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카이폴 (SKYFALL, 2012) – 007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flyingneko.egloos.com/3903421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은 어딘가 모르게 기존 007과 달라 보였다. 그리고 007 시리즈 자체도 예전 같지 않았다. 첩보 액션이나 추리물이 많지 않던 그 시절부터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던 시리즈는 늪에 빠진 듯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007 스카이폴>은 임무 중 총에 맞고 생사가 불분명해졌던 제임스 본드가 위기에 빠진 MI6를 구한다는 내용. 지난 시리즈와 비슷한 흐름으로 화려한 로케와 영상으로 시작한 영화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오프닝에 필적하는, 샘 멘더스와 아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오프닝으로 이어진다. 007 시리즈 자체의 오랜 팬은 아니었기에 007 내에서의 변화를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다른 첩보물들에 비해 전반적인 플롯이나 연출이 매우 좋거나 혹은 매우 나쁘지 않았다. 문제라면 여느 첩보 액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이 속한 정보국에 배신 당하고, 충성심을 의심 받고,모함 당하기도 하는 정예 요원이 음모와 적에 맞서 싸운다. 이런 진부한 흐름 속에서 007 역시 요즘의 첩보 액션의 요원들과 정보국들이 가진 고민과 위기에 직면하는데, 개인 대 집단의 대립으로 풀어간 ‘본(Bourne)’ 시리즈에 비해 007은 여전히 변치 않은 애국심으로 극복하는 쪽을 택한다. 현역으로 뛰기에 숨차 보이는 M과 제임스 본드, 그들과 대적하는 악당들은 고루한 틀 안에서 맴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첩보물보다는 영웅물이, 그 중에서도 <배트맨 다크나이트>시리즈가 연상된다. 007은 혼자 위기에 빠진 MI6와 어쩌면 세계로 번질 수도 있었던 그들의 전쟁을 막는 영웅이 된다. 이에 대치하는 실바는 영웅을 괴롭히고 곤경에 빠뜨리는 악당의 전형이다. 선악의 구도가 명확한 틀 안에서의 변형이 어려웠다면 캐릭터에 좀더 공을 들이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 같은데, 실바라는 캐릭터가 배트맨의 두 얼굴 같았던 조커보다는 베인과 투 페이스를 애매하게 섞어놓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악당의 사연에 연민을 느끼는 순간 재미는 반감된다. 50주년을 맞이한 007 시리즈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굴레 속에서 영원히 맴돌게 될까? 영화 곳곳에는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고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007의 정신적 지주이자 근원, 통제권자였던 M의 죽음, 제임스 본드를 탄생시킨 스카이폴 저택의 등장과 소멸로 시리즈의 파괴와 부활을 암시한다. 본드와 본드걸의 복잡 미묘한 관계에 무게를 두었던 전작들에 비해 본드걸의 비중을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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