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스크린의 기록영화탐구생활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 완벽한 균형이 만들어 낸 사랑의 우주 http://flyingneko.egloos.com/4053683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린 지구의 미래는 삭막하다. 모래 바람이 몰아쳐 숨을 쉬기 힘들고, 병충해에 곡물들이 죽어간다. 새로운 기술과 물건이 쏟아진, ‘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았던’ 시절은 유령 같은 과거가 되었다. 개척자나 비행사, 엔지니어들보다 식량을 만들 농부들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고,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 인류를 태운 아폴로 호는 시대의 사기극으로 역사책에 기록된다. 전직 비행사였던 주인공 쿠퍼는 하늘을 동경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모두가 땅을 바라보는 세상에 어울리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운명 같은 기회가 찾아오고 인류를 구하겠다는 대의보다, 자신의 아들, 딸이 살 수 있는 터전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운명처럼 우주선에 오른다. 먼저 떠난 탐험가들의 족적을 따라 토성 근처의 웜홈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떠난다. 매 영화마다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크리스토퍼 놀란의 9번째 장편 영화 <인터스텔라>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아니, 아주 잠시 그가 시각 효과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오해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물론 이 영화의 시각 효과는 압도적이다. 우주 비행 장면, 특히 웜홀을 통과할 때나 밀러 행성에서의 비행은 두 손을 꽉 쥐고 이를 악물게 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긴장감을 준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주선 모형을 만들고, IMAX 카메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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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Frank, 2014)

프랭크(Frank, 2014) – 프랭크의 가면을 마주한 우리의 표정 http://flyingneko.egloos.com/4046492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로 살고 있을까. 자신도 모르는 새 하나 둘 늘어난 가면은 시시각각 필요에 의해 바뀌고 또 바뀐다. 태생적으로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사회적 동물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더 많은 종류의, 다양한 표정의 가면을 가지게 된다. 영화의 제목과 동명인 프랭크의 가면은 하나다. 프랭크는 미키 마우스의 머리를 방불케 하는 큰 가면을 한시도 벗지 않는다. 무언가에 놀란 듯하면서도 즐겁기도, 슬프기도 한 아리송한 분위기의 가면은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마주한다. 노래를 부를때도, 먹고, 씻고, 심지어 잘 때조차 눈을 부릅뜬 한결 같은 모습이다. 프랭크를 처음 본 사람들은 가면 속 그의 모습을 흉측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거라고 짐작하거나 묻는다. 이러한 궁금증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존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집요하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주한 표정에 따라 바삐 가면을 바꿔야 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한결 같은 프랭크의 가면에 대고 자유롭게 감정을 쏟아낸다. 즐거움과 슬픔을, 간절함과 욕망을 토로한다. 프랭크는 ‘환영의 미소’, ‘뿌듯한 표정’과 같은 짤막한 단어로 자신의 표정을 설명할 뿐이다. 프랭크의 가면은 가면 속의 사람을 대변한다기 보다, 그를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과 욕구를 비춘다.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프랭크는 자신의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한다’며 밀어붙이는 존과 같은 인물들을 탓할 수 없다. 사람의 욕심은 물과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므로. 그것이 단지 표정 없는 프랭크에 투영이 되었을 뿐, 악의를 품고 이용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프랭크는 어쩌면 사람들의 이런 보이지 않는 기대에 서서히 무너진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화목한 가정에서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니고 자란, 순수한 프랭크가 장난 삼아 시작한 가면놀이가 어느새 그 가면을 쓰지 않고서는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가면을 벗은 자신의 표정을 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두려움이점점 더 가면 속으로 그를 몰아넣은 것일지도 모른다. 프랭크의 가면을 마주한 등장 인물들처럼, 프랭크의 가면, 영화를 채운 영상과 음악을 두고도 관객들은 제 각각의 생각을 담아낼 것이다. 이 한 편의 영화에 어떤 이는 웃고, 어떤 이는 울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세상의 모든 영화가 프랭크의 가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방적인 얼굴로 관객을 바라보는 영화는 정해진 것 이외의 어떤 표정도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우리를 보는 표정은 우리만이 아는 것이다. 영화의 좌초와는 무관하게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표정으로 영화를 볼 것이다. 다행인 것은 프랭크와는 달리 영화는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에 상처받거나 애써 외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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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2012)

뭔가 아쉬웠던 <화차(2012)> http://flyingneko.egloos.com/3817326 이 영화, 스릴러가 아니라 미스터리다. 그렇게 알고 봤다면 김빠진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고 나온 기분은 아니었을까. 결혼식을 앞두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춘 약혼녀. 그 흔적을 따라 추적해갈 수록, 그녀의 이름도, 그녀가 이야기한 어떠한 과거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그랬을까’라는 두 가지 질문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영화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쫓으면서도 전반적으로 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렇다면 더더욱 배우들의 연기나 감정이 몰입도를 좌우하게 되는데, 그 감정들의 극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끔찍이 사랑했던 약혼녀가 사라졌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베일에 싸인 그녀를 알게 될수록 배신감을 느꼈을 텐데 남자는 어리둥절한 느낌으로 화내고 운다. 행복을 위해, 살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면서도 여자에게는 삶에 처절하게 매달리는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용암처럼 끓어야 할 포인트를 놓치고 미온수가 흐른다.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는 이야기에 내심 기대를 해서인지, 스릴러의 긴박감을 기대해서인지 뭔가 아쉽다.스토리나 연기, 소재들을 하나하나 놓고 본다면 그리 이상하지도 않은데, 늘어놓고 보니 별로다. 피 칠갑을 하고 시종일관 쫓고 쫓기는 것을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찾은 극장에서 모두의 취향에 크게 어긋나지 않은 무난한 영화였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장면들보다 정말 오랜만에 (얻어) 먹은 극장 팝콘의 맛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 제목: 화차(2012) 연출: 변영주 / 조감독: 권오윤 각본: 변영주 / 원작: 미야베 미유키 출연: 이선균(문호), 김민희(선영), 조성하(종근) 장르: 미스터리 제작국가: 한국 촬영: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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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젼 (Contagion, 2011)

컨테이젼 (Contagion, 2011) –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불안의 공포와 필요(악)들 http://flyingneko.egloos.com/3749140 영화를 나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기까지 손이 묶인 듯 아무 것도, 심지어 내 얼굴마저도 건들이고 싶지 않았다. 환절기인 탓에 기침을 하는 이들이 꽤 있었는데, 평소였다면 의식하지도 못했을 것을, 피하고 피해 지하철의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조마조마하며 서 있었다. 영화에서 악몽을 꿀 만큼 끔찍한 장면에 나온 것도 아닌데 머리부터 발 끝까지 ‘무서웠다’ 전염병의 확산 vs. 불안의 확산 – 어떤 것이 더 전염성이 강할까?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무서움을 느낀다. 이 영화 <컨테이젼>은 보이지 않는 죽음의 위협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담았다. 그리고 불안을 조장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서도 무덤덤한 듯 날카롭게 꼬집었다. ‘Day 2’로 시작해 숫자를 더해가며 사상자의 수도, 심지어 내로라하는 헐리우드 배우들이 죽음 앞에 맥없이 무너진다. 원인도,정체도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퍼져가는 죽음에 직업도, 지위도, 사회적 명성도 소용 없다. 정부는 불안으로 인한 사회 붕괴를 우려하며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덮어두려 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전염병과 싸워가면서도, 그리고 죽어가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걱정하는 관계자들의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에 은폐하려 했던 사실은 금새 퍼지게 된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은 전염병보다 더 지독하게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공황에 빠진 사람들은 이웃에게 총을 겨누고, 살기 위해 서로를 짓밟는다. 질서는 무너지고 오로지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폐허를 방불케 하는 도시 사실과 진실의 문제 누구에게나 알 권리가 있다. 문제는 알 권리로 전파되는 것이 객관적 사실만이 아니라는 것. 보도를 통해, 소문을 통해 주관이 섞여 불안을 증폭시킨다. 불안으로 사회 전체가 크게 흔들릴 것을 우려한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통제 가능한 수준에 두기 위해 은폐하려 하고 언론은 이러한 정부에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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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2011, 미야베 미유키)

<R.P.G.(2011, 미야베 미유키)> – 가상 세계에서의 가족 놀이, 그리고 관계에 대한 단상 http://flyingneko.egloos.com/3736335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대표 작가라고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 전작 <모방범>과 <낙원>을 꽤 재미있게 읽어 신작 역시 두번 생각할 것 없이 집어 들었다. <R.P.G.>,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본인 스스로가 덧붙인 것처럼 단행본으로 쓰기에는 짧고 중,단편집에 넣기에도 애매한 이야기라 사건이나 소재의 규모가 전작 같지 않다. 그래도 규모나 치밀한 구성 외에도 미야베 미유키 작품의 매력은 중간 중간 시선을 사로 잡는 글귀들에서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아이들이 어른의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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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븐 (The Raven, 2012)

더 레이븐 (The Raven, 2012) – 에드거 앨런 포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법 flyingneko.egloos.com/3859495  꽤 오래도록 가졌던 고양이에 대한 공포와 편견 뒤에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너무 어린 시절 읽었던 관계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소설과 관계가 있든 없든 검은 고양이와 천둥 번개가 치는 밤, 벽돌로 된 벽 뒤에 숨겨진 무언가, 라는 이상한 이미지의 퍼즐이 얽혀서 스산하고 공포스러운 느낌을 떠올리게 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시와 같은 제목인 영화 <더 레이븐>은 그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아니다. 에드거 앨런 포라는 인물이 추리물의 주인공이 되어 살인범과 추리 게임을 벌인다. 그의 작품들은 여기 저기서 언급되고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친다. 그래서 이런 작품을 기대했다면 뚜껑이 열리는 순간 실망할 수도 있겠다. 영화 덕분에 오늘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 더 레이븐>이라는 단편+헌정 에세이집을 사왔다. 영문판은 2009년에 나왔는데, 번역서는 영화 개봉과 함께 이제야 출간이 되었다. 그의 탄생 200년을 맞이해 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에서 그의 단편들과 그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에세이를 묶은 책인데 다른 것보다 먼저 간추려 놓은 그의 생애를 읽다 보니, 영화의 캐릭터가 얼마나 세심하게 재창조되었는지를 뒤늦게야 깨달으며 감탄했다. 포는 <더 레이븐>를 발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9달러 밖에 벌지 못하고, 아내는 폐결핵으로 사망, 가난과 술로 방탕한 삶을 살던 그의 죽음은 그의 소설만큼이나 미스터리하게 남아있다. 그의 신경질적이면서 자기 파괴적인 모습, 작품들만큼이나 기이한 구석은 영화 속 캐릭터 곳곳에 녹아있다. 영화 속 살인범이 포에게 주문한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소설’처럼 이 영화 역시 그의 소설과 사실, 그리고 허구 사이를 오간다. 그의 작품들은 살인범이 남기는 흔적 속에 숨어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영화 속에서 그의 작품들이 어떻게 재현되었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은 이 영화에서는 현대 수사물이라면 등장했을 방법들이 현장의 머리카락을 자석에 대본다든지, 목이 졸린 흔적에서 범인의 손 크기를 추적해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180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게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디테일들이 꽤 인상적이다. 사건의 전개도 꽤 긴박감 있고, 스릴러로서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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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 다코 (Donnie Darko, 2001)

도니 다코 (Donnie Darko, 2001) – 파멸을 향한 비정상적인 소년의 각성과 저항의 여정 http://flyingneko.egloos.com/3332070 감독/연출/각본: 리차드 캘리(Richard Kelly) 출연: 제이크 질렌할 (Jake Gyllenhaal/ 도니 다코), 메기 질렌할 (Maggie Gyllenhall/ 엘리자베스 다코), 드류 베리모어 (Drew Barrymore/카렌 포머로이), 패트릭 스웨이지(Pat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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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 오브 워터 (The Weight of Water, 2000)

웨이트 오브 워터 (The Weight of Water, 2000) – 200년을 오가는 퍼즐 조각들의 완성한 그림 http://flyingneko.egloos.com/3330686 감독/연출: 캐서린 비글로우 (Kathryn Bigelow) 출연: 캐서린 맥코맥 (Catherine McCormack/진), 숀 펜(S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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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2010)

베스트셀러 (2010) – 긴장의 강약을 잘 조절한 미스터리 추리극(혹은 추적극) http://flyingneko.egloos.com/3234738 감독: 이정호 출연: 엄정화, 류승룡, 박사랑 장르: 미스터리 제작국가: 한국 공식 사이트: http://www.bestseller2010.co.kr/ ‘엄정화가 출연하는 스릴러’쯤으로 알고 본 [베스트셀러]는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분류되어 있다. 미스터리란 장르는 어떤 영화를 말하는 건지 궁금해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분류된 영화를 보니, 역시나 뭐라 장르를 규정짓기 힘든 영화들이 포진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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