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속 책갈피

책장 속 책갈피

문장론 (쇼펜하우어)

<문장론 (쇼펜하우어)> – 다독(多讀)의 독(毒) http://flyingneko.egloos.com/4097022 “용수철에 무거운 짐을 계속 놓아두면 탄력을 잃듯이, 많은 독서는 정신의 탄력을 몽땅 앗아간다. 그러니 시간이 날 때마다 아무책이나 덥석 손에 쥐는 것은 자신의 사고를 갖지 못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학식을 쌓을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래의 자신보다 더욱 우둔하고 단조로워지며, 그들의 저작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것도 이러한 독서 습관 때문이다“ (쇼펜하우어 <문장론>)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Read More
책장 속 책갈피

지지 않는다는 말 (2012,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2012, 김연수) > – 달리기, 지금, 순간 그리고 경험. http://flyingneko.egloos.com/4088123 호흡이 짧은 글은 여전히 낯설다. 산문집이라 소제목 아래 글이 두어 장에서 그친다. 초반부에는 짧은 글에 담겨 있는 생각을 읽어내느라 가쁜 숨을 들이쉬는 것 같았다. 아마도 처음 접하는 김연수 작가의 글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가쁜 숨이 안정될 때 즈음, 책 <지지 않는다는 말>을 관통하고 있는 단어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달리기. 지금. 순간. 경험. (+ 40대)   <지지 않는다는 말>의 부제를 ‘달리기 예찬‘으로 붙여도 무방할 만큼, 그의 생각과 글에 달리기가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의달리기는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는 은유가 아닌 진짜 두 발로 달리는 것이다. 달리면서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고, 고통과 마주하며, 순간을 경험한다. 일주일에 얼마 간을 뛰겠다는 목표로 무리하게 달리다 생긴 족저근막염으로 내가하지 못한 일이 아닌 해낸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든가, 겨울의 눈을 보며 달리기를 못할 걱정에 빠졌다가 있지도 않은 스트레스를 미리 만드는 어른들의 습관을 슬며시 꼬집는다.

Read More
책장 속 책갈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2015,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2015, 유시민) > – 글쓰기라는 축복, 잘 쓰기 위한 잘 살기 http://flyingneko.egloos.com/4085987 그는 글을 참 잘 쓴다. 까다로운 문장이 없고 술술 읽힌다. 글 안에 담긴 생각은 쉽지 않은데, 쉽게 말로 풀어 듣는 것 같다. 이것이 그의 글쓰기 비법 중 하나다. 쉽게 읽히는 글, 담백한 문장, 그 속의 논리. 늘 그렇듯 글을 잘 쓰기 위한 왕도는 없고, 많이 읽고 쓰는 수 밖에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에, 스스로 서문에 써둔 것처럼 자랑도 꽤 섞여 있다. 그래서 글은 어떻게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은 채 1/3 지점에 다다르면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의 기로에 선다.   책장을 조금 더 넘긴 후부터는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다독다작이라는 뻔한 이야기의 반복 대신, 왜 많이 읽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독해력이 ‘모든 지적 활동의 수준을 좌우‘한다는 것과 모국어를 제대로 알고 쓸 수 있어야

Read More
책장 속 책갈피

우리는 사랑일까 (2005,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2005, 알랭 드 보통)> – 보통의 연애 감정 설명서 http://flyingneko.egloos.com/4075576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을 때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더러 눈에 걸리는 번역체 문장을 차치하고, 곱씹어볼 거리가 많다. 보통이 바라본 연애와 사랑이 유별나거나 특별한 구석이 있다기보다 정말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읽으며 나를 더하고 빼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느려졌다.   <우리는 사랑일까>는 보통의 사랑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여자 주인공인 앨리스의 눈을 통해 바라본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담았다. ‘나‘를 화자로

Read More
책장 속 책갈피

혼자의 발견 (2014, 곽정은)

<혼자의 발견 (2014, 곽정은)> – 완결되지 않은 문장의 일기장 http://flyingneko.egloos.com/4062608 글과 문장을 완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좋은 생각을 글로 옮겨 놓기만 해서는 좋은 글이 되지 않는다. 길이의 장단을 떠나 하나의 문장을 완결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작가의 진면목은 어려운 생각을 어렵지 않은 단어로, 복잡한 생각을 단순한 구조로 표현한 문장의 시작과 끝에서 발휘된다.   JTBC <마녀사냥> 출연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곽정은의 신작 <혼자의 발견>의 책장을 넘기는 내내 완결되지 않은 문장이 거슬린다. 완결되지 않은 문장과 생각들이 여기저기 떠돈다. 밥을 먹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떠오른 것들을 냅킨에 휘갈겨 쓴 것 같다. 개인 블로그나 SNS였다면 눈여겨볼만한 이야기들도 있다. 그러나 값을 치르고 구매한 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책을 펴내고 서점에서 구매하게끔 하는 작가라면 독자가 낸 ‘값‘과 그들의 기대를 져버릴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독자를 그릇된 기대로 이끈다. 외로움과 마주하고 사색하며 쓴 글이라는 느낌을 주는 제목과 다르게 이 책은 오히려 그녀의 전공인 이성관계가 주로 언급된다. 차라리 ‘관계의 발견‘이라던가, 그런 류의 제목이었다면 실망이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성관계와 참으로 많은 것들을 결부시키는 글들은 쉽게 읽히지만 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를 이분법적 시각은 공감을 사기보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Read More
책장 속 책갈피

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4,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4, 허지웅) http://flyingneko.egloos.com/4048629 글쓰기를 싫어했다. 책을 좋아하고 언어에 관심이 많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나와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에 빠지게 되었다. 보고 나면 잊혀지고 증발해버리는 생각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글쓰기를, 고심을 거듭한 끝에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둥지를 틀게 된 이글루스를 돌아다니며 허지웅의 글을 만났다.

Read More
책장 속 책갈피

빅 슬립 (Big Sleep, 1939, 레이먼드 챈들러)

빅 슬립 (Big Sleep, 1939, 레이먼드 챈들러) http://flyingneko.egloos.com/4047183 ※ 하드보일드(hard-boiled)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계란을 완숙하면 더 단단해진다는 점에서

Read More
책장 속 책갈피

한번은,(2011, 빔 벤더스)

한번은,(2011, 빔 벤더스) – 빔 벤더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들에서 느껴지는 그의 따뜻한 시선 http://flyingneko.egloos.com/3761355 셔터를 누르는 순간, 순간은 영원이 되고 영원한 시간은 사진 속에 봉인된다.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처럼 셔터를 누른 그 순간 역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셔터를 너무 헤프게 누르고 있지는 않냐는 생각이 스치는 그 순간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몇몇 거장 감독으로 꼽히는 그의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너무 들어 내용도 알 것 같은 제목의 영화 중 사실 본 것은 한 편도 없다. 그의 최근작인 <팔레르모 슈팅(Palermo Shooting, 2008)>이 유일하다. 우연히도, 이 책으로 유명 사진가가 만나는 렌즈 너머 이야기를 다룬 <팔레르모 슈팅>을 찍은 빔 벤더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는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는, 순간과 영원, 사진의 상관관계에 시선과 관점을 더한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양방향이다. 사냥꾼이 총을 쏠 때 총알이 앞으로 나가면서 그 반동을 느끼듯, 사진가 역시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반동을 느끼게 된다. 그 반동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흔들림이 아니라 ‘셔터를 누른 뒤 어느 정도 가시화 되는 사진가의 자화상에 해당한다’고 한다. 사진은 결국 그 사진을 찍는 사진가의 관점과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Read More
책장 속 책갈피

R.P.G. (2011, 미야베 미유키)

<R.P.G.(2011, 미야베 미유키)> – 가상 세계에서의 가족 놀이, 그리고 관계에 대한 단상 http://flyingneko.egloos.com/3736335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대표 작가라고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 전작 <모방범>과 <낙원>을 꽤 재미있게 읽어 신작 역시 두번 생각할 것 없이 집어 들었다. <R.P.G.>,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본인 스스로가 덧붙인 것처럼 단행본으로 쓰기에는 짧고 중,단편집에 넣기에도 애매한 이야기라 사건이나 소재의 규모가 전작 같지 않다. 그래도 규모나 치밀한 구성 외에도 미야베 미유키 작품의 매력은 중간 중간 시선을 사로 잡는 글귀들에서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아이들이 어른의 세계를

Read More
error: Content is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