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영화

베를린 (The Berlin File, 2012)

베를린 (The Berlin File, 2012) – 첩보 속 인간 드라마 그리고 그들의 순정 http://flyingneko.egloos.com/3927635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한국, 북한, 이스라엘, 러시아 등의 여러 국가가 개입된 정보국과 정부 요원들의 암투. 스케일만 보더라도 한국, 중국, 일본, 북한을 맴돌던 그간의 규모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은 틀림없다. 거기에 하정우, 한석규를 비롯한 캐스팅은 기대치를 더한다. <베를린>은 북한의 지도자가 바뀌면서 생기게 되는 권력과 신뢰의 불균형,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드는 세력들이 다른 세력들과 얽혀 쫓고 쫓기고, 배신에 배신을 거듭해나가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그린 영화다. 제목은 그 배경이 베를린을 의미하는데, 베를린이 아닌 다른 도시였다고 해도 사실 크게 상관은 없었을 것 같다. 하정우와 전지현, 이경영, 류승범은 모두 북한 측 사람으로 나오는데, 이러한 설정에는 어쩌면 이제는 찾기 힘든 ‘조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이라는 설정에 긴 배경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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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건달 (2012)

박수건달 (2012) – 식상하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flyingneko.egloos.com/3925365  낮에는 무당, 밤에는 건달. <박수건달>은 불경기에 원치 않는 겸업에, 두 가지 영역에 모두 특출 난 재능을 가진 이 남자가 본인이 원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사이에 두고 갈등을 하다, 삶과 사람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는 코믹 드라마다. 이런 류의 영화에 그만 웃고 울 때도 됐는데, 볼 때마다 정신 없이 웃다가 또 울고야 만다. 우리가 접하는 컨텐츠들의 대부분은 익숙한 틀 안에서 약간의 변형을 가한 형태의 연속이라고 보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평작 이상의 성공을 거둬온 우리나라 (코믹) 드라마들의 전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은 저버릴 수 없다. 그 약간의 변형은 ‘무당’이라는 소재가 주는 것과 무게 잡는 건달 역할 뿐만이 아니라 어색한 분장을 한 채 발을 구르는 박수 무당도 어색하지 않은 박신양과 아역 배우의 연기 정도인 것 같다. ‘무당’이라는 소재를 스크린으로 옮기기는 했으나 기대에 못 미친 영화 <점쟁이들>에 비해 <박수건달>은 코믹과 드라마의 경계가 분명한 덕에 그 재미가 배가된 듯하다. 기승전결도, 소재나 설정, 캐릭터도 여러모로 모호했던 <점쟁이들>에 비해 <박수건달>은 크게는 설정을 코믹하게 풀어낸 초반부와 가족과 삶,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섞인 후반부의 드라마로 구분되고 각 캐릭터들이 큰 변형 없이 틀 안에서 움직인다. 자칫 이질감이 들 수 있는 이러한 부분들은 배우들의 연기로 큰 어색함 없이 이어지는데, 이 중 특히 과장과 절제의 선을 잘 지켜낸 박신양의 공이 큰 것 같다. (물론 시종일관 노란 옷을 입고 나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아역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어쩌다 서울말을 하는 건달이 부산에서 사업을 하며 신 내림까지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재료와 조리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꽤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박신양과 정혜영의 모습도 반갑고, <범죄와의 전쟁>의 코믹 버전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 조연들의 연기도 볼 만하다. 심각하게 곱씹으며 생각해볼 영화만큼이나 극장문을 나설 때 발걸음이 무겁지 않은 이런 영화도 필요한 것 같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식상한 감동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제목: 박수건달(2012) 연출: 조진규 각본: 박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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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 – 믿음에 대한 고민과 질문 flyingneko.egloos.com/3920589  삶의 매 순간이 배움이고 모험이라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의 주인공인 파이의 모험담은 극단적이다. 파이는 그의 가족들과 캐나다로 향하는 화물선에 오르지만, 거친 폭풍우를 만난 화물선은 난파되고 구명보트 위에서 몇몇 동물들과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이도 며칠 가지 않고 파이는 좁은 보트 안에서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단 둘이 남겨진다. 이들은 멕시코의 한 해안가에 도착할 때까지 태평양을 표류하며 서로를 경계하고 또 의지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망망대해에 나침반 하나 없이 오직 물과 바람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데, 거기다 맹수 한 마리를 더하니 보는 것만으로 답답하다. 그런데 표류가 계속될 수록 파이와 리차드 파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홀로 남겨져 삶의 이유를 고민하고 파고들었다면 절망적인 상황에 깊이 빠져들어 바다 속으로 몸을 던져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로의 존재가 긴장감을 주며 생존에만 집중하게 해준 셈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종교와 신, 믿음에 대해 고민하던 파이는 200여일의 표류 끝에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그를 찾아온 이들에게 ‘리차드 파커’와 자신의 꿈 같은 표류기와 사람들이 등장하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실과 환상, 신과 이성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고 그 믿음을 정의하기보다, 어떤 것을 받아들일지는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렇듯 영화 곳곳에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스토리 오브 파이>를 단순한 모험담이나 성장기로만 보기는 힘들다. 진실이란 무엇인지부터 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믿음에 대해 끊임 없이 질문하지만 친절한 대답은 없다. 보는 이에 따라 이안 감독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영상을 향한 감탄이 남을 수도, 쉬이 답이 보이지 않는 난해한 질문만이 남을 수도 있는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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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2년의 영화 + 2013년에는

2012년의 영화 +2013년에는 http://flyingneko.egloos.com/3917177 총 115편의 영화를 봤고(제대로 기록을 안 해두어 셀 때마다 숫자가 는다. 반성), 두 번 이상 본 영화는 <어벤져스>가 유일하다.순서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본 순서일 가능성이 높다), 좋았던 영화들은 언젠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기약은 없지만 ) 짧게라도 감상을 남기고 싶다. 좋아서 기억에 남는 열한 편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연출: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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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

호빗: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 – 또 다른 여정의 시작  flyingneko.egloos.com/3916542  이번에도 3부작이다. 반지원정대가 길을 나선지 10년이 지난 올해, 그 프리퀄 격인 <호빗: 뜻밖의 여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지의 제왕>에서의 절대반지를 차지하기 위한, 그리고 이에 맞서는 원정대의 모험이 그들 세계의 존폐를 좌우하는 일이었다면, 그 이전의 (나름) 평화로운 세계에서 무슨 모험을 3부작씩이나 하는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호빗>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가 꽤 성공적으로 스크린으로 옮겨진 듯하다. <호빗: 뜻밖의 여정>은 반지원정대의 일원인 프로도의 삼촌 빌보가 간달프의 제안으로 난쟁이족들과 함께 그들의 옛 왕국을 되찾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시리즈의 첫 번째인 이번 영화는 이들의 만남 이전의 이야기, 이들이 함께여야 하는 이유, 그리고 그 여정의 예고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영화의 도입부에 해설이 길고 곳곳에 (설명을 위한) 말이 많다. 특히 시리즈의 제목이 ‘호빗’인만큼, 호빗이라는 종족의 특징과 이 모험에서 호빗이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데 꽤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친절했지만 빠르게 지나가니, 다음 편 개봉 즈음에 복습은 불가피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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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2)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2) – 영화와 뮤지컬의 아쉬운 만남, 그리고 마지막 노래  flyingneko.egloos.com/3914960  영화 <레미제라블>은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 생활 후 새 삶을 살게 되는 장발장과 이를 끝까지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 새 삶을 살게 된 장발장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프랑스의 암울한 시대적 배경은 장발장의 파란만장한 삶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다. 원작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은 상태로 보니 영화의 전개만으로도 꽤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화려한 캐스팅이라고는 하지만 <맘마미아>에 출연했던 사만다 사이프리드 외에는 노래를 특출나게 잘한다는 기억이 없어 그리 기대가 크지 않았음에도, 영화의 도입부에는 헛기침과 헛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대사의 대부분이 노래로 전달되는 데다, 기존의 방식, 그러니까 노래 녹음과 촬영을 따로 하지 않고 라이브 녹음을 감행해서인지 노래와 반주가 엇나가고, 근엄한 표정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톤의 노래가 이질감을 준다. 특히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러워지는 휴 잭맨의 장발장에 비해 러셀 크로우의 노래는 그렇지 않다. (그는 그의 역할을 다 했을 뿐이지만..) 거기다 연극과 뮤지컬에 비해 시공간의 제약이 덜한 영화의 장점은 초중반에 부각되는 듯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뮤지컬의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노래를 하느라 감정 표현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한 탓인지 클로즈업되는 배우의 얼굴에는 희비를 알기 어려운 표정이 종종 포착되고, 노래들간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 영화는 유연하게 연결되지 않고 몇 개의 장(章)으로 구분된 것 같다. 전체적으로 영화적 연출이나 뮤지컬의 특성이 한껏 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대사의 비중을 늘리고 노래로 감정을 강조하는 형태였다면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앤 해서웨이의 연기와 노래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휴 잭맨의 장발장에도 점점 몰입하게 된다. <스위니 토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팀 버튼의 뮤즈, 헬레나 본햄 카터는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중간중간 관객의 숨통을 틔운다. 이 중 영화를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후반부, 그리고 마지막의 혁명군들의 노래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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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던 part 2 (The Twilight Saga: Breaking Dawn – Part 2, 2012)

브레이킹 던 part 2 (The Twilight Saga: Breaking Dawn – Part 2, 2012) – 행복한 결말의 마지막 배려 http://flyingneko.egloos.com/3905117 시리즈의 마지막은 아쉽고 허탈하기까지 하다. 벨라와 에드워드의 해피 엔딩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고, 어쩌면 결혼식을 올리고 다 함께 잘 살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짓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하지 않았는가. 원작의 결말이 어떻든 이렇게 마무리를 위한 마무리가 반드시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지만, 어찌되었든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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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 007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flyingneko.egloos.com/3903421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은 어딘가 모르게 기존 007과 달라 보였다. 그리고 007 시리즈 자체도 예전 같지 않았다. 첩보 액션이나 추리물이 많지 않던 그 시절부터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던 시리즈는 늪에 빠진 듯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007 스카이폴>은 임무 중 총에 맞고 생사가 불분명해졌던 제임스 본드가 위기에 빠진 MI6를 구한다는 내용. 지난 시리즈와 비슷한 흐름으로 화려한 로케와 영상으로 시작한 영화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오프닝에 필적하는, 샘 멘더스와 아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오프닝으로 이어진다. 007 시리즈 자체의 오랜 팬은 아니었기에 007 내에서의 변화를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첩보물들에 비해 전반적인 플롯이나 연출이 매우 좋거나 혹은 매우 나쁘지 않았다.  문제라면 여느 첩보 액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이 속한 정보국에 배신 당하고, 충성심을 의심 받고,모함 당하기도 하는 정예 요원이 음모와 적에 맞서 싸운다. 이런 진부한 흐름 속에서 007 역시 요즘의 첩보 액션의 요원들과 정보국들이 가진 고민과 위기에 직면하는데, 개인 대 집단의 대립으로 풀어간 ‘본(Bourne)’ 시리즈에 비해 007은 여전히 변치 않은 애국심으로 극복하는 쪽을 택한다. 현역으로 뛰기에 숨차 보이는 M과 제임스 본드, 그들과 대적하는 악당들은 고루한 틀 안에서 맴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첩보물보다는 영웅물이, 그 중에서도 <배트맨 다크나이트>시리즈가 연상된다. 007은 혼자 위기에 빠진 MI6와 어쩌면 세계로 번질 수도 있었던 그들의 전쟁을 막는 영웅이 된다. 이에 대치하는 실바는 영웅을 괴롭히고 곤경에 빠뜨리는 악당의 전형이다. 선악의 구도가 명확한 틀 안에서의 변형이 어려웠다면 캐릭터에 좀더 공을 들이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 같은데, 실바라는 캐릭터가 배트맨의 두 얼굴 같았던 조커보다는 베인과 투 페이스를 애매하게 섞어놓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악당의 사연에 연민을 느끼는 순간 재미는 반감된다. 50주년을 맞이한 007 시리즈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굴레 속에서 영원히 맴돌게 될까? 영화 곳곳에는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고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007의 정신적 지주이자 근원, 통제권자였던 M의 죽음, 제임스 본드를 탄생시킨 스카이폴 저택의 등장과 소멸로 시리즈의 파괴와 부활을 암시한다. 본드와 본드걸의 복잡 미묘한 관계에 무게를 두었던 전작들에 비해 본드걸의 비중을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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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 젊은 인생과 사랑에 대한 담담한 고찰 flyingneko.egloos.com/3899011 괴짜인 듯한 주인공 마고는 자신에게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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