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 (Looper, 2012)
루퍼 (Looper, 2012) – 암울한 미래의 절망적인 순환에 대한 공상 flyingneko.egloos.com/3892802 사회의 일면에서는 부가 쌓여가고 최고급 승용차와 오토바이에 약과 술이
Read More루퍼 (Looper, 2012) – 암울한 미래의 절망적인 순환에 대한 공상 flyingneko.egloos.com/3892802 사회의 일면에서는 부가 쌓여가고 최고급 승용차와 오토바이에 약과 술이
Read More레지던트 이블 5: 최후의 심판 (Resident Evil: Retribution, 2012) – 이렇게라도 시리즈는 계속되어야 하나? flyingneko.egloos.com/3889940 자신의 클론들을 발견한 앨리스는 엄브렐러 사를 없애기 위해 이들을 동원하나 결국 초인적인 힘을 빼앗긴 채 ‘아카디아’라는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장소로 향했다. 그러나 그 곳 역시 엄브렐러 사의 시설이었고 공습을 당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4편에 이어지는 이번 시리즈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아카디아’에서의 공습으로 또 한 번 엄브렐러의 시설에 갇히게 된 앨리스는 자신을 무력화시킨 웨스커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개봉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1편부터 전 시리즈에 걸쳐 무한한 애정을 보여왔지만, 이번 시리즈를 보고 나서는 스스로의 애정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눈 한번 깜빡이면 폭풍이 몰아치던 3편부터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4편을 보면서 이 시리즈가 이제는 스토리를 정말 포기했나 싶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보니 전작은 준수한 편이었다.
Read More익스펜더블 2 (The Expendables II, 2012) -그 때 그 시절 마초 액션의 정수 flyingneko.egloos.com/3883539 마초 액션. <익스펜더블> 시리즈를 그 이상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람보>, <터미네이터>, <다이 하드>의주인공들을 모아 놓은 것만으로도 경이로운데, 여기에 <트랜스포터> 시리즈를 시작으로 그만의 액션 세계를 만들고 있는 제이슨 스타뎀이나 이연걸까지. 아무 생각 없이 조금은 격할 정도의 시원한 액션을 보고 싶다면 스스럼 없이 추천하고 싶다. 영화의 막이 오르자마자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과 총격전으로 이들의 소개를 마친다. 그들은 ‘익스펜더블’, 전직 특수부대 출신들로 구성된,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팀워크를 자랑하는 용병들이다. 두 번째이자 이 영화의 메인이 될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전작의 사건을 의뢰한 미스터 처치가 등장하고,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하는 등 복선과 소재를 심어둔다. 그리고 그들은 사건의 현장으로 투입되고, 예상치 못한 동료의 죽음에 복수를 결심한다.
Read More링컨: 뱀파이어 헌터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2) – 욕심을 부리다 산으로 가버린 영화 http://flyingneko.egloos.com/3878843 제목의 링컨은 우리가 아는 에이브라함 링컨이 맞다. 미국 제 16대 대통령으로 남북전쟁의 중심에 있었던 그 인물이다. 영화는 링컨이 어린 시절 부당한 대우를 받는 흑인 친구를 보호해주려다 뱀파이어인 지주에게 어머니를 잃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복수를 감행하지만 초인적인 힘을 가진 뱀파이어에게 상대가 되지 않고, 이를 언젠가부터 지켜보던 헨리의 도움으로 뱀파이어 헌터가 된다. 단, 개인적인 복수가 아닌 인류를 위한 사냥을 하겠다는 약속 하에 말이다. 링컨은 도끼를 휘두르며 뱀파이어 무리들을 일망타진하는 듯했지만, 이내 도끼를 내려놓고 대통령이 된다. 영화 속에서 흑인 노예들은 남부에서의 중요한 노동력이자 뱀파이어의 중요한 식량원인데 전쟁으로 위협을 느낀 뱀파이어들은 남부 세력과 합세해 참전하게 되고, 링컨은 이에 맞서 남북전쟁을 이끈다는 내용이다. ‘링컨’이라는 덕망 높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뱀파이어 헌터로 만들었으니 고민이 많았을거다. 그래서 남북전쟁이나 노예제도와 같은 굵직한 역사적 소재와 더불어 링컨의 일대기에서 다양한 소재를 가져왔다. 문제는 너무 다양했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이라면 그의 유년기나 잡화상을 전전하던 시절, 변호사로서의 화술을 뽐내는 장면이 좀더 와
Read More대학살의 신 (Carnage, 2011) – 예의상 권하는 커피는 거절하는 게 상책 flyingneko.egloos.com/3875382 자라면서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 법한 아이들의 싸움이다. 싸우다가 한 아이가 날린 주먹에 다른 아이가 코피를 흘리고 이가 부러질 수 있는 그런 싸움이 발단이다. 자녀들의 싸움을 어른의 방식으로 원만하게 해결하려던 두 부부의 만남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애들 싸움보다 더 유치하고 치졸한 싸움으로 번진다. 점입가경이라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만든 것 같다. 우아하고 이성적인 어른들의 만남은 토사물로 얼룩지고 육탄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술주정이 오간다. 원작인 동명의 연극 <대학살의 신(God of Carnage/Le Dieu du carnage>은 2006년 초연 후 영어로도 번역되어(원작은 프랑스어) 브로드웨이에서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이 연극을 스크린 속 또 다른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그렇다. 또 다른 연극. 연극이 가진 시공간적 제약은 영화를 통해 극복되기보다는
Read More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 아이가 이상할 수도 있다 http://flyingneko.egloos.com/3872835 보통 아이가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행동을 하거나 그러한 조짐이 보일 때, 대체로 그 원인을 그 아이가 속한 환경, 즉 가정에서 찾으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부모, 특히 통상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엄마의 영향에 큰 비중을 두기마련이다. 그러나 아이의 이상 행동이나 성격이 모두 엄마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태어날 때부터 아이에게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신적 측면의 이상은 육체적인 부분보다 드러나지 않는다. 하여,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낌새를 챈다고 한들, 이를 과민 반응으로 치부해버리기 쉽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의 케빈은 태어날 때부터 ‘보통의 아이’ 같지 않다. 그는 마치,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아이 같다. 엄마인 에바와 함께 있을 때의 케빈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거나 약을 올리며 에바의 신경을 바닥까지 긁는다.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인 그의 모습은 그저 착한 아들일 뿐이다. 에바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몇 번이고 다른 이에게 알리려고 하지만, 그녀 이외에는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에바는 애 하나 어찌하지 못하는 무능한 엄마가 되어버린다.
Read More무서운 이야기 (2012) – 귀신보다 무서운 현대인의 공포 http://flyingneko.egloos.com/3872064 90분 정도로 끝나는 여느 공포영화와는 다르게 네 가지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덕에 상영 시간이 꽤 긴 영화는, 연쇄 살인마로 추정되는 한 사내에게 잡힌 여학생이 죽지 않기 위해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나가는데 이는 흡사 ‘아라비안 나이트’ 같다.두 아이가 엄마가 없는 집을 지키면서 만들어내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해와 달>을 시작으로, 연쇄살인마를 후송하는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공포 비행기>, 이런 옴니버스 공포물에 으레 등장하는 인육을 먹고 젊음을 유지하는 이들과 이들의 먹이가 되는 돈에 눈 먼 사람들의 이야기인 <콩쥐,팥쥐>, 그리고 좀비물 <앰뷸런스>까지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충실하게 보는 이를 놀래 키고 겁을 준다. 여름이면 공포라는 말이 무색하게 어느 해부터인가 여름철 극장가에서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짐작하건대 이는 헐리우드식이든 한국식이든 무슨 식의 공포물이 가진 정형화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들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극장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장편 영화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줄이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포를 담아낼 수 있는 옴니버스 방식을 택한 것은 안전한 선택이었다. 네 편 모두가 재미와 공포를 선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중 한 두편이라도 괜찮으면 영화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최악으로 떨어지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첫 번째였던 <해와 달>. 전설의 고향이 유행하던 그 시절에는 생각하기 힘들었을,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산물인 아파트와 택배 기사를 활용해 단절된 공간과 타인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한다.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소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기도 하는데 결국 가장 무서워해야 할 대상은 이기심이 팽배한 현대 사회와 사람들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함축적인 메시지와 복선을 깔고, 오히려 귀신이 아니라 사람에 몸서리치게 만든 이 에피소드만으로도 무서운 이야기는 충분히 무서웠다.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어찌 보면 지금까지 공포 영화가 사용해온 여러 장치들을 두루 사용해 현대 사회에 내재된 공포를 표현한다. <공포비행기>는 개연성이 떨어지기는 하나, 비행기라는 현대의 대표적인 교통 수단을 비행기를 밀실로 활용하면서 병든 사회의 상징인 동기 불명의 연쇄살인마의 잔혹함을 드러낸다(심지어 귀신조차 이겨버린다). <앰뷸런스>는 좀비들 사이에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극도로 치닫는 이기심과 비뚤어진 모성, 광기를 조명한다. 이 중 <콩쥐,팥쥐>는 다소 복합적인 느낌을 준다. 자신들이 가질 수 없는 부를 손에 넣기 위해 성형을 마다하지 않고, 모녀지간에 암투가 벌어진다.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인간들과 이를 이용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식인족의 이야기는 공포감보다는 불편함을 준다. (그리고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식인족이 사는 주택의 구조나 분위기가 데이빗 핀처 감독의 <밀레니엄>에 등장하는 저택의 구조와 비슷해보인다.) 참 무서운 것이 많은 세상이다. 일상에서 접하는 현대 문명의 산물이, TV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들이 공포물의 소재로도 어색함이 없는 것에 되려 우리가 매일매일 접하는 보이지 않는 공포의 무게가 느껴진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서서히 고개를 들며 눈을 부릅뜬 분장과 음악이 주는 무서움의 한계를 안걸까. 영화를 보고 나니 끔찍한 몰골의 귀신이 차라리 낫다. 제목에 걸맞은 무서운 이야기들과 롤러코스터에 탄 듯한 긴장감보다 병든 사회와 현대인에 내재된 불안감과 불신, 이기심이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
Read More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 아쉽지만, 행복하게 마무리된 기나긴 여정의 끝 http://flyingneko.egloos.com/3869392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여느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전작의 엄청난 성공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히스 레저가 연기한 미친 악역 ‘조커’에 필적할만한 악당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 잘해봐야 본전이 아닐까했다. 애초에 감독의 계획은 브루스 웨인의 배트맨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내면의 두려움과 공포로 시작한 배트맨이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의 경계에 서서 혼란을 겪다 진정한 영웅이 된다는, 이렇게만 놓고 보면 그리 색다를 것도 없는 영웅담이 탄생하게 되었을 것이다. 영웅담의 끝은 대개 그렇듯 행복하게 끝을 맺는다. 브루스 웨인은 알프레드가 흐뭇한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삶을 찾고, 폐허가 되었지만 고담시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혹자는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 여느 액션 히어로와는 다른 깊이를 보여주다가 김빠진 콜라마냥 억지스럽게 끝났다고도 하지만, 정의가 승리했으나 살아 남은 이가 없는 폐허 속의 희망이라는 비극적이고 장엄한 결말만이 멋지고 그럴 듯한 건 아니지 않은가. 현실 속에서 겪는 반복적으로 겪는 소소한 절망을 스크린 속 영웅과 행복한 결말에서 위로 받고 싶었는지 웃으며 극장 밖을 나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악당이었다. 아마 시리즈를 쭉 지켜본 사람이라면 비슷하게 느꼈을 것 같다. 평범한 사람, 선한 사람도 우연하게 벌어진 아주 불운한 일로 악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고담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조커에게는 이유가 없었다. 혼란의 사도라 자칭하는 조커는 혼란을 증폭시키면서 이러한 혼란의 미덕을 공평함이라고 설파하는 괴이하리만큼 뒤틀린 철학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의 근원이나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반면 이번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과 그의 일당들의 목적은 보다 명확하다. 무엇이든 이유가 있고 설명이 가능해지면 심리적 충격의 크기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Read More[PiFan 2012]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Safety Not Guaranteed, 2012) http://flyingneko.egloos.com/3863975 제목만 얼핏 보면, 좀비가 떼로 나올 것 같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이라니. 거기다 ‘조금 괴상한 슈퍼마켓 직원 케네스. 그에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라는 카탈로그의 소개글도 오해의 소지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주말의 시작에 끄악대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정신 건강에 과연 좋을 것인지 심히 고민했다. (결국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허둥지둥 택시까지 동원했다.)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영화 속 신문의 구인 광고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요컨대 시간 여행에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데, 각자의 몸은 각자 지키자는 것. 이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와 인턴 둘이 길을 나서는데, 이 시점에서도 언제 나올지 모른 좀비와 <백투더 퓨처>급 시간 여행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아주 마지막에서야 시간 여행과 관련된 장면이 등장한다. 오히려 이 영화는 케네스와 다리어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로드 무비이자 성장기에 가깝다. 건들거리며 세상을 다 아는 척하던 제프가 몇 십 년만에 만난 옛 애인에게 차이고 범퍼카에서 울먹거릴 때는 웃음이 나오다가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최악만을 생각하며 산다는 다리어스가 희망을 되찾아가고 세상에 대한불신과 단절 속에서 케네스가 한걸음 내디딜 때 괜히 가슴이 벅차 오른다. 사람과 부딪히며 받은 상처를, 그리고 생겨날 상처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피하고 모른 척하던 이들이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 등장 인물들과 같이 관객의 마음마저 누그러진다.
Read More리멤버 미 (Remember Me, 2010) – 극적이면서 극적이지 않은 삶과 죽음의 이야기 http://flyingneko.egloos.com/3863220 눈 앞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지켜본 한 여자는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전력을 다해 살고, 한 남자는 그 어떤 것에도 의미를 찾지 못한 채 겉돌며 시간을 보낸다. 가까운 사람, 특히 그 누군가가 가족이라면 죽음의 무게는 주변인들의 삶을 짓누르기 마련이 나이를 극복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 그 둘의 어떤 방법에 대한 옳고 그름을 쉬이 판단하기 어렵다. 사실, 그 방법이란 건 어떻게 되도 살기만 하면 된다.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만났을 때, 사람은 그렇게 된다. 자식을 잃고 멀쩡한 부모가 있을 리 없고, 형을 잃고 태연할 동생이 어디 있겠으며, 부모를 잃고 그리워하지 않을 자식이 어디있을까.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고, 대신할 수 있다면 대신하고 싶은 것.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든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든, 남아 있는 사람들은 평생 ‘왜’라는 풀리지 않을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산다. 내색을 하지 않아도 그 무게는 누구에게나 무겁다. 그러나 누군가는 균형을 잡고 냉정해지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니, 누군가는 할 수 밖에 없다. 단편적으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그 역할이 가장 어렵다. 힘들고 슬프고 아플 때 소리지르지 않고 평정을 찾는 것,죽음의 무게를 넘어 짊어져야 할 책임이 크면 억지로 한걸음씩 나아가게 된다. 그럴 수록 남은 사람들과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고 점점 상처의 골은 깊어져 간다. 스스로의 상처가 버거워 다른 이를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다. 타일러와 앨리는 자신들을 찾아왔던 죽음처럼 우연히, 그리고 갑작스럽게 서로를 마주한다. 불같이 서로를 탐하던 시간이 지나고 그 뒤에 숨겨왔던 이야기가 펼쳐지자 앨리는 타일러를 떠난다. 형의 죽음에 매일 원망과 그리움을 오가는 타일러는 앨리를잡을 자신도, 여유도 없어 보인다. 삶이란 우연과 상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걸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상처 받은 타일러와 앨리가, 그리고 타일러와 가족들이 서로의 자리에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가장 극적이고 비극적인 음악이 흐르며 모두는 또 한 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재가 흩날릴 때, 불타다 만 타일러의 일기장을 비춘 화면 위로 ‘이제는 용서할게, 사랑한다’는 말을 읊조리는 타일러의 목소리가 가슴을 깊게 울린다. 이제서야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그들에게 이는 너무 잔인한 선물이었다. 영화는 대체로 무덤덤하게 이들의 삶을 바라본다. 타일러와 앨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들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로 자연스럽게 확대되면서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큰 무게 중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매정해 보이는 타일러의 아버지도, 앨리의 뺨을 때리던 그녀의 아버지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타일러나 앨리도 비난할 수 없다. 극적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특별하지 않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삶처럼 남은 이들의 삶이 다시 한 번 천천히 한걸음씩 움직이고, 곁을 떠난 이들이 그 한걸음 한걸음 속에서 조용히 기억되는 모습으로 슬프지만 또 한편으로는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 제목: 리멤버 미(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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