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 (カット, Cut, 2011)
컷 (カット, Cut, 2011)
– 열정을 향한 직설적인 물음
한 남자가 있다. 확성기에 대고 목이 터져라 영화가 죽어간다고 외치는 이 남자의 인생에는 영화 외의 다른 무언가가 자리잡을 틈이 없다. 형의 죽음으로 그의 영화제작비를 위한 빚을 떠안게 된 그가 가진 것은 몸뚱어리 뿐. 그래서 맞는다. 한 대에 얼마씩. 빚을 갚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맞고, 쓰러지고, 또 맞고, 일어난다.
이 영화는 꾸밈이 없다. 인상 깊은 영화 음악이 흐르지 않고, 카메라워크나 구도도 단순하기 그지 없다. 그만큼 영화 내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혹은 “당신은 사랑하는 무언가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 2시간의 상영 시간 내내 직구로 던져댄다.
영화의 모든 부분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이 ‘살아있는 그 시절의 영화’라고 꼽는 영화들이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영화들이다. 그들의 작품성에 이의를 제기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주인공이 죽었다는 이 시대의 영화들은 과연 죽은 걸까. 자본의 힘에 휘청거리며 제 갈 길을 가지 못한다는 지금의 영화들을 모두 부정해야 하는 걸까. 엔터테인먼트와, 결국은 흥행으로 이어지는 행보가 이전보다 심해졌다고 해서, 자본과 영화를 떼놓고 생각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역으로 던지고 싶다. 영화를 비롯한 예술이라는 것은 결국 대중의, 혹은 목표 계층의 공감을 얻는 것이 목표가 아닌가.
다양성의 문제다. 자본에 의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그런 자본과 결합한 오락성 영화만이 극장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일부 공감하지만, 또 같은 지점으로 답이 돌아갈 것 같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어느 분야든 다양성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 영화는 좋고 저 영화는 나쁘고의 판단보다 시장 자체를 크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에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성공한 큰 영화가 작은 영화의 제작과 상영에 도움을 준다든지. 그리고 영화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블록버스터가 아닌 다른 영화들을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긴, 너무 유토피아적인 생각이구나. 이 영화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영화가 오락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은, 영화 뿐만이 아니라 오락만을 향해가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고이자 안타까움 같았다. 영화도, 사람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움직이고 맞서야 하지 않냐는 탄식이 묻어 나온다.
여러 생각이 오가는 사이 영화는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백 대를 맞으며 백 편의 영화를 생각한다. 한 편 한 편 감독과 영화 제목이 지나갈 때면, 두 손을 불끈 쥐게 된다. 버텨라. 앞으로 20대, 10대.. 마치 스스로가 죽어가는 영화가 된 것처럼 죽을 때까지 얻어 맞고 나서 빚도, 그렇다고 남은 것도 없는 원점의 상태가 된다. 원점으로 돌아갈 용기와 열정이 있는가.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 그는 그렇게 원점에서 또 한번 돈을 빌려 자신의 영화를 찍는다. 빚에 의해, 돈에 의해 ‘컷’ 상태였던 그의 영화가 계속된다. 나는 어떤 것에 열정이 있는가, 그런 열정이 있는가, 몇 번을 묻게 된다. 그런 열정이 있을 때 우리의 삶이라는 영화도 계속될 거다. 치열하게. 어떤 상황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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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컷(カット, Cut, 2011)
연출/각본: 아미르 나데리(Amir Naderi)
출연: 니지시마 히데토시(슈지), 토키와 타카코(요코), 사사노 타카시(히로시), 스기타 슌(마사키)
장르: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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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로그>
컷
니시지마 히데토시,토키와 타카코 ,사사노 타카시 / 아미르 나데리
나의 점수 :
★★★☆ 죽어가는 영화와 같았던 슈지는 몇 백대를 맞고 나서 원점의 상태로 돌아온다. 그리고 ‘컷’ 상태였던 그의 영화가 계속된다. 어떤 것에 열정이 있는지, 그런 열정이 있는지 되묻게 된다. 영화 뿐만 아니라 오락만을 향해가는 모든 것에 대한 경고와 안타까움 그리고 치열함에 대한 직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 100편의 리스트는, 주인공 슈지의 리스트다. 감독 자신의 리스트와도 다르다고 하니 그 작품을 따라 보면서 나만의 리스트를 뽑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 같다.
글/ 나는고양이 (http://flyingneko.egloos.com)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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