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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알다 해를 살다 (2019, 유종반)

<때를 알다 해를 살다> (2019, 유종반)
– 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절기 공부

밤낮으로 밝은 도시를 벗어나 산정에 들면 해의 길이 변화가 확연하다. 해는 동지를 기점으로 점점 길어지다 하지를 지나며 다시 짧아져 같은 길을 오르내리는 데도 여름에는 초입부터 환하던 길이 겨울에는 중턱이 되어서야 조금씩 밝아진다. 자연이 그렇듯 매일, 매달, 계절마다 그 모습이 다르다.

유난히 가물고 따뜻한 겨울이었다. 경칩 즈음에 알을 낳곤 한다는 지리산 북방산개구리는 예년보다 1달 가까이 빠른, 1월 말 경 첫 산란을 시작했다고 한다. 입춘이 지나서야 서울에 눈 다운 눈이 내렸다. 조금씩 어긋나는 절기와 기후를 보며 이제껏 달력에 작게 적힌 절기가 음력에 기반하기 때문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전통에 따른 이름뿐인 무엇일거라 지레짐작했다.

절기(節氣)는, 놀랍게도, 태양력이다. 태양력이지만 매년 같지 않아 해마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작성해 발표한다. 약 3천 년 전 화북지방(중국 북부지방)에서 시작해 아시아 등지에서 주로 농사력으로 쓰이고 있지만, 농사를 위해 생겼다기보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농사를 짓다 보니 절기를 알게 되어 절기력이 만들어졌다.

24절기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24구간으로 표시한다. 지구에서 봤을 때 태양의 궤적은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를 오가는데, 태양이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점이나 추분점에 있을 때 적도(0°)에 있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점에 있을 때는 북회귀선(북위 23.5°)에,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점에 있을 때는 남회귀선(남위 23.5°)에 닿는다.

천문학적으로 의미를 갖는 네 절기를 제외한 나머지 절기는 그 즈음의 기후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데 날씨와 계절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아울러 ‘節氣’의 한자에서 유추할 수 있듯 단순한 시간의 분절보다는 ‘해가 만들어낸 자연과 생명 기운의 흐름’을 표현한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책 <때를 알다 해를 살다>는 절기에 대한 정보 모음을 넘어, 절기에 따라 살아가는 삶을 생각해볼 단서를 고루 담았다. ‘해가 죽었다 살아나는’ 동지를 지나 입춘, 춘분, 입하, 하지, 입추, 추분에서 다시 동지로 순환하는 절기마다 채워진 그 의미와 풍속, 우리 강산의 모습, 시(詩)와 질문을 따라 읽다보면 그간 얼마나 자연에 무뎌진 삶을 살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자연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낸 강한 씨앗은 이듬해 건강하게 싹을 틔우고, 입춘 전 삼한사온으로 얼고 녹기를 반복한 땅은 굳은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싹이 나오기 쉽게 한다. 한여름 무더위와 햇볕은 열매가 제 모양을 맺고 알차게 여물게 하고 비는 생명에 물을 더한다. 가을에 들어 열매가 익고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 즈음 단풍이 든 나무는 서서히 잎을 떨어뜨리며 새로운 생명을 준비한다. 추울 때 따뜻하게 더울 때 시원하게 있기 위해 많은 기기 속에 둘러싸여 연결되어 순환하는 자연을 잊고 사는 우리 역시 이러한 자연의 흐름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하다.

산정에서는 불과 몇 해 사이 변화의 폭이 부쩍 크게 느껴진다. 비단 산정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규모를 더하는 자연재해, 식물종의 고사, 동물의 멸종 등 생태계의 변화, 질병의 확산 등 두려운 변화를 우리는 매일 목도하고 있다. 오래도록 관찰된 자연의 모습에 기반한 절기가 기후와 어긋나는 것에는 이러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기상학자들은 기후는 성품이고 날씨는 기분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기후변화가 여러 차례 일어났지만 자연 스스로 복원해왔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기후변화는 인간이 일으킨 것이다. 변화가 너무 급격해 지구 복원력 한계를 넘어 인류를 스스로 위기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이젠 절기에 맞게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 P. 32

자연과 생명을 알면 알수록 외면하거나 무지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일이 는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불편함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우리가 만들어낸 것들일지도 모른다. 자연에 어긋나지 않는 삶, 자연과 함께하는 삶, 나아가 자연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절기를 안다는 것은 나의 생을 돌아보고 자연과 나의 절기를 채워가기 위한 첫걸음이자, 자연스럽게 살아가기 위한 적극적인 생의 의지이고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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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를 알다 해를 살다
지은이: 유종반
출판: 작은것이 아름답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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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본 감상은 ‘작은것이 아름답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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