥, 퀴니 등등 캐릭터 하나하나 소중하다)
+ 메*박스 M관과 C*V IMAX관에서 봤는데, 큰 화면은 물론 3D로도 충분히 볼만하다.
+ 그래도 노마지보다는 머글.
+ 제한된 자막의 공간에 담지 못한 시선이나 힌트를 영어 대사 속에서 찾아보는 것도 재미.
+ 덕 중 덕은 양덕(…)이라고 했던가. 뉴트 스캐맨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해리포터 위키아에서.
**별점을 주자면: 9.0/10 (스토리:8, 비주얼:8, 연출:8, 연기: 9)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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