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커스 (Daybreakers, 2009)
데이브레이커스 (Daybreakers, 2009)
– 인간과 너무 비슷한 뱀파이어들
감독: 마이클/피터 스피어리그 (Spierig brothers)
출연: 에단 호크(Ethan Hawke, 에드워드 댈턴), 웰렘 데포(Willem Dafoe, 라이오넬 ‘엘비스’ 코맥), 샘 닐(Sam Neill, 찰스 브롬리), 클로리아 카번(Claudia Karvan, 오드리 베넷), 마이클 도어맨(Michael Doorman, 프랭키 댈턴), 이사벨 루카스(Isabel Lucas, 앨리슨 브롬리),
장르: 액션, 드라마, 공포, 스릴러
제작국가: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뱀파이어 영화는 어떤 변화를 주어도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는 편견을 단번에 무너뜨린 다소 무거운, 인간에 대한 영화.
굳이 원본 포스터를 찾은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우리 나라 포스터에서 어설픈 합성으로 넣은 것 같은 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영화는 뱀파이어 바이러스가 발생한 10년 후인 2019년을 배경으로 한다. 인류는 5% 밖에 남지 않은 멸종 위기의 생물들이고, 인간의 피를 먹을 수 밖에 없는 뱀파이어들은 혈액 대체품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주인공은 혈액 연구원이지만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으며, 그들의 필요에 의해 사육되고 실험되는 것을 보며 연민과 갈등 속에 매일을 살아간다.
인류는 뱀파이어가 되어서도 어쩔 수 없는 걸까? 영화 속 그들의 모습이 지금의 작태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 무겁기만 하다. 피를 구걸하는 거지 뱀파이어도, 돈에 눈이 멀어 종족의 번영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대기업마저도 너무 비슷하다. 필요에 의해 소비하고, 착취하며, 버리는 그들은 우리와 다를 게 없다. 영화의 뱀파이어와 우리의 다른 점이라곤 커피에 우유 대신 피를 섞어야 하고, 밥 대신 피를 마셔야 한다는 것뿐이다.
피를 두고 벌이는 전쟁은 흡사 석유나 천연 자원을 둘러싸고 벌이는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규칙을 만들며, 규칙에 위배되거나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으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이 또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며 정당화한다.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한다.
인간의 잔혹함 역시 그대로이다. 이성을 가지며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뱀파이어들이지만 자신의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동족은 물론 자식마저도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이러한 와중에 치료제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치료제를 통해 병든 사회를 치유하고 뱀파이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지만, 이윤 창출에 급급한 대기업 총수와 성공에 눈이 먼 연구원에 의해 좌절된다. 대신 피에 눈이 먼 뱀파이어들이 서로를 죽이면서 잔인한 형태로 퍼져나가는 것을 보며, 인간의 잔혹함에, 욕구에 미친 그들에 난 환멸을 느꼈다.
영화가 불편했던 이유는 납득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납득하고 인정할 수 없는 사실들을 뱀파이어를 통해 너무 잘 묘사해서이다. 마르지 않은 돈에 대한 욕심, 동족에 대한 잔혹함, 그리고 극단적인 이기주의. 인간이 지금까지 자연에게 해왔던 것과 뱀파이어가 살기 위해 인간에게 했던 일들이 무엇이 다른가?
주인공은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치료제가 있다.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이 부분을 보며 [나는 전설이다]가 생각났다)
우리도 늦지 않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멀지 않은 미래에 식량이나 공기, 물을 두고 영화가 보여준 처참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기를 희망한다. 너무 늦기 전에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찾을 수 있기를 빌어 본다.
+1. 영화 내내 뱀파이어 사회에 세밀한 묘 사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커피숍과 자동차의 주간 주행 모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그들. 담배를 피고 커피를 마시는 모습까지 비슷하다.
+2. 영화가 더욱 현실적일 수 있었던 것은 2019년이라는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상상 가능한 기술들을 등장시켜서인 것 같다. 만약 인간 복제가 가능하다는 전제였다면, 인간을 사냥할 필요도, 혈액 대체품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지도 않았겠지? (물론 그 와중에도 생기 있는 피가 맛있다며 불법적으로 사냥하는 무리들이 반드시 존재할 거다. 지금의 인간들처럼. 대체품을 찾아도 여전히 피에 대한 요구는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들은 섬뜩할 정도로 비슷한 마케팅적 사고를 보여준다.)
+3. 뱀파이어로 등장하는 에단 호크는 여태 본 그의 모습 중에 가장 매력적이었다. (그의 모습을 본 기억이 많지는 않다)
+4. 영화 전단지는 영화를 보고 제작하는 건가? 어째서 본래 포스터에는 있지도 않은 이사벨 루카스 이미지를 합성으로 끼워 넣어야 했을까? 그녀는 영화에서 비중이 크지도 않고, 차라리 클로리아 카번을 넣었어야지. 이사벨 루카스가 섹시 히로인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런 역할도 아닌데, 너무 끼워 넣었다. (그녀는 미안하게도 나에겐 여전히 혀를 내두르고 등이 갈라지는 나쁜 로봇일 뿐) – 아래 두 포스터는 비교, 참고용.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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