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록

스크린의 기록영화탐구생활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 완벽한 균형이 만들어 낸 사랑의 우주 http://flyingneko.egloos.com/4053683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린 지구의 미래는 삭막하다. 모래 바람이 몰아쳐 숨을 쉬기 힘들고, 병충해에 곡물들이 죽어간다. 새로운 기술과 물건이 쏟아진, ‘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았던’ 시절은 유령 같은 과거가 되었다. 개척자나 비행사, 엔지니어들보다 식량을 만들 농부들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고,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 인류를 태운 아폴로 호는 시대의 사기극으로 역사책에 기록된다. 전직 비행사였던 주인공 쿠퍼는 하늘을 동경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모두가 땅을 바라보는 세상에 어울리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운명 같은 기회가 찾아오고 인류를 구하겠다는 대의보다, 자신의 아들, 딸이 살 수 있는 터전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운명처럼 우주선에 오른다. 먼저 떠난 탐험가들의 족적을 따라 토성 근처의 웜홈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떠난다. 매 영화마다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크리스토퍼 놀란의 9번째 장편 영화 <인터스텔라>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아니, 아주 잠시 그가 시각 효과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오해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물론 이 영화의 시각 효과는 압도적이다. 우주 비행 장면, 특히 웜홀을 통과할 때나 밀러 행성에서의 비행은 두 손을 꽉 쥐고 이를 악물게 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긴장감을 준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주선 모형을 만들고, IMAX 카메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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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2014)

맨홀 (2014) – 어쩌면 새로운 장르가 될지도 http://flyingneko.egloos.com/4048876 도심 어디에나 무심결에 지나가는 맨홀 아래 무시무시한 연쇄 살인마가 산다. 태평양 건너 저 먼 곳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사는 이 땅 어느 도시의 이야기다. 사람들이 소리소문 없이 실종되고 있다. 하지만 소재만으로도 긴장감을 조성했어야 할 이 영화를 보며 가슴을 몇 번을 치고, 머리를 얼마나 쥐어 뜯었는지 모른다. 어느 샌가 한국 스릴러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경찰의 무능함은 도를 넘고, 말을 하든 못하든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영화를 이끌어가는 인물 하나 없다. 긴박함에 마음을 졸여야 하는 스릴러를 보며 답답함에 영화관을 박차고 나갈 뻔했다.  감독이었든, 제작이었든, 욕심이 과했다. 또 다른 봉준호가, 나홍진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 <아저씨>를 감명 깊게 봤을지도 모른다. 이타심을 잃은, 타인에 무관심하고 몸 사리기 바쁜 우리의 초상, 무능한 경찰, 생명보다 절차나 결과를 중시하는 시스템, CCTV라는 기술에 대한 맹신, 비극적인 가족사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영화를 이리저리 흔든다. 짐작하건대 살인마의 범행 동기를 불타버린 가족에 두려 했던 것 같다. 연서, 수정 자매의 가족에도, 다른 인물들에도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여러 이야기들이 완결되지 못한 채 영화가 끝난다. 취사선택했다면 싸이코패스물이 될 수도, 비극적인 현대 범죄물이 될 수도 있지만, 가지치기에 실패한 영화에는 맨홀 뚜껑 같은 구멍들만 생겼다. 아쉬움이 크지만, 사실, 동시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 눈 뜨고 못 봐줄 영화들도 많은데, 이 영화를 보며 2시간 가량 머리를 쥐어 뜯을지언정 지루함에 졸거나 엉망이라 화가 날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에 담긴 장르나 사람에 대한 시선이 급조된 것 같지 않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산만한 편이 속 빈 강정처럼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자극과 충격에만 초점을 맞춰 잔인한 장면이 과도하게 나오거나 질척이지 않았다(이건 등급 때문에 편집된 부분일 수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다. 어쩌면 축약된 메시지를 짧은 시간에 전달하던 단편 위주의 연출에서 1시간 넘게 호흡을 이어나가야 하는 장편이 손에 익지 않아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을 줄이고 특기를 살려 차기작을 선보였으면 좋겠다. 다양성의 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머리를 쥐어 뜯게 하는 답답하고 갑갑한 스릴러라든가, 본인만의 장르를 만들어 국내 영화 장르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다. 트렌드에 편승하거나 그저 그렇고 뻔한 영화들 사이에서 새로운 바람이 일으킬 수 있길 응원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관을 나와 먹은, 이 영화와 공통점이 많았던 ‘너무 다양한 소스와 토핑을 뿌려 감자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은’ 감자튀김은 용서하기로 했다. 언젠가 감자튀김 본연의 맛으로 충격과 감동을 주기를 바라면서. *** 제목: 맨홀(2014) 연출, 각본: 신재영 출연: 정경호(수철), 정유미(연서), 김새론(수정), 조달환(필규), 최덕문(경찰) 장르: 공포, 스릴러 제작국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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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2014)

마담 뺑덕(2014) – 공허한 욕망 끝에 마지막 그 장면만 http://flyingneko.egloos.com/4049065 덕이는 사랑 앞에 백지 그 자체였다. 잘못된 시작으로 채워진 비뚤어진 욕망을 탓하기엔 사랑을 담는 그녀의 마음은 너무 비어있었다. 학규의 마음은 또 다른 백지였다. 목적 없는 삶의 공허함을 육체에 대한 욕망으로 채웠지만, 그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조차 몰랐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지한 남녀가 만나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를 감정 속에 모든 것을 남김없이 불태운다. 덕이의 사랑은 비극의 절정에 있다. 어찌 봐도 아주 나쁜 놈이거나 그냥 나쁜 놈인 학규에게 철저하게 복수하겠다는 마음 속에 연민이 꿈틀거린다. ‘어멈’이라는 호칭이 걸맞은 중년 여성이었다면 질척이기만 했을 감정이, 어리고 여린 소녀였기에 아프다.끝까지 나쁜 놈이었어야 할 학규가 용서를 구할 때 엉엉 울던 덕이를 보며, 그 안의 여린 소녀가 품었던 미련한 사랑을 탓했다.그러면서도 마지막엔 서로가 진정한 사랑으로 보듬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끝나버리기엔 너무 아팠다. 비극을 위해 두 배우는 열연한다. 이솜의 두 얼굴도, 정우성의 공허한 표정도, 눈먼 연기도 인상적이다. 정우성이 목소리가 이렇게 좋은 배우였던가. ‘향기 없는 꽃이 흩날리고 있는’ 길을 따라 들어가는 오프닝과 어우러진 내레이션에 놀랐다. 덕분에 영화에 꽤 몰입할 수 있었다. 덕이가 학규를 쫓아다닐 때 마음이 설렜고, 그녀를 매정하게 버리고 욕정만으로 채운 삶을 살아갈 때 분노가 일었다. 덕이의 복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음식 쓰레기와 담뱃재를 털어 넣은 ‘김치찌개’에서 극에 달했다. 덕이의 복수가 정점을 찍을 무렵, 청이의 등장으로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아쉽게도 여기서부터 영화는 휘청댄다.아비의 눈을 뜨게 하려 인당수에 빠지는 심청전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도 효심도 아닌 복수에 의해 현해탄을 건너는 청이. 그녀는 임금도 왕자도 아닌, 조폭을 주무르는 할아버지와 복수를 감행한다. 그러나 애초에 가족의 비극에 적극적이지도, 아버지를 끔찍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그녀의 행동은 어색할 뿐더러 설득력이 떨어진다. 품격을 지키던 치정 멜로가 갑자기 B급 영화로 전락한 느낌이랄까. 심청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기 때문에 청이의 존재를 지울 수 없었다는 것에 유감이다. 심청전에서 뺑덕 어멈과 학규의 관계나 감정이 큰 비중을 차지 하지도, ‘뺑덕 어멈’과 ‘마담 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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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Frank, 2014)

프랭크(Frank, 2014) – 프랭크의 가면을 마주한 우리의 표정 http://flyingneko.egloos.com/4046492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로 살고 있을까. 자신도 모르는 새 하나 둘 늘어난 가면은 시시각각 필요에 의해 바뀌고 또 바뀐다. 태생적으로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사회적 동물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더 많은 종류의, 다양한 표정의 가면을 가지게 된다. 영화의 제목과 동명인 프랭크의 가면은 하나다. 프랭크는 미키 마우스의 머리를 방불케 하는 큰 가면을 한시도 벗지 않는다. 무언가에 놀란 듯하면서도 즐겁기도, 슬프기도 한 아리송한 분위기의 가면은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마주한다. 노래를 부를때도, 먹고, 씻고, 심지어 잘 때조차 눈을 부릅뜬 한결 같은 모습이다. 프랭크를 처음 본 사람들은 가면 속 그의 모습을 흉측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거나 묻는다. 이러한 궁금증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존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집요하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주한 표정에 따라 바삐 가면을 바꿔야 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한결 같은 프랭크의 가면에 대고 자유롭게 감정을 쏟아낸다. 즐거움과 슬픔을, 간절함과 욕망을 토로한다. 프랭크는 ‘환영의 미소’, ‘뿌듯한 표정’과 같은 짤막한 단어로 자신의 표정을 설명할 뿐이다. 프랭크의 가면은 가면 속의 사람을 대변한다기 보다, 그를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과 욕구를 비춘다.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프랭크는 자신의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한다’며 밀어붙이는 존과 같은 인물들을 탓할 수 없다. 사람의 욕심은 물과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므로. 그것이 단지 표정 없는 프랭크에 투영이 되었을 뿐, 악의를 품고 이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프랭크는 어쩌면 사람들의 이런 보이지 않는 기대에 서서히 무너진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화목한 가정에서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자란, 순수한 프랭크가 장난 삼아 시작한 가면놀이가 어느새 그 가면을 쓰지 않고서는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가면을 벗은 자신의 표정을 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두려움이점점 더 가면 속으로 그를 몰아넣은 것일지도 모른다. 프랭크의 가면을 마주한 등장 인물들처럼, 프랭크의 가면, 영화를 채운 영상과 음악을 두고도 관객들은 제 각각의 생각을 담아낼 것이다. 이 한 편의 영화에 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울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세상의 모든 영화가 프랭크의 가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방적인 얼굴로 관객을 바라보는 영화는 정해진 것 이외의 어떤 표정도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우리를 보는 표정은 우리만이 아는 것이다. 영화의 좌초와는 무관하게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표정으로 영화를 볼 것이다. 다행인 것은 프랭크와는 달리 영화는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에 상처받거나 애써 외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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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2013)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 2013) – 다시 또 그렇게 http://flyingneko.egloos.com/4042048 사랑. 행복,슬픔, 분노 등 나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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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 생존을 마주한 두 진영의 갈등, 그 서막 http://flyingneko.egloos.com/4034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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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시그널 (The Signal, 2014)

더 시그널 (The Signal, 2014) – 인간 내면에 대한 낯선 방식의 고찰 http://flyingneko.egloos.com/4032296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다리가 불편한 닉, 어딘가 모르게 괴이한 구석이 있는 조나, 이들 둘과 잘 섞이지 못하는 헤일리. 이들의 여정은 노매드(NOMAD)로 불리는 해커가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틀어지게 된다. 노매드를 추적한 끝에 그의 거처로 추정되는 네바다 어딘가의 폐허를 찾게 된 셋은 이 곳에서 정체 모를 공격을 받게 되고 낯선 곳에서 영문 모른 채 눈을 뜬다. 외계생물체와의 접촉이 있었다며 격리 수용된 닉은 비상한 두뇌로 탈출을 시도하고 헤일리와 함께 성공하는 듯하다. 그러나 자신을 취조하던 연구원으로부터 맹렬한 추격이 계속되면서 위기 상황에 몰린다. 영화의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반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플롯으로 단조롭지만은 않다. 거기다 주인공이나 사건 자체 외에도 그 배후나 원인을 추리하는 통상의 스릴러와는 달리, 온전히 사건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영화 후반까지 이어진다.덕분에 90여 분 동안 티저 영상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불행히도 영화의 결말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난해한 영화를 보고 나면 가장 기본적인 질문, 즉 “이 영화는 왜 만들어졌는가”로 회귀한다. 정체 모를 신호에 이끌려 외계 생물체와 조우한다거나, 외계 기술이 인간에 적용된다는 소재는 새롭지 않다. 더욱이 저예산 독립 영화인 <더 시그널>은 정교한CG와 자본력으로 지구를 산산조각 내고 미지의 생물을 스크린 상으로 창조해내는 블록버스터급 SF 영화들에 비해 한계점이 많다. 필연적으로 <더 시그널>은 기존 SF들이 담아냈던 미래 사회나 미지 세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담아내기보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에 활용해 좀더 개인적 차원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즉, 신호를 따라가 정체 모를 연구소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등장 인물간 대화나 행동을 통해 의심, 불안, 희망과 같은 내적 동요와 해소 과정을 보여준다. 결국 이 영화는 SF적 소재를 활용하여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을 담아내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정부나 기관에 대한 이유 모를 반감, 확신과 불확신을 오가는 심적 동요, 진실을 쫓지만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막다른 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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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 2014)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 2014) – 더 이상 욕심내지 말자 http://flyingneko.egloos.com/4031893 첫 개봉작 이후 꾸준히 10분씩 상영 시간을 늘려온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장장 3시간에 달하는 네 번째 작품으로 돌아왔다.말도, 탈도 많았던 <트랜스포머>의 소년 샤이어 라보프 뒤를 이어 마크 윌버그가 지구와 딸을 지키는 건장한 아버지로 오토봇과 함께 전장에 뛰어든다. 남녀 주인공의 교체는 어찌 보면 예견되어 있었지만, 오토봇을 돕는 주연급 조연 ‘인간’이었던 조쉬 더하멜(레녹스 중령 역)까지 보이지 않는 영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생경했다. 언젠가부터 <트랜스포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태고의 지구. 이번에는 쥬라기 공원을 방불케 하는 공룡들의 멸종을 외계인의 정체 모를 활동, 인류와 연관 짓는다. 그리고 현재의 지구에서는 무차별적으로 공격 받는 오토봇들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인간 주인공들인 케이드와 딸 테사가 등장한다. 케이드가 고물더미 속에서 발견한 트럭은 정부 기관으로 보이는 이들이 찾는 ‘옵티머스 프라임’. 이로 인해 케이드와 테사, 그녀의 남자친구인 셰인은 오토봇과 함께 힘을 모아 배후의 세력을 찾는다. 주인공들의 배경부터 영화의 전개까지 전편들과 아주 흡사한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 기대는 애초에 참신한 소재나 개연성 있는 스토리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오토봇, 디셉티콘 등 다양한 로봇들을 정교하게 묘사한 CG, 화려한 변신 장면,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면 충분했다(거기에 음악을 더하면 금상첨화). 그러나 길어진 상영 시간에 비해 로봇에 할애된 시간은 절반도 채 되지 않은것 같았고 그 중 절반 정도는 자동차 추격전이었던 느낌이라 트랜스포머를 보고 있는 건지, 패스트 & 퓨리어스를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 나쁜 ‘인간’과 또 다른 외계 로봇의 연합으로 대다수의 오토봇이 제거되었다고는 하지만, 겨우 다섯 밖에 되지 않는 오토봇들에다 거듭되는 수난으로 꾀죄죄해진 옵티머스 프라임은 보기 안쓰러웠다. 돌아온 메가트론과 ‘창조자여, 기다려라’고 우주를 가로지르는 옵티머스 프라임은 속편을 위한 밑밥을 던지지만 공룡까지 타야 했던 옵티머스 프라임과 오토봇 군단들의 멋지고 세련된 모습을 기대해보기엔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정의는 오토봇, 비주얼은 디셉티콘’이라면 디셉티콘에 희망을 걸어봐야 하는걸까.) 미국 (공군)이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걸 과시한 초반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비해 지난 작품부터 중국의 입김이 강해지더니, 이제는 아예 중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무대만 옮긴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 국방성까지 등장하며 세계 평화를 지키는데 일조한다.거기다 간접 광고의 수준을 넘은 브랜드와 제품이 필요 이상으로 노출되면서 영화의 흐름을 방해한다. CG로 재현된 로봇을 더 잘 보고 싶어 선택한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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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2012)

신세계 (2012) – 오마주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  flyingneko.egloos.com/3935344  경찰이면서 신분을 감추고 국내 최대 범죄 조직인 ‘골드문’에 잠입 수사를 하게 된 이자성. 8년 후, 골드문 회장은 교통 사고로 급작스럽게 죽게 되고, 골드문의 두 세력을 둘러싼 암투에 경찰까지 개입된다는 내용의 <신세계>는 비슷한 설정 덕분에 자연스럽게 유덕화, 양조위 주연의 <무간도>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 <무간도>에서 경찰이지만 범죄 조직에 몸담게 된 진영인(물론 그보다 더 복잡한 사연이 있지만)과 범죄 조직에서 처음부터 철저하게 경찰로 키워진 조직원 유건명이 서로를 쫓고 쫓는 추격전을 벌이며 흐르던 긴장감과 그 흔들리던 눈빛은 여전히 생생하다. 자신이라고 믿어왔던, 허공을 떠도는 말처럼 잡히지 않는 ‘본래’ 신분의 자신과, 시간 속에 쌓여온 ‘지금’의 자신 간에 생긴 깊은 정체성의 괴리가 결국 둘을 선택의 기로로 몰아가고, 결국 이들은 선택의 방아쇠를 당긴다. 그들의 선택에는 끊임 없이 갈구했지만 어쩌면 허상에 불과할지 모를 ‘본래’의 자신을 위해 긴 시간 동안 형성된 믿음과 유대를 저버려야 한다는 갈등이 내재한다. 그래서 죽음으로도 끝나지 않는 무간 지옥에 발을 들여놓은 그들에게 과연 그러한 선택이란 유의미한 것인가, 라는 생각에 처연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쉽게도 <신세계>에서는 이러한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경찰은 비열했고, 범죄 조직은 권력 암투의 장이었을 뿐이다. (그나마 자신을 끝까지 믿어주던 ‘형님’이 있는 조직 쪽이 더 인간적으로 보였다). 양분된 정체성에 대한 내적 갈등보다는, 최악과 차악을 구분한 탓에 이 둘을 사이에 둔 생존의 방법이나 타이밍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그래서 <무간도>에서 느껴졌던 황국장과 아강의 죽음을 바라보던 진영인에게 느껴진 먹먹한 절망감이나, 한침을 겨눈 유건명의 총구에서의 비장함 같은 것이 없었다. 사실 연기로 따지자면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제 몸에 꼭 맞은 정장을 입은 듯한 이정재부터 언젠가부터 건달 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황정민, 두말할 것 없는 최민식과 조연들의 연기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의 합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고 몰입도 공감도 쉬이 되지 않는 영화의 상영시간은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무간도>에서 시작해 <대부>를 연상시키며 끝난 이 영화는, 두 영화의 오마주라는 굴레를 뛰어넘지 못한 것 같다. 모두 ‘무간 지옥’에 갇혀 있는 채로 제목과 같은 ‘신세계’는 오지 않았다. 소재의 차용도 좋고, 오마주도 좋다. 비슷한 소재로도, 오마주만으로도 원작에 걸맞은,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 탄생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신세계>에는 그만의 독특한 해석이나 연출이 부재하다. 감명 깊게 본 영화들을 적당히 섞어 자극적인 양념을 한  느낌이다. 지루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갈 정도도, 아주 실망스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겼어야 할 감정적 공감대와 연민을 대사로 설명하고 얻으려 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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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

아메리칸 허슬(American Hustle, 2013) – 적당히 잘난 놈만 살아남는 사기라는 예술 http://flyingneko.egloos.com/4009605 최근 몇 년 사이에 헐리우드발 영화를 포함한 외화들 중 역대 사기꾼이나 사기 행각에 대한 영화가 부쩍 눈에 띈다. 회복이 더딘 경기 탓인지 조금만 머리를 굴려도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일까.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보다 더 이른,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사기꾼 어빙과 시드니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파트너로서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사기 행각을 펼치다 FBI의 수사망에 걸리게 되지만, 다른 수사에 참여하면 감형해준다는 조건을 받아들인다. 약속했던 조건과 다르게 수사 범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어빙과 시드니, 이를 둘러싼 관계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결국 카마인 시장 등 정치인들과 거물급 마피아를 끌어들인 마지막 사기극을 끝으로 어빙과 시드니, 어빙의 아내 로잘린은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다는 내용. 2시간이 넘는 긴 영화의 나름의 교훈을 축약하자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와’과유불급’일 듯 싶다. 유리창 깨기로 시작한 어빙의 사기 아닌 사기는 당장이라도 목을 날릴 것 같은 마피아, 권력욕에 눈이 먼FBI, 열정이 넘쳤던 정치인, 초치기가 특기인 로잘린 등 연루된 모든 이들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온다. 사기꾼을 예술가에 빗대 표현한 ‘Con artist’는 어빙과 시드니를 위한 단어인 듯, 이용하고 이용 당하는 도중에 치고 빠지기가 예술의 경지에 든 것 같다. 주인공 어빙은 사기꾼이면서도 은근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인 반면, 그 외의 FBI 요원인 리치나 카마인 시장을 포함한 정치인 등은 적당한 선에서 멈추지 않아 본전도 못 찾고 되려 크게 잃는다 (로잘린은 성격만큼이나 독특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사기극에서 ‘과유불급’이라니 선뜻 연결이 안되지만 지나친 욕심과 몰상식한(?) 행동들이 결국 화를 부르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해피엔딩의 적당히 착하고 인간적인 사기꾼 커플과 달리, 선의로 시작한 일이라도 완급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그 방법이 도를 지나치면 끝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 카마인 시장의 결말은 다소 씁쓸하기도 하다.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이 연상되어서 그런지 스토리 자체가 주는 신선함은 덜했지만, 긴 상영 시간 내내 그리 무겁지 않은 전개와 더불어 경쾌한 음악이며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에 눈도 귀도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제니퍼 로렌스가 로잘린 역을 너무 잘 소화한 나머지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올라 극장을 박차고 나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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