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미 (Remember Me, 2010) – 극적이면서 극적이지 않은 삶과 죽음의 이야기 http://flyingneko.egloos.com/3863220 눈 앞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지켜본 한 여자는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전력을 다해 살고, 한 남자는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겉돌며 시간을 보낸다. 가까운 사람, 특히 그 누군가가 가족이라면 죽음의 무게는 주변인들의 삶을 짓누르기 마련이 나이를 극복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 그 둘의 어떤 방법에 대한 옳고 그름을 쉬이 판단하기 어렵다. 사실, 그 방법이란 건 어떻게 되도 살기만 하면 된다.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만났을 때, 사람은 그렇게 된다. 자식을 잃고 멀쩡한 부모가 있을 리 없고, 형을 잃고 태연할 동생이 어디 있겠으며, 부모를 잃고 그리워하지 않을 자식이 어디있을까.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고, 대신할 수 있다면 대신하고 싶은 것.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든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든, 남아 있는 사람들은 평생 ‘왜’라는 풀리지 않을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산다. 내색을 하지 않아도 그 무게는 누구에게나 무겁다. 그러나 누군가는 균형을 잡고 냉정해지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니, 누군가는 할 수 밖에 없다. 단편적으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그 역할이 가장 어렵다. 힘들고 슬프고 아플 때 소리지르지 않고 평정을 찾는 것,죽음의 무게를 넘어 짊어져야 할 책임이 크면 억지로 한걸음씩 나아가게 된다. 그럴 수록 남은 사람들과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고 점점 상처의 골은 깊어져 간다. 스스로의 상처가 버거워 다른 이를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다. 타일러와 앨리는 자신들을 찾아왔던 죽음처럼 우연히, 그리고 갑작스럽게 서로를 마주한다. 불같이 서로를 탐하던 시간이 지나고 그 뒤에 숨겨왔던 이야기가 펼쳐지자 앨리는 타일러를 떠난다. 형의 죽음에 매일 원망과 그리움을 오가는 타일러는 앨리를잡을 자신도, 여유도 없어 보인다. 삶이란 우연과 상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걸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상처 받은 타일러와 앨리가, 그리고 타일러와 가족들이 서로의 자리에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가장 극적이고 비극적인 음악이 흐르며 모두는 또 한 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재가 흩날릴 때, 불타다 만 타일러의 일기장을 비춘 화면 위로 ‘이제는 용서할게, 사랑한다’는 말을 읊조리는 타일러의 목소리가 가슴을 깊게 울린다. 이제서야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그들에게 이는 너무 잔인한 선물이었다. 영화는 대체로 무덤덤하게 이들의 삶을 바라본다. 타일러와 앨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들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로 자연스럽게 확대되면서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큰 무게 중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매정해 보이는 타일러의 아버지도, 앨리의 뺨을 때리던 그녀의 아버지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일러나 앨리도 비난할 수 없다. 극적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특별하지 않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삶처럼 남은 이들의 삶이 다시 한 번 천천히 한걸음씩 움직이고, 곁을 떠난 이들이 그 한걸음 한걸음 속에서 조용히 기억되는 모습으로 슬프지만 또 한편으로는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 제목: 리멤버 미(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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