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스크린의 기록영화

퍼펙트 호스트(The Perfect Host, 2010)

퍼펙트 호스트 (The Perfect Host, 2010) – 나만의 세계를 찾은 불청객을 맞이하는 (비정상적인) 방법  flyingneko.egloos.com/3789878  문을 들어서는 순간, 쓰고 있던 가면과 옷을 벗어 던지고 의자든, 침대든 몸을 누인다.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에 따라 행동할 필요도 없고, 그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곳, 자신이 가장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그 곳은 바로 집이다. 집은, 특히 혼자 사는 사람에게, 외부와는 철저하게 단절된 나만의 세계다. 외부와는 다른 공기와 시간이 흐르는 이 곳의 문 앞에 서 있는 불청객은 쉬이 환영 받지 못한다. 문이 열리는 순간 투명한 물이 담겨있던 컵 속으로 검은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진다. 잉크는 이곳저곳으로 퍼지며 투명한 공기의 흐름을, 물을 흐린다. 존은 경찰에 쫓기고 있다. 절고 있는 다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은행을 털었다는 그의 손에 돈가방은 들려있지 않고, 설상가상 소독약을 사러 들어간 가게에서는 강도를 만난다. 우체통을 뒤져 ‘줄리아’가 보낸 엽서로 이야기를 지어내며 월윅의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고민하던 월윅은 그만의 세계에 불청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그가 준비하던 저녁 파티에 그를 초대한다. 시간이 지나도 손님은 오지 않는다. 라디오에서 용의자 존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존은 부엌에서 칼을 집어 든다. 걸음걸이부터가 심상치 않았던 월윅은 피가 흐르는 존의 다리를 보고 자신이 처리하겠다며 피가 흐른 바닥을 닦아댄다. 이 사람, 정상은 아니다. 정상이 아니기에 가능한걸까? 월윅은 오히려 그의 세계로 불청객의 등을 민다. 어디 한번 섞여 보라고 흔들어 대는 가운데 존은 틈이 보이지 않은 공기 틈으로 숨을 쉬려 한다. 죽지 않을까, 죽여야 살지 않을까, 몇 번이나 탈출을 시도하지만 쉽지 않다. 들어오는 건 자유라도 나가는 건 주인 마음이다. 끝내 월윅의 세계에 섞이지 못한 불청객은 쓰레기와 함께 집 앞에 버려진다. 불청객이 없었다면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의 세계에서 즐거운 하룻밤을 보냈을 월윅은 세상에 잘 섞이기 위해, 자신의 배역을 잘 수행하기 위해 약을 털어 넣는다. 자신의 어긋난 욕망은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지만, 자신의 역할극은 잘 숨겨온 욕망을 실현시키는 데 필요한 물질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수단이다. 월윅의 집은 그 간극을 메우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 공간을 찾은, 그리고 불평을 하는 불청객 뒤로 쏟아낸 ‘여기서 죽어도 모르는 너는 쓸모 없는 존재’라는 비난은 어쩌면 자신을 향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월윅은 주인으로서 끝까지 그 나름의 친절을 베푼다. 여러 섬들이 바다를 매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섬 안에서는 자체의 생태계가 존재한다. 사람과 사회의 관계도 비슷하다. 섬의 생태계든 개인의 세계든 의도치 않게 그 곳에 발을 들인 불청객을 경계하기 마련이다. 친절이라는 가면으로 거리를 두며 방어를 할 수도 있었지만, 이런 점에서 월윅은 (다중인격으로) 미쳤을지언정 순진해 보인다. 나는 누군가를 집에서의 저녁 식사에 초대할 수 있을까? 약을 털어 넣는 그를 보며 언젠가부터 방어와 경계로 타인을 대하는 나를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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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록영화탐구생활

코엔 형제 (1) – 분노의 저격자 (Blood Simple, 1984)

[코엔 형제] (1) 형제의 데뷔작 <블러드 심플(Blood Simple,1984)>  flyingneko.egloos.com/3789168  우연히 코엔 형제의 최근작 몇 편을 (그들의 작품이라고 의식하고) 보게 되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코엔 형제와 그들의 작품을 두고 솔직히 나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불호‘의 편에 더 가깝다. 웃자고 만든 영화라면 웃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키득거림 뒤에 오는 허탈감이, 이들은 도무지 삶에 대한 애정이라곤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래서 찾아보기로 했다. 그들의 초기작부터 지금까지의 작품을 보다 보면 (그리고 조사를 하다 보면) 이들이 꾸준히 영화를 만드는 이유를, 그리고 이들의 영화를 꾸준히 찾는 이유를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기호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보다 보면 알게 되겠지.   ***   코엔 형제의 데뷔작이자 온전히 자신들의 의도대로 제작된 <블러드 심플>에는 느와르라는 장르 안에서 스릴러와 코엔 형제식의 코미디가 혼재한다. 피가 튀는 긴박한 상황에서 영화 속 캐릭터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은 으레 그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우월감에서 오는 쾌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형제는 이를 비튼다.   결혼기념일에 총을 선물 받은 아내 애비는 도망을 결심하고 그런 그녀를 남편의 가게에서 일하는 레이가 돕는다. 사립 탐정 비써는 잠자리를 같이한 둘의 사진을 남편 마티에게 건네고, 이에 살인 청부 의뢰를 받은 비써는 애비와 레이의 집에 잠입한다. 그 후 비써는 마티에게 총에 맞은 그들의 사진을 건네지만 죽은 줄 알았던 레이는 마티의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다. 유유히 자취를 감추려고 했던 비써는 실수로 남긴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되돌아온다. 엇갈리는 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쫓고 쫓긴다. 죽었다고 생각한 등장 인물이 멀쩡히 살아 있는가 하면, 죽지 않을 사람이 죽는다. 영화 속 인물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고 생각한 관객 역시 뒤통수를 맞기는 마찬가지이다.   보이는 것을 믿게 만들고는 믿는 순간 뒤집는 형제의 이야기는 첫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다. 동시에 상황과 장면이 만들어내는 부조리가 스릴러의 무거움을 덜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 화가 치솟은 마티의 뒤로 지직대는 네온 사인에 움찔하고, 애비와 레이의 말다툼 중 창문을 향해 날아드는 신문에 깜짝 놀라게 된다.샘 레이미의 영향이 컸다는 낮고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워크로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리 무겁지 않다. 그들은 그들이 목표한 대로 저예산으로 독립적이면서도 예술 영화가 아닌 계속되는 스릴과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는 ‘B급 영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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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록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Sherlock Holmes: A Game of Shadows, 2011)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Sherlock Holmes: A Game of Shadows, 2011) – 전작과 비슷한 재미+약간의 아쉬움 http://flyingneko.egloos.com/3785890 심각한 1인 추리보다는 세련된 영상과 음악, 경쾌한 액션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던 가이 리치 연출의 <셜록 홈즈>가 두 번째 시리즈로 돌아왔다. 시리즈에서 구축한 셜록 홈즈의 세계의 틀 안에서 충실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리즈를 꽤 선보이는 데 괜찮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 이번 <셜록홈즈: 그림자 게임>에서는 전작의 내용, 전개, 캐릭터, 연출, 음악 등을 모두 비슷하게 가지고 왔다. 악의 군주 ‘블랙우드’ 경의 세상을 집어 삼키려는 야욕을 저지한다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모리어티 교수의 세계 전쟁 발발 계획 (혹은 무기 장사)를 저지하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내용으로 육감적인 추리와 온몸을 던지는 액션으로 무장한 셜록-왓슨 히어로 콤비의 활약상을 그렸다. 셜록의 활약상으로 시작한 영화가 셜록의 아파트를 거쳐 사건 장소로 옮겨 다니고 대규모의 폭발신과 셜록의 위기와탈출 등 영화의 전개는 전작과 순서마저 비슷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작을 재미있게 봤다면 익숙한 틀 안에서 다른 점을 찾아내며 또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영상 측면에서도 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초저속 모션으로 표현된 셜록의 액션 추리는 이번 작품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나아가 정교한 CG와 동적인 카메라워크로 시간을 역행해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열차 시퀀스나 총탄이 옷을 스치는 아찔함을 묘사한 장면들은 눈여겨볼만하다. 또한 이번 작품 역시 한스 짐머가 음악을 담당해 채도가 낮은 화면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이번 작품에서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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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록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 2011)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 2011) – (여전히) 톰 크루즈를 위한,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의 영화 http://flyingneko.egloos.com/3783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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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록영화

사일런트 웨딩 (Nunta Muta, 2008)

사일런트 웨딩 (Nunta Muta, 2008) – 재치 있는 모순으로 그린 전쟁의 비극 flyingneko.egloos.com/3782791 ‘지옥에나 가버려’라며 욕을 퍼붓고 주먹을 내밀다가도 사위, 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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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스크린의 기록영화

THK 1138 (1971)

[영화의전당-개관기념영화제] THK 1138 (1971) – 조지 루카스의 첫 장편 영화 flyingneko.egloos.com/3781121 <스타워즈>를 통해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 층을 만들어낸 조지 루카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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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록영화

친절한 마음과 화관 (Kind Hearts And Coronets, 1949)

친절한 마음과 화관 (Kind Hearts And Coronets,1949) –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에는 맞불 작전 flyingneko.egloos.com/3778453 이 영화가 2000년대 혹은 1990년대에 만들어졌다면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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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센스 (Perfect Sense, 2011)

퍼펙트 센스(Perfect Sense, 2011) – 잃을수록 완전해지는 ‘퍼펙트 센스‘ flyingneko.egloos.com/3774018  눈을 감고 눈 앞에 있었던 과자를 찾아본다. 보고 있을 때는 0.1초의 망설임이나 오차 없이 집어내던 걸 엉뚱한 물건들은 건드려가며 더듬는다. 감기로 코가 막히면 숨쉬기도 불편하지만 음식의 맛도 잘 느끼지 못해 살기 위해 먹는다는 기분으로 우걱우걱 무언가를 씹어 삼킨다. 보고 듣고 맛보고 향을 음미하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 오감은 축복이다. 그러나 물과 공기처럼, 아니면 그보다 더 당연히 생각하고 있어 이들이 삶에 있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잃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서야 잘 실감이 가지 않는다. 감각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기억하고 추억하는 기능을 잃는 것이다. 추운 기운이 콧등을 스치고 지나갈 때 누군가와 함께 했던 핫초코의 향을 기억해내기도 하고, 갓 구운 빵의 향기에 달콤한 무언가를 추억하기도 한다. 오감 중 하나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생활이 불편한 것은 물론 온전히 느끼고 기억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영화에서는 전세계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후각을 잃었다. 후각을 잃기 전 깊은 슬픔에 빠져 눈물을 쏟아 낸다. 떠나간 사람, 그리운 것을 떠올리며 운전을 멈추고, 요리를 멈추고 서럽게 운다. 무언가를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안정을 찾아갈 때 즈음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고 허기에 주변의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그리고 미각을 잃는다. 이렇게 너무도 갑자기 감각을 잃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혼돈에 빠졌던 사람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없어진 감각을 그리워하면서도 남은 감각들을 최대한 활용해 삶을 지속한다. 후각과 미각을 잃은 사람들이 레스토랑을 찾을 리가 있겠냐고 절망하지만, 요리사인 마이클은 촉각과 시각, 청각을 자극하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가 혼란에 빠진 사람과 무질서한 사회를 그린 여타 재난, 질병을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은 이 것이다.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삶은 지속된다는 에바 그린의 나지막한 목소리처럼 사람들은 ‘최악을 대비하면서, 최선을 희망’하며, 얼마인지 모를 주어진 시간 동안 소중한 것에 몰두하고 최선을 다한다. 하나의 감각을 잃기 전 사람들은 어떠한 감정의 극단에 서게 된다. 엄청난 슬픔에 이어 공포와 불안, 그리고 분노. 그러나 마지막은 감사였다.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삶을 보다 소중히 하는 것, 그것이 시각을 잃기 전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을 응원하고 또 응원했다. 이 영화는 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보다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극단적인 여정에 가깝다. 사람들은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느낀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여러 감각을 잃고서야 가장 소중한 존재를 향해 달려간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그 곁은 지키며 남은 감각으로 온전히 서로를 느끼고 기억하려 한다. 잃을 수록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간다. 낭비하지 않고 집중할 뿐이다. 잃을 수록 삶은 더욱 완전해진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에, 기승전결에 따라 감정을 끌어내는 헐리우드 식의 그것보다 삶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를 잔잔한 강물의 흐름처럼 풀어내면서도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지금, 온 감각을 다해 사랑하고 감사할 것은 무엇인지, 온전한 삶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되물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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