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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host Boy, 2011)
– 유령 소년의 기적 같은 인생예찬과 위로

* 이 포스팅은 푸른숲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Ghost Boy)> 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종종 가위에 눌린다. 학교, 회사에 늦었는데 연락처가 없어졌거나 길을 잃고 쳇바퀴를 돌기도 하고, 자꾸 쫓아오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기도 한다. 그 중 가장 끔찍한 건, 두 눈을 뜨고도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다. ‘여기 있어요’, ‘살려주세요’는 고사하고 외마디 비명 한 번 지를 수 없다. 나를 가둔 몸을 흔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또 쓰다 잠에서 깨면 녹초가 된다.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몇 시간, 몇 분의 꿈조차도 버겁다.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일 때 경외가 된다. 허구인 줄 알았던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저자 마틴 피스토리우스의 이야기이다. 그는 의식은 깨어 있지만 의지대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9년을 보냈다. 그 어떤 것도, 심지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마저 없었던 마틴에게 매일은 절망, 고통, 두려움이었다. 원제는 ‘유령 소년(Ghost Boy)’이지만 번역본에는 절망에 빠진 엄마가 마틴에게 한 말을 옮겼다.

가족마저 식물인간으로 생각하던 마틴의 눈동자에서 생(生)의 움직임을 읽은 건 간병인 버나였다. 포기조차 선택할 수 없었던 그에게 삶이 주어진다. 사소한 것 하나부터 선택의 연속인 인생의 낯선 무게에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렁이는 어둠에도 꿋꿋하게 지켜준 가족, 연민이 아닌 한 사람으로 마주한 사랑, 우연한 타인의 위로가 그를 다시금 생으로 이끈다.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발견된 그는 여전히 휠체어를 타고 컴퓨터의 목소리를 빌리지만 멈추지 않고 세상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는다.

모두 각자의 삶을 살아낸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 매 순간 주어진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희열과 좌절을 경험한다. 때로는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만큼 버겁다. 가장 큰 위로는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는 것이라고 했던가. 마틴의 이야기는 장애를 이겨낸 기적적인 성공담에 머무르지 않는다. 마틴 역시 가까스로 주어진 삶에 초조함이 앞서 전전긍긍하고, 선택과 책임의 무게에 짓눌려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인생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신체적 조건이 어떠하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

“인생은 결국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는, 소소한 성공과 사소한 실패의 집합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자 홀로 배워나간다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무슨 일이든 내게 일어나기를, 예상하지 못한 어디선가 내 인생을 찾을 사건이 생기기를 갈망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매일, 매주, 혹은 매달.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되자 갈피를 잡을 수 없어 헤매었지만 어차피 삶이란 예상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으며, 흥분되는 것이다.” – ‘빠지다’ 중

마틴은 우리가 누리는 일상적인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동시에 ‘소소한 성공과 사소한 실패의 집합’인 인생의 상처와 경험을 공유하며 무수한 회색 그림자 속 각자의 빛을 응원한다. 책장을 넘기며 마틴을 경험하고 공감하고 연민하는 사이, 우리도 모르게 생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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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host Boy, 2011)
지은이: 마틴 피스토리우스, 매건 로이드 데이비드
옮긴이: 이유진
출판: 푸른숲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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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발적인 제목에 스릴러인 줄 알았다. 원제인 ‘유령 소년’도 피차일반. 출판본 표지 덕에 오해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긴 하다.

+ 2015년 마틴 피스토리우스가 자신의 경험을 TED에서 나누었다.

페이지 캡쳐

영상 바로가기: 마틴 피스토리우스 (Martin Pistorius): 어떻게 의식이 돌아왔고 그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는가


– 책 이미지 출처: 푸른숲, TED 관련: 웹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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