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2006)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2006)
– ‘어서와’. 그 한 마디를 향한 일생
웃지도 울지도 못한 기분을 슬픈 영화로 달래고 싶다는 말에 한 지인이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추천했다.
카와지리 쇼는 아버지의 부탁 혹은 지시로 ‘시시한 인생’을 살았던 고모 마츠코가 살았던 아파트를 정리한다.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뒤섞인 쓰레기 더미를 치우다 발견한 아이돌 그룹의 포스터. 존재조차 몰랐던 고모 마츠코의 일생은 첫인상부터 미스터리 투성이다.
카와지리 마츠코는 아버지의 관심을 받으려 엉뚱한 표정을 짓곤 하는 평범한 가정의 맏이였다. 마츠코의 삶은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일어난 절도 사건 이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소용돌이친다. 동거하던 작가 지망생의 자살, 그의 재능을 질투한 남성과의 불륜, 기둥 서방 살해, 자살 직전 ‘평범한’ 이발사와의 만남, 형무소에서의 8년, 제자와의 재회, 동거….
마츠코의 일생은 잘못된 만남과 불행의 쳇바퀴를 도는 듯하다. 쓰레기 수거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불쾌한 냄새를 풍기던 마츠코와 그녀의 일생은 타인에 의해 혐오로 결론 내려진다. 피붙이지만 정작 마츠코를 잘 알지 못한 남동생에게는 ‘별 볼 일 없고 시시한’ 인생을 산, 부끄러운 누나였을 뿐이다.
신이 사랑이라면, 마츠코는 신이었다.
반면 지칠 법도 한데 언제나 또 한번, 이번에야말로, 라는 마음으로 오롯이 자신을 다해 사랑하고 상처받는 마츠코는 가까운 이들의 마음에 변두리의 타인이 알지 못하는 사랑과 후회, 영감을 남긴다. 그 누가 어떤 이의 인생을 시시하다고 할 수 있던가. 태어나서 미안한 인생은 없다. 마음을 다해 사는 것 자체로 매순간이 의미 넘칠 수 있음을 마츠코는 온몸을 다해 보여준다. 인생의 가치가 얼마나 받는지가 아니라 주는지에 대한 것이라면, 마츠코는 신이었고, 계절마다 만개한 꽃이었다.
가까운 이들에게는 불꽃 같았던 마츠코의 열정적인 삶은 사실 어느 때고 돌아갈 수 있는 마츠코 자신의 ‘노스텔지아’를 향한 여정으로 함축된다. 어린 시절 병상에 누워있는 동생에 밀려 집에서조차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없었던 마츠코의 외로운 마음은, 지치고 망가진 몸과 마음을 조건없이 반기는 이가 있는 ‘비빌 언덕’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다. 마음이 빠르게 소비되고 교체될수록 갈망은 더욱 자기파괴적으로, 스스로를 돌볼 새도 없이 상처투성이인 마츠코를 다시금 관계 속으로 밀어 넣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츠코가 그토록 그리던 곳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아버지의 일기장은 매일 마츠코의 연락을 기다렸다는 흔적으로 채워지고, 자신을 질투한다고 생각한 동생은 마지막까지 언제고 돌아올 마츠코를 기다리고 그리워한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 마츠코의 일생을 화려한 희극으로 그리던 영화는, 눈앞의 소중함을 보지 못하고 너무 멀리 돌아간 그들의 이야기가 남다르지 않음을 시사하는 마지막 순간, 슬픔으로 주저앉는다.
‘어서와(おかえり).’
‘다녀왔어 (ただいま).’
끝을 모르고 빨라지는 모든 것들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마음은 늘 돌아가 의지할 곳을 찾는다. 격렬한 사랑의 정점에서도 문득, 무섭게 파고드는 외로움을 피할 길 없이 방황하기 일쑤인 평범한 마음에 ‘어서와’, 그 한 마디가 지닌 힘은 생각보다 더 크고 절실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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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 2006)
- 연출/각본: 나카시마 테츠야
- 원작: 야마다 무네키
- 출연: 나카타니 미키 (카와지리 마츠코), 에이타 (마츠코의 조카, 카와지리 쇼)
- 제작국가: 일본
- 촬영: 아토 마사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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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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