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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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2007)

행복 (2007) – 미련한 두 사랑의 계절  http://flyingneko.egloos.com/3820878 끝까지 용서하지 않기를 바랬다. 자신을 버리면서도 그 말조차 할 수 없다며 ‘나한테 헤어지자고 해주면 안 되겠냐’는 그 남자가 어찌되었든 독기를 품고 용서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데도 또 바보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눈물을 흘린다. 저런 게 사랑이라면 난 하지 않으련다. 보는 내내 괴롭고 아팠다.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와 자신보다 더 아껴주는 법을 아는 여자가 사랑에 빠졌다. 시한부 인생의 여자는 순간순간의 행복을 음미하며 소중히 하는 반면, 남자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도 이내 싫증을 느끼고 유혹에 넘어가 행복도 자신도 망가뜨린다. 감정의 변화는 계절의 흐름과 절묘하게 비슷한 모습을 띈다. 사랑이 찾아오고 뜨겁게 서로를 찾고 시리게 헤어진다.  숨이 차면 죽을 수도 있다는 그녀가 낙엽 사이로 뛰고 또 뛰는 장면만큼, 그리고 가슴을 뜯으며 목놓아 우는 장면만큼 그녀의 슬픔을 더 슬프고 처절하게 슬프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느낀다는 미련함은 싫지만, 알면서도 미련해지는 것이 사람이라.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지만, 늘 먼 곳을 보게 된다. 행복이야말로 주관적인 가치 판단 기준이니, 어쩌면 그녀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한 순간도 허투루 흘려 보내지 않고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아파했던 그녀가 마지막 순간 망가진 그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그녀의 행복이 어렴풋이 느껴져서인지, 하얀 눈으로 뒤덮인 요양원으로 걸어 들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밉지만, 더욱 슬퍼 보였다. 미련한 두 사랑의 이야기에 괜히 가슴이 시리다. *** 제목: 행복(Happiness, 2007) 연출: 허진호 각본: 허진호, 이숙연 등 출연: 황정민(영수), 임수정(은희),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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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호스 (War Horse, 2011)

워 호스 (War Horse, 2011) – 거장이 전하는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 http://flyingneko.egloos.com/3817756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작을 본 것은 오랜만인 것 같다. 아, <틴틴: 유니콘 호의 비밀>이 있었구나. 필모를 보며 새삼 우리가 얼마나 많은 스필버그 연출작을 보면서 자랐는지 생각해본다. 스필버그라고 알고 본 작품보다 모르고 본 작품이 훨씬 많다. 실제 필모에서는 그렇게 두드러지는 비중을 차지하지 않음에도, 가족과 가족 같은 친구에 대한 그의 영화는 늘 선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는, 왜곡된 기억이 있다.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 <E.T.>의 영향일까. <워 호스> 그러니까 ‘군마’라는 영화의 제목에 걸맞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말(馬)이다. 적군과 아군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전쟁터를 옮겨 다니며 결국 자신을 키워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영화는 사람의 출생이 아니라 주인공말 ‘조이’의 탄생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가 살아남는 과정에 참 많은 선의와 따뜻함을 만난다. 그를 믿고 두 눈을 보고 격려하고 곁을 지킨 알버트를 시작으로 그를 스쳐간 여러 사람들은 사람과 동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그들을 통해 구출되거나 목숨을 건진다. 사실, 어느 시공간보다 잔인한 전쟁터에서 마주한 따뜻함만큼 역설적이고 모순되는 것이 또 있을까. ‘조이’가 다시 ‘조이’라는 이름을 되찾기까지 많은 피가 흐르고 생명의 불이 꺼졌다. 대치 상황에서 철조망에 걸린 ‘조이’를 구하고자 목숨을 걸고 뛰어든 두 군인이 협동해서 철조망을 제거하고, 그들을 응원하며 등 뒤로 커터를 던지는 사람들. 비록 해가 뜨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겠지만, 그들은 심장이 따뜻하게 뛰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말(馬)이 주인공인 영화이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전장을 옮겨 다니며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말을 통해 오히려 인간의 선함이 강조된다. 어설프게 전우애나 인간애를 들먹이는 것보다 이 편이 더 영리하고 설득력 있다. 진부할 수 있고, 뻔한 감동과 결말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영화 내내 마음 졸이고 가슴을 쓸었다. ‘조이’를 타고 기뻐했던 손녀를 위해 경매에 달려온 할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전쟁의 비극을 감추거나 왜곡하지 않으면서, 어쩌면 조금은 고전적인 방법으로 우리 속의 선함을 울리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서 그는 거장이라 부르는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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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2012)

뭔가 아쉬웠던 <화차(2012)> http://flyingneko.egloos.com/3817326 이 영화, 스릴러가 아니라 미스터리다. 그렇게 알고 봤다면 김빠진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고 나온 기분은 아니었을까. 결혼식을 앞두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춘 약혼녀. 그 흔적을 따라 추적해갈 수록, 그녀의 이름도, 그녀가 이야기한 어떠한 과거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그랬을까’라는 두 가지 질문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영화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쫓으면서도 전반적으로 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다면 더더욱 배우들의 연기나 감정이 몰입도를 좌우하게 되는데, 그 감정들의 극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끔찍이 사랑했던 약혼녀가 사라졌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베일에 싸인 그녀를 알게 될수록 배신감을 느꼈을 텐데 남자는 어리둥절한 느낌으로 화내고 운다. 행복을 위해, 살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면서도 여자에게는 삶에 처절하게 매달리는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용암처럼 끓어야 할 포인트를 놓치고 미온수가 흐른다.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는 이야기에 내심 기대를 해서인지, 스릴러의 긴박감을 기대해서인지 뭔가 아쉽다.스토리나 연기, 소재들을 하나하나 놓고 본다면 그리 이상하지도 않은데, 늘어놓고 보니 별로다. 피 칠갑을 하고 시종일관 쫓고 쫓기는 것을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찾은 극장에서 모두의 취향에 크게 어긋나지 않은 무난한 영화였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장면들보다 정말 오랜만에 (얻어) 먹은 극장 팝콘의 맛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 제목: 화차(2012) 연출: 변영주 / 조감독: 권오윤 각본: 변영주 / 원작: 미야베 미유키 출연: 이선균(문호), 김민희(선영), 조성하(종근) 장르: 미스터리 제작국가: 한국 촬영: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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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월드 4 (Underworld: Awakening, 2012)와 4DX 관람기

언더월드 4 (Underworld: Awakening, 2012) 그리고 4DX 관람기 사실 3D로 보는 것도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다 4D라는 요상한 컨셉으로 일반 상영관의 (거의) 3배에 달하는 표 값을 받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봉일에 맞춰 보지 못한 게 죄라면 죄인지라, 뒤늦게 <언더월드 4>를 보겠다고 찾다 결국 들어간4DX관. 일단 의자의 생김새나 이것 저것이 예전 어느 놀이공원에서 타봤을 것 같은 놀이기구, 그러니까 ‘무슨 무슨 탐험’ 같은느낌. 발판이 있고 한 걸 보니 의자가 조금 움직일 것 같았다. 안전벨트가 없으니 과격하게 움직이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착석. 3D 안경은 여전히 귀 위쪽을 지그시 눌러서 아팠다. 영화 이야기 <언더월드 4>에 앞서 그간의 시리즈를 복습한 결과, <언더월드>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이어져서 라이칸, 사람 간의 얽히고설킨 갈등 관계가 주제이면서도 가족 혹은 가문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1편은 빅터와 셀린느 간의 군주-신하 그 이상의, 빅터가 셀린느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딸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2편에서는 뱀파이어나 라이칸이나 다 같은 사람의 후손에다 그 형제가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 3편은 빅터와 친딸,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라이칸 루시안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언더월드(2003)> 셀린느와 빅터 <언더월드 2 – 에볼루션(2006)> 아버지 코비너스 <언더월드 – 라이칸의 반란(2009) 빅터와 그의 딸 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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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1)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1) – 나쁜 놈 중 가장 나쁜 놈이 살아남는다 flyingneko.egloos.com/3803898 하정우라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기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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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 (3) – 바톤 핑크 (Barton Fink, 1991)

[코엔 형제] (3) 모호한 것은 모호한 대로 <바톤 핑크(Barton Fink, 1991)> flyingneko.egloos.com/3803174 <바톤 핑크>는 코엔 형제의 네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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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피부 (La Piel Que Habito, 2011)

내가 사는 피부 (La Piel Que Habito, 2011) – 잔인하고 슬픈, 괴기한 복수극 http://flyingneko.egloos.com/3796100 언젠가 복수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유치하게는 밀가루와 계란을 던진다든지 머리에 껌을 붙인다는 것부터 스토킹이나 흥신소의 이야기도 나왔던 것 같다. 그 때 생각한 가장 잔인한 복수 방법은 그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것이었다. 물리적인 해코지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없애 버리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했다. 살아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만든다는 것 만큼 잔인한 복수 방법은 없다. <내가 사는 피부>는 한마디로 정리가 되지 않는 영화다. ‘다른 모든 것에는 개입하면서 왜 과학의 진보에는 사람을 쓸 수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생명 윤리에 대한 고민을 건드리는 것 같다가 이내 다른 이야기로 전환된다. 성형외과 의사인 로버트의 집에 사는 베라는 누구일까. 낯설지 않은, 아름다움에 대한 그릇된 집착의 이야기일까. 피부색의 전신 스타킹을 신은 베라와 로버트의 이상한 관계는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로버트는 자신의 배다른 동생 제카에게 아내를 빼앗기고도 불 속에서 아내의 목숨을 구해낸다. 그러나 화상으로 망가진 자신의 외모를 본 아내 갈은 딸 놀마가 보는 앞에서 투신 자살을 한다. 딸 놀마 역시 자살하고, 로버트는 놀마의 강간범인 비센테를 쫓아가 납치한다. 그리고 그를 사회에서 완전히 지워버린다. 숨을 쉬지만 살아있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가장 치밀하고 완벽한, 그리고 잔인한 복수를 한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로버트의 아내와 딸을 오가며 집착인지 사랑인지 모를 집요한 감정이 그의 얼굴에 새로운 피부처럼 자리잡아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윤리적 양심이 존재하지 않는 얼어붙은 그의 심장은 그가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들어 내는것 하나에 위태롭게 매달려있다.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자식이라 부르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온 마릴리아는 로버트의 곁을 지킨다. 그를 도우면서도 양심을 잊지 않으려는 듯 목에는 큰 십자가가 걸려있다. 정상으로 보이는 그녀 역시 자신의 다른 아이를 죽이고 태워 없애는 로버트의 모든 행동을 수용하는, 비정상적인 애착을 가지고 있다. 결국 그 별장 안에 정상적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프랑켄슈타인>과 <페이스오프>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그릇된 애정과 집착에서 비롯된 잔인한 복수극이다. 섬뜩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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