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 (The Amazing Spider-Man, 201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The Amazing Spider-Man, 2012) – 좀 더 가볍게 돌아온 스파이더맨 http://flyingneko.egloos.com/3857425 스파이더 맨이 돌아왔다. 다른 시리즈였다면 개봉 전 경건한 자세로 전 시리즈를 복습했겠지만, 이번엔 리부트인데다 전작의 테두리에서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비교할 것 같아서 그러지는 않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스파이더맨은 적절한 재미와 감동을 섞은 블록버스터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샘 레이미와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첫 선을 보인지도 10년,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건대 다른 것보다 캐릭터자체의 분위기가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이전 시리즈의 스파이더맨은 평범하다 못해 왜소하고 우울하고, 심지어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가난했던 것 같은데, 특히 뜯어진 스파이더맨 쫄쫄이를 구석에서 바느질하던 토비 맥과이어의 모습에 ‘저렇게까지 히어로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가슴 아파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스파이더맨 역시 물론 초반에는 미국 청소년물에서 으레 등장하는 덩치 크고 운동 좋아하는 애들에게 약간은 괴롭힘을 당하지만, 맞더라도 할 말은 하고 그리 소극적이지도 않다. 그리고체구가 작은 편도 아니라서 움츠리고 다닌다고 왜소해 보이지도 않는다. (토비 맥과이어는 175cm, 앤드류 가필드는 183cm라고 하니 8cm의 차이가 크기는 크구나..) 거미에 물려 힘이 생기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 힘의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 자체적으로 거미줄을 생산(?)할 수 있었던 전작의 스파이더맨과 달리 이번 스파이더맨은 힘이 세지고 벽을 탈 수 있는 정도다. 대신에 아이언맨 급의 제조 기술과 추진력을 가지고있어 손목에 착용하는 기계로 바이오 케이블을 활용한, 거미줄 보다는 실리콘 혹은 낚싯줄의 느낌이 강한 줄을 뽑아낸다(덕분에통통대며 기어오는 도마뱀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넘치는 자신감과 깐족대는 모습, 거침 없는 입담에서도 약간은 아이언맨/토니 스타크가 연상된다. 개인적인 원한을 갚는 것에서 시작해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들을 지켜나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모습은 여느 히어로물에나 등장할 법한 소재이지만, 철학적인 접근보다는 십대 특유의 즉흥적인 행동으로 이끌어나가는 모습이좀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들은 무겁고 진지해진 전작의 스파이더맨보다 원작에 보다 가까운 캐릭터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트랜스포머>나 <트와일라잇>과 같은 하이틴 로맨스를 적절하게 배합해 성공을 거둔 최근 여러 시리즈와 같이 이번 <어메이징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십대의 풋풋한 사랑은 빠지지 않는다. 엠마 스톤의 그웬 스테이시는 스파이더맨과 마찬가지로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해 ‘메리 제인’보다는 (<트랜스포머 1,2>의) ‘미카엘라’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스파이더맨의 설정 자체가 십대 히어로임에도 무거워진 전작 스파이더맨은 살리지 못했던 특유의 생기 발랄함이 이번 스파이더맨에서 돋보인다. 다만, 캐릭터 자체에서 무게가 덜어지니 영화 역시 다소 가벼워진 감이 있다. 요즘 요행하는 시리즈물의 이것저것을 섞어 보기 괜찮은 영화를 만들기는 했지만, 디테일을 채우는 면은 다소 미흡하다. 공식 하나로 몇 년을 끌어온 이종 교배실험이 성공한다든지, 이렇게 완성된 약에 대한 해독제가 짧은 시간에 뚝딱 만들어진다든지 가볍게 보면서도 갸우뚱할만한 논리적 비약이 아쉽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또 다른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파충류와 결합한 커트 코너스 박사의 모습이 악당이라고 보기에는 좀 귀엽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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