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그린존 (Green Zone, 2010)

그린존 (Green Zone, 2010)
– 불편한 진실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 감독: 폴 그린글래스 (Paul Greengrass)
  • 출연: 맷 데이먼(Matt Damon, 로이 밀러), 제이슨 아이삭스(Jason Isaacs,브 릭스), 에이미 라이언(Amy Ryan, 로리 데인)
  • 장르: 액션, 드라마, 스릴러, 전쟁
  • 제작국가: 프랑스, 미국, 스페인, 영국
  • Screenplay: Brian Helgeland (Written by), Rajiv Chandrasekaran(Book)


개봉일에 맞춰 영화를 보 는 경우는 드문데, 이번 주는 개봉하는 영화가 많아 무엇을 볼지 고민하다 맷 데이먼이 출연하는 [그린존]으로 결정.

맷 데이먼은 이라크에 파병된 대량살상무기 수색을 담당하는 특수 부 대의 팀장인 로이 밀러 역할로 등장한다. 밀러는 상부의 지시로 무기가 있다는 지점을 수색하지만 매번 나오는 것이 없자 상부의 정보원을 의심하던 와중, 한 현지 시민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급습한 비밀 회의에서 잡아들인 인질들을 두고 특수 부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이라크 전쟁에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는 내용.

표현의 자유와 미국의 반응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적당한 호감과 반감을 가지고 있던 나였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다시 한번 대단한 나라임을 인정할 수 밖 에 없었다. 불 과 몇 년 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빌미로, 세계 평화 수호라는 명목 하에 그들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이 사실 그들의 연극이었음을 폭로하는 이 영화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개봉된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들 사회의 이면을 폭로하고 쓴
소리를 하는 영화들이야 끊임 없이 만들어지겠지만, 전쟁이라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하고, 한 국가를 넘어서 여러 나라를 자극할 수 있는 주제로 이런 대담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게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그냥 내버려두었다는 게) 사실 부러웠다.  – 마이클 무어 같은 감독도 열심히 영화를 만들고 있는 걸 보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단순히 소설이나 허구에 기반을 했다고 해도 논란이 됐을 법한 이 작품은 사실 [Imperial Life in the Emerald City] 라는 논픽션을 원작으로 했다. 지금은 워싱턴 포 스트(Washington Post)의 국내 뉴스부 편집장인 라 지브 찬드라세카란(RajivChandrasekaran)이 쓴 이 책은, 자신이 과거 워싱턴 포스트의 바그다드(Baghdad) 지국장으로 있을 때의 경험을 풀어나간 책이다. 물론 그 작 품에 영감을 받아 영화로 재구성한 것이긴 하지만, 영화가 현실성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점 때문.

이라크 전쟁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이었음을 새삼 들춰봐야 놀랄 것도 없지만, 미국은 적잖이 놀란 것 같다. 예상된 결과이지만 영화를 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평이 갈리고 있다. 대체적으로는 비평가들로부터는 좋은 평 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시카고 선 타임즈(Chicago Sun-Times)의 로저 에버트(Roger Ebert)는 “역대 대부분의 헐리우드 영화들이 취하지 못한 방식의 미국 전쟁 영화”라고 평을 하며 A 등급을 주었다.

– “looks at anAmerican war in a way almost no Hollywood movie ever has.” (Rating: verystrong A) –  Roger Ebert at the Chicago Sun-Times
– “action underpressure is a test and a revelation of character.”(Rating: A-) -A.O. Scott, the New York Times

물론 이 영화에 대 해 혹평을 내 린 사람들도 있다.

– “Green Zone’ isn’t cinema…It’s slander. It will go down in history as one of the most egregiouslyanti-American movies ever released by a major studio.” – Kyle Smith, NewYork Post
– “a strangelydated, foolishly grandiose, simplistically angry fictional war-zone thriller about how one patriot blows the lid off America’s missteps inIraq.” (Rating: C-) – Lisa Schwarzbaum at “Entertainment Weekly

출처:

Movie Critics Gave Matt Damon’s ‘Green Zone’ Movie ReallyGood Reviews
<http://ontheflix.com/2010/03/12/movie-critics-gave-matt-damons-green-zone-movie-really-good-reviews/>

Critics Decry Matt Damon Movie ‘The Green Zone,’ CallingIt ‘Anti-American’ <http://www.foxnews.com/entertainment/2010/03/11/new-matt-damon-movie-green-zone-called-appallingly-anti-american/>

Green Zone Movie Receives Critical Response
<http://www.bestsyndication.com/?q=20100313_green_zone_movie.htm>

평가야 개개인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다르니 분분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한 번쯤은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란 속에 영화에 대한 평은 감상 후 각자가.

말이 나온 김에 참고로 마이클 무어는, 예상대로, 이 영화를 극찬하고 있다. 그의 트위터에서 심지어는 “오늘 밤 무엇을 할 계 획이었든 간에 취소하고 그린 존을 관람하러 가라”고 했고, “이라크 전쟁에 대해 헐리우드가 만든 가장 솔직한 영화”라는 평 을 남겼다. 마이클 무어의 트위터에서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영화 속에서는 Wall Street Journal이 거짓 기사를 작성했다고 나왔지만, 실제로는 New York Times 였다는 것. 밑줄.

“Whatever you’re doing tonight, cancel urplans & go see “Green Zone” with Matt Damon! Stunning, brilliant,brave film. Just saw it. Amazing!”
“I can’t believe this film got made. It’sbeen stupidly marketed as action film. It is the most HONEST film about IraqWar made by Hollywood.”
“When u see it, pls note the paper thatlead us in2 war w/ stories full of lies was NOT Wall St. Journal. It was NYTimes. Never forget this.”

출처: 마이클 무어의 트위터

영화 속 전쟁의 이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자 미국은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겠다는 또 다른 명분으로 이라크를 들쑤신다. 30여 년간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주 바이디라는 인물을 내세워 전쟁의 명분과 함께 이라크의 통제권을 손 에 쥐려고 한 다. 그러나 이라크 국민들이 모르는, 그리고 이라크의 상황에 대해 알 리 만무한데다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 게 될지도 모르는 그를 이라크는 쉬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거기다 이는 이라크의 정권을 잡고 있던 강경파들을 자극해 반란으로 이어질 위기에 처한다.

전쟁이 일어난 후 이라크는 비참했다. 수도인 바그다드조차 물과 전기가 없어 난동이 일어나고 포탄이 쏟아졌다. 헛된 정보로 매 번 허탕치던 밀러에게 프레디라는 현지인이 나타나 바스파들이 반란을 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담의 오른팔인 알라위 장군을 보게 되고,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CIA+밀러와 진실을 은폐하고자 하는 정부 측과의 쫓고 쫓기는 진실 게임이 시작된다.


영화는 논픽션에 기반한 만큼 솔직하고 거칠다. 그리고 따끔하다. 그린존 밖에서는 물이 없어 말라가는 바그다드 시민과 모래 바람과 총알들을 피해가며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과 애국심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그린존 내의 정부 관계자들은 호화 리조트에 온 듯 야외 수영장에서 레몬에이드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밀러와 그의 팀원들이 CIA의 브라운과 만나기 위해 이 곳을 찾았을 때 펼쳐진 모습은 ‘우리도 도미노 피자나 먹고 맥주나 마셔도 되냐’는 물음에 냉소적인 웃음조차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 영화는 수영장 신과 함께 밀러가 그린존으로 이동하는 동안 입구에서 관광지에나 온 것처럼 사진을 찍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린존의 안팎 상황이 얼마나 대비되는지 보여주며, 이라크 전쟁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린존 : 2006년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뒤 후세인이 사용하던 바그다드 궁을 개조한 미군의 특별 경계 구역으로 미군 사령부 및 이라크 정부 청사가 자리한 전쟁터 속 성역 (출처: [그린존] 전단지)

이러한 부조리 이외에도 전쟁에 참가한 미군들에 대해서도 솔직하다. 배후에 무언가가 있다고 낌새를 챈 밀러가 주어진 명령 이외의 활동을 하려 하자, 이유 따위는 상관없다고 우리는 우리의 할 일만 하고 집으로 안전하게만 돌아가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윌킨스의 말에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전쟁의 명분이나 정당성에 의문을 품지 않고 참전한 그들을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그 명분이 철저하게 조작된 거짓이었다면 이를 뒤늦게 알게 된 그들의 반응은 밀러 혹은 윌킨스처럼 나누어지지 않을까?

결국 정부의 노련한 움직임으로 진실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밀러가 내린 최종 결정과 그에 따른 행동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고자 하는 용기와 전쟁에 대한 자기 반성을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소집된 이라크 간부들의 회의는 프레디가 자신의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미국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외친 것(“It is not for you to decide what happens here”)처럼, 주바이디로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세우려고 했던 미국에 일침을 가한다.

영화는 맷 데이먼이 연기한 로이 밀러를 전쟁 영웅이 아닌 그저 애국심과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투철한, 평범한 미군으로 표현하며 그가 전쟁의 이면을 파헤쳐가는 과정에서 불편한 진실을 하나 둘 풀어나갔다. 그리고 세력 간의 – 이라크와 미국 간이든, 미국 내부 세력 간이든 –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가치 판단에 대한 여지를 남긴다.

잘 만든 영화 그러나 잘못된 마케팅

이 영화는 ‘본’ 시리즈 제작진의 화려환 귀환으로 만들어진 액션 영화가 아니다. 그저 감독과 배우가 ‘본’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췄을 뿐 ‘본’ 시리즈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다분히 정치적인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화려한 액션’과 ‘본’ 시리즈를 들먹이며 사람들의 기대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끈다. ‘본’ 시리즈의 성공을 등에 업고 새로운 영화를 알리는 것이 쉽다고 생각했을 지 모르지만, 되려 이 때문에 ‘본 4’의 성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내 예상 외로 부진한 실적이 전적으로 마케팅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관객의 기대를 엉뚱한 방향으로 형성한 책임은 있다고 본다.


마무리

[그린존]은 이라크 전쟁에 숨겨진 진실을 폭로함과 동시에, 진실을 마주하는 한 평범한 인간의 고뇌와 결정 과정을 보여준다. 전쟁을 미화하지도 그러나 극단적으로 참혹하지도 않게 표현하며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며, 열린 결말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고 나올만한 액션 영화는 아니지만, 미국이 아닌 시각에서 이라크 전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적절한 무게의 전쟁 영화가 아닌가 싶다.

덧. 액션이 화려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건물에 침투하는 장면이나 추격하는 장면 등 눈을 즐겁게 하는 장면들도 많다. 다만,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핸드 헬드 기법으로 촬영된 역동적인 영상들로 조금은 눈이 피곤할 수도 있겠다.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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