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친절한 마음과 화관 (Kind Hearts And Coronets, 1949)

친절한 마음과 화관 (Kind Hearts And Coronets,1949)
–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에는 맞불 작전


이 영화가 2000년대 혹은 1990년대에 만들어졌다면 서스펜스 넘치는 스릴러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독특하게도 모계 승계가 인정되는 다스코인 공작의 딸과 무명 오페라 가수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에서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루이스는 자신과 어머니를 무시한 집안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고 공작 작위를 얻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루이스의 살인 방법은 대담하면서도 놀랄 정도로 엉성하다. 밀애를 즐기느라 정신 없는 틈을 타서 묶어놓은 보트의 끈을 풀어 절벽으로 떨어지게 한다든지, 열기구를 화살로 쏴서 떨어뜨린다든지, 접시에 캐비어 대신 폭탄을 놓는다든지, 독살을 제외하고는 저렇게도 사람이 죽는구나, 하면서 CSI 과학수사대까지 갈 것도 없이 원한 관계 조사 한 번이면 충분히 잡힐 수 있었는데 하며 혀를 차게 된다. 사고사를 포함해 여덟 명이 죽어나가는 데도 전혀 긴장감이 없는 이유는, 이 영화가 사형직전의 루이스가 회고록을 쓰는 방식의 전개 때문이기도 하지만, 흑백 영화가 주는 담담함과 연기자들의 과장된 연기가 주는 우스꽝스러운 느낌도 적잖이 영향을 준 것 같다. (우는 모습까지 억지스럽고 웃기니 진지해지기 쉽지 않았다)

루이스는 첫 살인을 감행한 후 심적 동요를 느낀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죽인 친척의 아버지(삼촌쯤?)이자 은행장에게 애도의 편지를 쓰고 은행에서 일자리를 얻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헨리 다스코인의 장례식에서는 지루한 추도사에 하품을 하며, 전 일가가 모인 자리를 보고 있자니 갈 길이 멀다며 의지를 다진다. 여섯 명을 죽이면서도 두발 뻗고 잘 자고 자신이 공작 작위를 얻을 때 옆에 설 여자까지 고르고 있는 루이스는 이쯤 되면 사이코패스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사이코패스 루이스의 행보에 예기치 못한 변수를 두는데, 그것은 바로 시벨라라는 루이스의 소꿉친구이다. 그녀는 또 다른 소꿉친구인 라이오넬과 결혼하면서 공작이 되겠다는 루이스에 콧방귀를 뀌었다가 정말 될듯하니 아차,하며 눈물로 시작해, 연민, 협박의 카드를 차례로 꺼낸다. 일가를 모조리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인자한 공작의 이미지를 구축해 품위 있는 에디스 다스코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 루이스에게 엉뚱한 살인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결국 사형 직전까지 몰아간다. 재주는 곰이 넘고 챙기기는 사람이 한다더니, 일가를 죄다 죽이고 공작이 되었더니 가질 수 없다면 죽어버리라는 욕망의 화신 시벨라의 맞불 작전에 루이스는 일단 살고 보자며 모종의 거래를 한다.

적으면서 생각해봐도 이렇게 동적이고 긴장감 도는 이야기를 침착하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놓은 것이 신기하다. 귀족들의 권위 의식과 의미 없는 전통에 대한 집착에 대한 비판은 잘 드러나는 반면, 루이스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크게 반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1949년에 나온 이 영화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을 잡는 대안으로 맞불작전을 제시했다는 점이 놀랍다. 사실 60년도 더 된 영화의 결말에 멍해질 수 있다는, 이런 예측
불가능한 매력 때문에 계속해서 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다.

***
제목: 친절한 마음과 화관(Kind Hearts And Coronets, 1949)
감독: 로버트 하머(Robert Hamer)
출연: 데니스 프라이스(Dennis Price, 루이스 마치니), 발레리 홉슨(Valerie Hobson, 에디스), 조안 그린우드(Joan Greenwood, 시벨라),  알렉 기네스(Alec Guinness)
장르: 범죄, 코미디, 드라마
제작국가: 영국
각본: Roy Horniman (원작 소설), Robert Hamer,John Dighton (각본)
촬영: 더글러스 슬로콤브 (DouglasSlocombe)
***


+. 영화 이야기 하나: 영화 소개에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설명 중에 하나가 루이스에게 살해당하거나 사고사로 죽는 다스코인 일가의 8명 (초상화 사진까지 합하면 9명)의 역할을 알렉 기네스라는 한 사람이 연기했다는 점인데, 영화를 보면서 동일 인물인지 다른 인물인지 잘 모르겠더라. 옷차림이나 분장으로 구분하는 정도?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스팅에 사용된 스틸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있습니다. ,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Copyright © FlyingN

@A Wonder Log·마음대로 날아간 발자취

(http://wonderxlog.flyingn.net/)

 

블로그의 모든 글에 대한 저작권은 © FlyingN (Flyingneko,나는고양이)에 있습니다. 블로그 모든 문구 내용, 이미지의 무단 도용 복제 사용을 금지합니다.

 

공감, 댓글, 링크, 추천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구독하시면 더욱 편리하게 보실 있습니다.

(광고, 무분별한 비방은 임의 삭제하겠습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rror: Content is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