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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 (1996)

Hype! (1996)
– Grunge Rock에 대한 정점에서의 기록


시애틀은 여름을 제외하고는 꽤나 우울한 날씨가 지속되는 곳이다. 특히 북위 49도 부근에 위치하지만 겨울에는 눈보다 비가 많이 오며, 늦가을에 접어들면 낮고 무겁게 깔린 구름과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시작된다. 첫 스타벅스가 문을 열게 된 것이 우연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커피 향에 취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특히 Rock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애틀은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는 도시이다. Nirvana, Soundgarden, Pearl Jam로 대표되는 그런지(Grunge)가 탄생한 곳. 시애틀 사운드라고도 불리는 그런지는 시애틀의 춥고 우울하면서도 극단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다큐멘터리 <Hype!>는 그런지의 탄생과 전성기를 기록했다. 북미를, 나아가 전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그런지가 한바탕 지나간 자리를 지금 보고 있자면 향수에 젖은 기분까지 든다.

다큐멘터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시애틀은 살기 좋은 곳이다. 공기도 맑고 산과 바다가 있으며, 도시이면서도 너무 북적이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시애틀은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으로 유명세를 떨친 곳이며, 춥고 어둡다. ‘날씨 탓에 나가지를 못하니 집 안이나 차고에서 ‘소음’을 만들며 스트레스를 풀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이런 요소들은 시애틀의 음악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친구와 사촌과 연주하고, 그러다 공연장으로 가서 지인들 앞에서 공연하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 당시 시애틀에서는 다들 성공에 집착하지 않고, 음악을 음악으로 즐기며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술에 취해 연주하기도 하고 관중석을 향해 몸을 던지기도 하고 스스로가 즐겁고 만족하는 공연이 최고의 공연인 그 곳에서 그런지가 탄생했다.

Nirvana의 Kurt Cobain

Grunge – Most Noisy..Absurd..Heaviest.. Extreme of Anything

시끄럽고 무겁고 극단적이라고 표현되는 시애틀 특유의 사운드가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애틀의 음악 ‘시장’에도 변화가 생긴다. 누구나 연주하고 공연할 수 있는 분위기는 지역 음반사들과 함께 음반 시장을 형성하면서 이러한 서브 컬처가 시장에 급속도로 공급된다. 1986년 C/Z Records가 발매한 [Deep Six] 컴필레이션 음반은 그런지를 세상에 소개한 첫 앨범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리고 시애틀, 워싱턴 일대에 머물던 그런지는 Soundgarden, Alice in Chains가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앨범을 발매함으로써 확산되기 시작하고 이 시기에 등장한 Nirvana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Nirvana를 비롯하여 Soundgarden, Pearl Jam의 상업적 성공은 그런지를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되고 타 지역 밴드들이 시애틀로 발걸음을 하게 하는 음악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자본을 유입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그들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음악이나 자유가 아닌 상업적인 가치에 치중되어 있다. 미디어는 왜곡된 시각과 의도적으로 편집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자본은 그들의 단편적인 모습을 상품화시킨다. 심지어는 그들이 입고 있던 허름한 옷가지에 그런지 패션이라는 이름표로 높은 가격이 붙는다.

Pearl Jam

이러한 사업적인 성공은 음악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즐기던 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남긴다. 좁은 무대에서 함께 호흡하며 교감하던 밴드와 관중들은 상품과 소비자로 마주하게 되고, 지나친 관심으로 밴드는 그들만의 삶과 자유를 잃게 된다. 예술 뿐만이 아니라 어떤 것이든 자본과 만나게 되면 시장과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데까지 충돌을 일으키기 마련인데 그런지의 확산은 타협점을 찾는데 까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급속도로, ‘폭발’하듯 이루어졌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욱 큰 것 같다.

이러한 성공은 과연 좋은 것인가에 대해 밴드들과 관계자들은 장단점이 있다고 표현한다. 개인과 삶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그런지 덕분에 시애틀이 발전하게 되었다고 하는 쪽도 있다. 어찌되었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즐겁다고 한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보고 있자면 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전성기의 정점에 서있던 그들과 지금은 없는 Nirvana의 Kurt Cobain,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때와는 다른 모습의 그들. 서브 컬처가 급속도로 팝 컬처로 변모해 가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시장의 상품이 되어 고통스러워하던 그들의 모습은 시장이라는 환경에 익숙해진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더 이상 순수만을 고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차고에서 지인들과 연주하던 그 모습이, 작은 공연장에서 제대로 씻지도 않은 것 같은 모습으로 음악에 취해 있던 그들의 모습이 애틋하다.

“..It can destroy everything. It can destroy what’s real, which is like music to you.. which is your life…. at whose cost? At yours, at your life, at your music… They will take it all away from you..and you are supposed to be happy about it because you are successful”

– <Hype!> 중 Pearl Jam의 Eddie Ved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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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Doug Pray
장르: 다큐멘터리, 역사, 음악
제작국가: 미국
촬영: Robert Bennett
제작: Helvey-PrayProduc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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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rvana의 [Nevermind]앨범 발매 20주년을 기념하여 올 9월 (북미지역 기준) 리마스터링 앨범이 출시될 예정이다. [Nevermind] 앨범부터 패키지까지. 벌써 20년이라니. 음악으로 늘 접해와서 세월의 흐름이 쉬이 와 닿지 않는다.


+. 지금의 시애틀에서는 그런지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많은 사람의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다.

작년 시애틀아트뮤지엄에서의 Kurt 특별전

+. 시애틀의 환경과 음악에 대해 설명하던 다큐멘터리가 Leighton Beezer의 기타 연주를 통해 그런지로 화두를 전환하는데, 깔끔하면서도 재치가 넘치는 부분.

+. 사실 영화 감상이긴 하지만, 음악에 대한 이야기라.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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