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괜찮아 (2016)
혼자서도 괜찮아 (2016)
– 그렇게 홀로 서도 정말 괜찮은걸까?
우연히 켠 TV, 혜민 스님이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주제로 강연 중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과 생각이 과연 진정한 나일지 묻는다. 생각에 얽매여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고, 경험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벗어나, ‘살아있는 침묵’의 본질적 자아와 진정한 자유를 찾자는 게 요지다.
언어에 의한 착각을 지적한다. 그중 어떠한 대상을 부르는 단어 때문에 우리는 연결된 존재를 분리하고 고립시키는 오류를 범한다고 한다. 가령 보랏빛 과일을 ‘포도’라고 부르면서, 포도와 연결된 나무, 포도가 열매가 되기까지의 비, 바람, 햇살, 거름, 가꾸는 이의 노력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계가 소통하고 서로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탄생한 언어가 가지는 아이러니다.
책 <혼자서도 괜찮아>에는 이러한 아이러니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존재하기까지 영향을 준 사건, 인물, 경험을 – 그것의 좋고 싫음, 자의 혹은 타의에 무관하게 –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부정한다. 특히 일반적이지 않은 가정환경을 들어 가족과는 별개로 홀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누구나 힘든 과거가 있다. 모든 가족이 행복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모든 가족은 제각각의 형태로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부대끼며 살기도 하고, 떨어진 곳에서 오가기도 하는가 하면, 왕래를 아예 끊고 살기도 한다. 사랑과 관심이 일상처럼 나누는 집도 있고, 부모, 형제, 자식 간에 이해타산을 앞세우는 경우도 있다. 이상적인 모습조차 주관적이라 어느 것 하나 정답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안타깝다. 이를 악물고 버텨온 세월로, 마음속의 허전함을 발 디딜 틈 없이 무언가를 사고 쌓아 두었던 과거로, 부당함에 쉬이 굴하지 않으려 했던 의지로 지금의 그녀가 된 것이다. 지인과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그로 인해 겪어야 했을 고초는 글에서 느껴지는 설움 이상이었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특히 가족을 저버린 자신의 홀로서기를 모두에게 정당화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반감이 생긴다.
‘싱글은 나 혼자 몸만 건사하면 되지만, 부부는 서로와 서로를 통한 얽힌 관계들, 그리고 자녀까지도 책임져야 한다. 사람이란 간사한지라 힘들 때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솔직히 돌보고 싶지 않고, 나아가 지금 고난과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혹시 상대편 때문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 p. 247. 준비되지 않은 결혼, 그 위험함
– 싱글에게도 가족이 있다. 힘들 때 이유 없이 기대고 돌보는 존재일 수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을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인 양 강요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혼자서도 괜찮아>는 싱글 여성이라는 목표 독자층이 뚜렷한 책이다. 독립을 꿈꾸거나 서툰 싱글라이프를 위한 팁, 특히 싱글의 마음가짐이나 집 구하기, 밥 챙기기,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자신을 위한, 건강한 연애를 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한다. 다만, 제목에 걸맞게 아직은 주류가 아닌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먼저 다양한 형태의 싱글 라이프를 좀더 인정하고 시작하는 편이 설득력 있었을 것 같다. 외형적으로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의 형태를 띠더라도, 과거, 관계의 상처를 단절이 아닌 이해와 연민으로 극복하려 노력했다면 책장을 덮은 후에도 따뜻한 위로가 남지 않았을까.
책 안팎에 버텨온, 그리고 버티고 있는 삶들이 너무도 많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독립해 버티고 있는 삶에 위로를 바라며 집어 든 책에 든 반발감을 길게 풀어내고 있는 건, 마음이 어려운 지점을 지나는 지금이라서 일지도 모른다. 새삼 그 숱한 어려움을 거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따뜻한 혹은 뜨거운 글을 쓰는 유시민 작가에 경외감이 든다. 어른의 글쓰기는, 어른의 길은, 그래서 힘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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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자서도 괜찮아 (2016)
지은이: 쿄코
출판: 이마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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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했던, 싱글 라이프의 마음가짐)
사람들은 얼굴도 잘 모르는 어떤 사람의 작은 일부만 보고도 그 사람을 판단하고 재단하고 싫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나를 싫어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을 매번 의식하고 그들 맘에 들도록 살 수는 없다. 타인과 내가 서로 맞지 않아 마찰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욕 좀 먹어도 죽지 않는다. 싸우지 않고 뭔가를 얻을 수 없다면 싸워야 한다. (중략)
한국에서 주류와 다른 삶을 선택하는 건 곧 모난 돌이 되겠다는 뜻이다. 모난 돌이 되기가 두려워 원하지도 않는 삶을 살 것인가? 어차피 타인의 시선과 간섭은 어떤 부분에서든 계속 쫓아오게 되어 있다. 모두가 내 선택에 대해 긍정하리라는 기대는 내려놓고,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신적으로도 맷집이 생기고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믿는다. – p. 38-40. 모난 돌이 되었음을 받아들이기.
별점을 준다면:
내용 ★★★
편집/구성 ★★★
– 본문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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