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 May 2012

스크린의 기록영화

은교 (2012)

은교(2012) – 추악함과 아름다움의 사이 http://flyingneko.egloos.com/3836194 시인 이적요는 큰 주택에 오늘 하루도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다. 예전만큼 시상이 떠오르지도, 감흥도 없이 살기 위해 밥을 먹고, 늘 해오던 일인 독서를 하고 차를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 그의 표정에는 묘한 긴장감이 보이는데, 그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에서 인지 그의 문하생인 서지우는 늘 절절 매며 그의 눈치를 살피기 일쑤다. 서지우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음에도 청소며 빨래, 요리를 도맡아 한다. 그러던 그들 앞에 여고생 은교가 나타난다. 제멋대로 이적요의 집 앞마당에 들어와 낮잠을 자고 있는 그녀의 등장으로 이들의 삶에 균열이 생긴다. 축 처진 자신의 성기를 바라보던 노인 이적요는 활기를 띈 젊은이가 되어 상상으로 은교를 탐한다. 그리고 은교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원고지에 써 내려간다. 여고생 은교는 역시 알게 모르게 욕망을 품고 표출한다. 그녀의 치마와 셔츠는 점점 짧아지고 그의 곁에서 크고 작은 원을 그리며 맴돈다. 그들 사이에서 서지우는 그들의 욕망을 이용하며 위태롭게 서있다. 욕망이란 말로 표현을 못한다 뿐이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을 함께 한다. 이러한 욕망이 시가 되고 소설이 되어 모습을 드러낼 때 아름답다고들 한다. 그러나 내재된 욕망이 절제와 인내, 갈등이 없이 그대로 표출되었을 때 추악함에 가까워진다. 싱그러운 봄의 내음과 여름의 초록마저 느껴지던 이적요의 상상은 그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지만, 절제를 잃은 순간 술과 벌레들에 둘러 쌓인 이적요의 육체만큼이나 썩어간다. 늙음과 젊음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지만, 정작 스스로의 욕망을 자신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성과 감정,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던 이적요는 결국 무너진다. 욕망이 마음과 생각 속에서 존재할 때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고,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은밀하고 극적이기에 더 쾌감을 느낀다. 이적요와 서지우, 은교의 욕망은 은교의 치마 길이만큼이나 위태로워 보였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과 질투, 그리고 근원적인 외로움이 끈적하게 얽히고설키다 결국 하나 둘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파국으로 이르는 추악한 비극은 그 곳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끝은 참 외로웠다. *** 제목: 은교(2012) 연출: 정지우 각본: 정지우 / 원작: 박범신 출연: 박해일(이적요), 김무열(서지우), 김고은(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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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록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2012)

내 아내의 모든 것 (2012) – 침묵 속에 갇힌 그녀의 외로움에 대해  flyingneko.egloos.com/3843468  매사가 불만인 그녀의 곁에서 말 한 마디 마음을 편하게 하지 못하는 남자. 믹서기나 청소기가 돌지 않으면 그녀의 불평 불만이 빼곡히 시공간을 메운다. 그런 그녀에 그는 귀를 막고 마음을 닫는다. 짜증이 섞이고 한숨만 늘어간다.모든 것이 아름답던 연애 시절과는 참 다른, 불편한 일상이 되어버린 그들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한 일상이 어느 샌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녀가 투덜거리는 것이 당연하고, 그걸 그가 짜증스럽게 들어주는 척하며 참는 것도 당연하게 된다. 그녀가 왜 그렇게 불평을 늘어놓고 투덜거리는지, ‘왜’라는 질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지 못한다.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건들에 당연하다는 수식어를 붙이며 그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하긴, 하루하루의 전쟁처럼 치르고 나면 호기심마저 사치가 되어버린다. 당연하게, 그러려니 넘어가는 것이 가장 속편하고 힘이 덜 든다. 그런 모습에 비교해보면, 그녀는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그래서 불만스럽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토를 단다. 그런 그녀는 말이 많고 불평이 가득한 게 당연하다. 그래서 그녀는 외롭다. 외로움에 더 많은 말을 내뱉고, 그런 그녀에게서 모두들 거리를 둔다. 말을 할수록 그녀는 더욱 외롭고, 그녀의 주변은 점점 더 지쳐간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웃으면 웃었지 눈물이 날 줄은 몰랐다. 카사노바 류승룡과 임수정의 청산유수와 같은 언변을 듣고 있자면 대사를 외우는 것은 고사하고 숨은 언제 쉬나, 그런 오지랖 넓은 걱정을 하다가 이내 킥킥대며 웃기 일쑤였다. 특히 류승룡. 고뇌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풀나풀 걸어가는 모습하며, 간지럽다 못해 느끼한 대사들을 태연하게 내뱉던 그가 돌연 ‘물이 무서워요’라며 바르르 떠는 모습을 보다 보면, 그가 없었다면 진지함과 웃음 사이에서 영화가 뒤뚱거렸을 것 같다는 걱정마저 스치고 지나간다. 웃다가 문득, 그녀의 외로움이 짠하게 다가온다. <화양연화>의 대사를 읊으며 연기인지 사랑인지 모를 그의 태도에 그녀가 흔들린다. 반복되던 일상 속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는 그녀에게 찾아온 그 순간은 말 그대로 다시 찾아온 ‘화양연화’ 일지도 모른다. 설레면서도 잡을 수 없어 안타까운 그 마음이 흔들리는 눈빛 만큼이나 위태롭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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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록영화탐구생활

다크 섀도우 (Dark Shadows, 2012)

다크 섀도우 (Dark Shadows, 2012) – 딱, 팀 버튼의 오락 영화 http://flyingneko.egloos.com/3840418 ‘팀 버튼 같다’ – 팀 버튼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있자면, 장르도 분위기도 다양해서 그의 작품은 이러하다는 표현을 위한 적절한 단어를 사전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팀 버튼 같다’라는 표현은 이러한 고민을 아주 간단하게 해결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역시 참으로 ‘팀 버튼’ 스럽다. 조니 뎁이 나왔던 영화라고 기억나는 영화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캐리비언의 해적>이니 이 정도면 그의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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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록영화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 – Marvel의 Marvel-ous! flyingneko.egloos.com/3837470  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을 좋아한다. 아주 많이. <아이언맨> 시리즈야 나올 때마다 열광하며 극장에서도 여러 번 봤다. (상술이라며 안 넘어 갈거라고 트릴로지를 기다리고 있다가 결국은 블루레이를 지르고 말았다…) 아이언맨의 첫 시리즈 마지막에 닉 퓨리가 등장했을 때도, 아이언맨이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깔개(…)로 쓰고 토르의 ‘뮤뮤’가 사막 한 가운데 꽂혀있을 때도 오직 아이언맨만을 갈구하고 <어벤져스> 역시 아이언맨이 나오니 기대하고 궁금해했다. 그래도 액션과 블록버스터를 찾는 취향 덕에 <토르>며 <캡틴 아메리카>가 개봉할 때마다 극장을 찾았다. 그때마다 증폭되는 궁금증. 대체 마블은 어쩌려고 5년 동안 5편의 영화에 떡밥을 깔고 던져두는 걸까. 뚜껑을 열어보니 대성공이다. <어벤져스>는 각 시리즈물로 지구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히어로들 어느 하나에 치중되지 않고 적절히 균형을 잡는다. 불러모으는 것부터 싸우는 장면까지 균형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몸 좋은 캡틴 아메리카는 착한 마음과 지혜로 리더가 되고, 머리 좋은 배너 박사와 토니 스타크는 큐브의 위치를 추적하는 동시에, 건방진 아이언맨과 토르가 싸우다가 캡틴 아메리카의 중재로 비행선에 함께 타는가 하면, 토르와 헐크는 외계 괴수에 맞서 괴력을 발휘하며 협공 작전을 펼친다. 헐크도 들지 못하는 ‘묠니르’를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로 막아내는 것부터 지적 능력과 전투력을 한몸에 갖춘 호크아이의 머리를 후려쳐서(…) 정신을 차리게 하는 블랙 위도우까지, 여섯 혹은 닉 퓨리까지 합하면 일곱 히어로들 간 가위바위보 식의 견제와 균형에 감탄과 재미가 더해간다. 이랬던 그들이.. 이들은 처음부터 팀이 되지 않는다. 지구 절체절명의 위기를 앞두고도 한데 불러모은 히어로들은 티격태격하기 바쁘다. 설상가상으로 헐크는 알몸으로, 토르는 헐크를 가둘 목적으로 만든 초강력 케이지에 갇혀 떨어지고 난장판의장본인 로키는 뻔뻔하게 도주하고.. 어벤져스를 한 곳에 모으게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콜슨 요원에 의해 결국 힘을 모아 포털에서 쏟아져 나오는 적들과 맞서고 로키를 생포하는 데 성공한다. 중간중간 깨알 같이 쏟아지는 토니 스타크의 유머에 더해 소심한 헐크의 유쾌한 복수와 토르의 여전한 해맑음 등등은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적을 무찌른다는 비교적 단순한 플롯에 유머를 더해 극장 안을 웃음 바다로 만든다. (아주아주 약간의 아쉬운 점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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