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La La Land, 2016)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 현실을 닮은 그 남자와 여자의 사랑, 그 씁쓸한 편린
지독하게 막히는 고가도로 위, 사람들이 느닷없이 뛰어나와 노래한다. 무리 지은 사람들의 무지개색 의상만큼 경쾌하고 화려한 음악이 흐른다. 꿈꾸는 자들의 도시, 라라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남자와 배우가 되기를 희망하는 여자의 만남은 시작부터 엇갈린다. 여자는 오디션에 거듭 실패하고, 남자는 원하는 노래를 연주하지 못하기는커녕 생계를 위해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전전긍긍이다. 우연을 거듭한 둘의 관계는 만나던 남자친구를 뿌리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달린 여자의 용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랑의 시작으로 막을 내리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영화 <라라랜드>는 계속해서 흘러간다. 둘은 꿈을 따라 달리던 길 끝에서 벽에 부딪혀 무너지기도 하고, ‘먹고 사는’ 현실 앞에 타협점을 찾으며 씁쓸함을 삼키기도 한다. 타오르는 열정, 불안과 의심, 차분한 우울과 같은 일상적인 감정은 무지개 위의 다양한 색과 음악으로 표현된다.
꿈과 사랑을 모두 포기하고 연락 두절된 여자 집 문 앞에 경적소리가 울린다. 방점 하나 없이 흘려 보낸 말 한마디를 기억한 남자의 사랑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처럼 예고 없이 찾아온 기회는 둘을 사랑과 꿈이 갈라지는 분기점에 세운다. 요란한 이별이나 장밋빛 약속 없이 꿈처럼 찾아올 순간을 기약한다.
시간이 흘러 둘은 우연히 재회한다. 미안함과 후회가 범벅된 남자의 사랑으로 울린 경적소리는 여자가 꿈꾸던 지금을 만들고, 몇 푼 생계에 잊혀지던 꿈을 캐묻던 여자의 질문 덕에 남자는 피아노 앞에 있다. 그러나 꿈을 이룬 둘 옆에 서로의 자리는 없다.
‘만약에 그때 그랬더라면’ 이라는 후회가 첫 만남의 피아노 선율에 따라 재생된다. 남자는 여자와 함께 하지 못했던 빈 공간에 자신을 대입한다. 형형색색의 후회는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으로 경쾌하게 스크린을 수놓는다. 그리고 현실. 격정의 연주 끝에 마주친 둘 사이에는 영영 마주치지 않는 두 길의 끝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 같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퍼진다. 여자도 이내 은은하게 웃는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추억이 된다.
영화가 현실을 닮아갈수록 극장 속 공기가 무거워진다. 오색찬란한 스크린과 휘몰아치는 선율도 마음 속에 침전한다. 여자와 남자는 용기와 사랑이 겹치고 또 엇갈리며 서로를 이루었지만, 함께할 수는 없다. 극적인 다툼이나 갈등이 있었다기보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다. 논리나 상관관계의 영역을 넘어, 그저 그럴 수 밖에 없다.
영화 <라라랜드>는 전작 <위플래쉬>처럼 마지막에 휘몰아친다. 구구절절한 신파 없이 경쾌하게 마무리된 엔딩 뒤로 어떤 이에게는 묘연한 구석을, 어떤 이에게는 뻐근한 감회를 남긴다. 경험이 주는 감상은 제각각이다.
<라라랜드>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은 남자의 사랑이지 싶다. 차라리 머리채를 잡고 싸움이라도 했으면 속이라도 시원했을 것 같다. 덕분에 한동안, 혹은 때때로 죄책감을 느꼈을 여자는 당당하게 자리를 떠난다. <드라이브>의 묵직한 사랑은 이 곳에서도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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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 연출, 각본: 다미엔 차젤레 (Damien Chazelle)
- 출연: 라이언 고슬링 (Ryan Gosling, 세바스찬), 엠마 스톤 (Emma Stone, 미아), J.K. 시몬스 (J.K. Simmons, 재즈클럽 사장), 존 레전드 (John Legend, 키이스)
- 장르: 드라마, 뮤지컬, 멜로/로맨스
- 제작국가: 미국
- 촬영: 라이너스 산드그렌 (Linus Sandg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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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랜드’는 L.A. 혹은 헐리우드의 별칭. 환상의 세계 같은 느낌을 담고 있다고.
**별점을 주자면: 8.0/10 (스토리:8, 비주얼:7.5, 연출:8, 연기: 8.5 + 음악)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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